‘지원 부국’ 카자흐스탄 시민당 아자트 페루아슈 의장 인터뷰

중앙아시아의 ‘자원 허브’로 알려진 카자흐스탄이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등 문호를 개방하고 세계를 상대로 세일즈에 나섰다.
지난 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정당 국제회의(ICAPP) 참석차 방한한 카자흐스탄 제2 여당(시민당) 대표단도 한-카자흐스탄 경제협력을 모색하기 위해 국내 대기업을 잇따라 접촉했다. 카자흐스탄은 전세계가 자원 확보를 위해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는 동안 중앙아시아의 새로운 투자처로 급부상한 나라다. 석유를 비롯 가스, 우라늄, 알루미늄, 철 등 막대한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기때문이다. 시민당 아자트 페루아슈 의장단 일행은 사흘간의 빠듯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삼성, LG, 진흥 등 대기업 수뇌부와 만나 협력방안을 주고받았다. 시민당은 자국의 에너지, 광물, IT 등 산업 부문에 대한 발전방안을 담당하고 있는 정당이다. 에너지자원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우리 정부도 카자흐스탄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오는 20일 관계 기관과 기업가들이 한명숙 국무총리와 함께 카자흐스탄을 방문하는 것도 경제협력 차원으로 알려졌다.




“세계 여러 나라가 카자흐스탄의 자원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한국의 고도성장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
지난 1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만난 카자흐스탄 시민당 아자트 페루아슈 의장은 한국의 고도성장을 높게 평가했다. 국내 기업의 현지 진출이 늘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페루아슈 의장은 “카자흐스탄에서 삼성, 현대, LG 등 한국 기업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며 “다른 나라보다 품질이 좋기 때문에 한국 제품이 인기”라고 말했다.


시민당 산업발전 구상 전담
카자흐스탄은 1991년 독립한 독립국가연합(CIS) 소속 신생독립국이지만 누루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연평균 두자릿수의 고도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원유, 가스, 우라늄 등 에너지 자원이 많고 알루미늄, 구리, 크롬, 철 등 광물 자원도 풍부해 국제 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것.
하지만 카자흐스탄과의 경제협력이 생각처럼 쉬운 것만은 아니다. 우선, 글로벌 기업의 각축장이 된 카자흐스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제 경쟁력이 필수사항이다. 또한 양국간 신뢰감 형성, 협력체제 구축 등 제반 여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성공을 보장받기 어렵다. 최근 들어 카자흐스탄은 세금을 낮추고 관련 법규를 제정해 나가는 등 외자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새마을운동’ 등 한국의 고도성장 과정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페루아슈 의장을 통해 양국 경제협력의 가능성과 현지 상황을 타진해봤다. 다음은 페루아슈 의장과의 일문일답.

-한국과 경제협력이 가능한 분야는.
▲우선 에너지 자원이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다. 그러나 카자흐스탄에 석유와 가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국가 발전을 위해 9개 분야를 중점적으로 육성키로 했다. 여기에는 코튼, 보리, 알루미늄, 물리학, IT 등이 포함된다. 다양한 분야에서 외국의 기술력과 자본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 기업과의 교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우라늄을 사고 싶어한다. 이와 관련된 논의가 있었다. 최근에는 카자흐스탄에 진출한 한국 기업가 모임이 열려 카스피해 연안의 석유 채굴과 관련된 협력안이 거론됐다. 우리도 기본적인 채굴장비는 보유하고 있지만, 새로운 연구에 있어서 협력할 의지가 있다. 세관설비를 갖추기 위해 삼성측을 접촉하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이미 많이 진출해 있다.
-한국 경제에 대해 평가한다면.
▲개인적으로 한국 경제는 잘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처음 한국을 찾은 것은 지난 1997년 2개월간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교육을 받을 때였다. 당시 한국은 IMF가 닥쳐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슬기롭게 이겨내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특히 IMF 극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지만, ‘금모으기 운동’을 하는 한국인들의 정신력을 높게 평가한다. 한국 기업을 둘러본 결과, 자동화 설비, 깨끗함 등이 부러웠다. 한국은 자원이 부족하지만 세계적 기술력을 통해 잘 극복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한국 기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한국에 있는 제철소를 가본 적이 있는데, 포스코였던 것 같다. 철을 가공해서 완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보고 압도당한 적이 있다.
-카자흐스탄의 투자 환경을 설명해 달라.
▲여러 나라에서 우리의 자원에 관심을 갖고 찾아온다. 투자를 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도 외국의 투자를 받기 위해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세금을 줄이고 관련 법규를 새로 만들었다. 세관 설비 등을 첨단화하기 위해 한국 기업과 협력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새롭게 추진하는 국가적 사업이 있다면.
▲카자흐스탄은 인구는 적지만 넓은 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여러 곳에 신도시를 건설하고 있다. 건설 비즈니스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수도인 아스타나에 견줄만한 도시를 만들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평가할 자격이 없다. 그것은 한국 국민만이 가지고 있다. 다만, 내가 느끼기에는 ‘옳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 것 같다. 한국 기업이 적극적으로 일하고 발전하는 것을 보면 느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대통령은 우리에게 필요한 존재다.
-한명숙 국무총리가 카자흐스탄을 방문하는데.
▲삼성, 우림, 한수원 등의 한국기업이 한명숙 총리와 함께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국가 대 국가로서 협력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 IT산업이 발달한 한국에는 우리의 사업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기업이 많다.
-시민당 의장을 맡고 있는데, 소개를 한다면.
▲1998년에 창당한 시민당은 집권 여당 중에서 두 번째로 많은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또, 전국적으로 지방의원 등을 포함하면 400여명의 정치인이 활약하고 있다. 시민당은 산업발전에 중점을 두고 이에 대한 구상을 담당한다. 우리는 한국의 새마을운동에도 관심이 많다.
*통역: 나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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