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대권 두고 분열하는 친이계

김문수·김태호·홍준표 ‘차기’
원희룡·남경필은 ‘차차기’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새누리당이 7.14전당대회 이후 당내 고질적인 친이명박 친박근혜 구도가 희석되고 있다. 친박 주류 서청원 의원이 당권에 도전했지만 친박 비주류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김무성 의원이 당권을 거머쥠으로써 친박 주류세력이 급속히 쇠퇴하는 분위기다. ‘대통령 복심’으로 통하는 이정현 의원이 화려하게 국회에 입성했지만 친박 주류세력의 중심이 되기에는 그릇이 작다는 게 중론이다. 오히려 친박 비주류에 친이명박계 출신 인사들이 속속 제도권 정치에 입성하면서 ‘친이계 역습’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아울러 친박계에 이렇다할 차기 대권 주자가 없다는 점에서 잠룡군이 많이 포진한 친이계가 분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 이상 정치 현상속으로 들어가보자.

지난 7.14 전당대회에서 친박 주류 서청원 의원에 맞서 친박 비주류 김무성 의원의 양보할 수 없는 한판 대결이 벌어졌다. 당시 친박과 비박간 치열한 경쟁이 ‘박심’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며 혼탁한 선거양상을 보였지만 결과는 비주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김무성 의원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당대회에 참석한다는 소식에 막판 서청원 의원을 지지하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지만 ‘박심은 없었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로 인해 서 의원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지만 박 대통령에게 섭섭한 마음을 추스르기 위한 칩거였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미 친박 비박간 계파 구도가 사라지기 시작한 점은 6.4지방선거 경선 전부터 조짐이 나타났다. ‘박심’을 등에 업고 서울시장에 출마한 김황식 전 총리가 친이계 비주류 지지를 받은 정몽준 전 의원에게 패하면서 더 이상 박심에 기대어 당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분위기였다. 서울시장 경선보다 한 달 전에 치러진 대구 시장 경선에서도 친이계 인사인 권영진 전 의원이 친박계 서상기, 조원진 등 현역 의원을 제치고 1등을 함으로써 이변이 연출됐다. 특히 대구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상징성까지 있어 ‘박심’에 기대어 출마한 친박계 인사들의 몰락의 전조가 나타났다.

지방선거 ‘인물난’ MB맨들 대거 차출

결국 지방선거를 통해 ‘인물난’에 허덕이던 집권 여당은 과거 이명박 정권 시절 잘나가던 MB맨들을 대거 차출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인 예가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원희룡 제주지사, 권영진 대구시장, 김기현 울산시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안상수 창원시장 등이 친이계 인사로 당선된 인사들이다. 특히 남경필, 홍준표, 원희룡 3명의 광역단체장은 새누리당 차기 혹은 차차기 대권 주자로 간주되는 인사들로서 마땅한 대권주자를 갖고 있지 않는 친박 주류를 긴장케 만들었다.

6.4 지방선거에서 눈부신 활약을 한 친이계는 당 대표를 뽑는 7.14 전당대회를 통해서도 그 힘이 드러났다. 김무성 후보 캠프에는 친이계 권오을 안형환 전 의원이 핵심 요직을 맡으며 활약했고 참모진 역시 이명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이재오 의원이 장관시절 측근으로 있던 김모 전 특보를 임명하는 등 MB맨들이 속속 제도권 정치로 복귀했다. 친이계 권오을 전 의원의 경우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향후 20대 총선에서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한편 전당대회에서도 친이계의 분열이 눈에 띄었다. 이재오 의원의 경우에 외형상 서청원 전 대표를 지지하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자신의 측근을 김무성 캠프에 파견 보내면서 뒤에선 김 대표를 적극 지지해 당 대표가 되는 데 일조했다.

수도권에서 서 의원을 누르고 김 대표가 선전한 배경에 수도권 출신 친이계 인사들이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한 축을 담당했던 외곽단체 국민성공실천연합 멤버들 역시 서 의원과 김 의원으로 나뉘어져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등 분열 양상을 보였다. 무엇보다 친이계의 좌장인 이재오 의원의 ‘보이지 않는 역할’이 지방선거와 전당대회에서 빛을 발했다. 특히 이 의원은 친이계 잠룡군이 서로 ‘제살 깎아 먹기’ 경쟁 구도를 막기위해 막후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희룡, 남경필 적극 나서서 설득해

한 예가 당초 경기도지사직에 무관심했던 남경필 의원과 제주도지사 선거에 뜻이 없었던 원희룡 전 의원의 전격적인 출마다. 이들은 모두 당의 적극적인 요구에도 ‘시간을 달라’며 출마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이 의원이 적극 나서서 설득해 출마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이 의원이 차기 대권구도에서 친이계 잠룡군 간 경쟁을 염려해 사전 정지작업으로 사실상 ‘킹메이커’ 역할을 자처한 셈이다.

차기 도전이 유력한 두 인사였지만 광역단체장에 도전해 당선된 이상 2017년 대선에 임기를 마치지 않고 대권행을 선택하기는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다. 이는 김문수, 김태호, 정몽준 등 당내 친이계 잠룡들 입장에서도 ‘세대 교체론’을 주장할 경쟁자가 없어졌다는 점에서 큰 부담을 덜은 격이다. 차기 대권 도전이 유력한 친박계 비주류인 김무성 의원 역시 마찬가지로 친이계 잠룡군들은 이 의원에게 큰 빚을 진 셈이 됐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의 이런 행보에 대해서 마뜩찮게 바라보는 인사가 바로 잠룡으로 분류되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다. 두 사람은 과거에 이 의원과 함께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소속으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 또한 새정치수요모임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을 ‘독재자의 딸’이라고 공격하면서 반기를 든 동지적 관계였다.

하지만 이 의원이 김 의원 당 대표만들기에 일조하고 김 대표 역시 이 의원의 최측근을 당 핵심 요직인 사무총장에 기용하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근 김 대표는 당직 인선을 하면서 이 의원의 중앙대 후배이자 조직을 관리해온 이군현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발탁했기 때문이다. 이는 김 대표와 이 의원의 사전교감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김 전 도지사의 경우 최근 청와대와 당으로부터 홀대를 받고 있는 상황으로 외로운 신세로 전락했다. 그 배경이 김 전 지사가 중앙당으로부터 두 번의 부탁을 거절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도지사 재출마를 요청받았지만 거절해 급기야 남경필 의원이 출마할 수밖에 없게 됐다. 두 번째는 지난 7.30재보선에서 친박 주류인 윤상현 사무총장이 대구까지 찾아가 출마를 부탁했지만 그는 “선당후사 자리는 민생 속이다”며 거절한 바 있다.

‘부글부글’ 끓는 김문수 홍준표 ‘동병상련’

이로 인해 김 대표는 당내 ‘배은망덕하다’는 이미지가 각인됐고 청와대로부터는 차기 총리로 하마평에만 오르고 ‘물’을 먹는 등 입지가 급속히 축소됐다. 당분간 선거도 없는 상황에서 야인생활을 해야할 김 전 지사로서 이 의원이 김 대표와 함께 대권 그림을 그리는 것이 탐탁하게 보일 리가 없다.

홍준표 경남도지사 역시 김 전 지사와 마찬가지다.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홍 지사로서 같은 PK 출신의 김 대표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홍 지사의 경우 2017년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임기가 끝나는 2018년보다 1년 전에 직을 내려놓고 출마를 선언해야 한다. 그만큼 차기 대권 구도가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을 경우 출마 선언은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앞서 경남도지사를 했다가 중도에 대권에 도전했다 고배를 마신 김두관 새정치민주연합 고문과 김태호 최고위원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거꾸로 광역단체장 임기를 마치고 차기 대권 도전에 나선 김문수 전 도지사 모델 역시 바람직한 대권 모델이 되지 않고 있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정치권 속설이 차기 대권 구도와 맞물려 친이계의 분열로 나타나고 있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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