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성인인형 체험방’ 실태 추적


지난 2004년 9월 성매매특별법(이하 성특법)시행 이후,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집창촌 등 기존 성매매업소들은 그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사창가’의 대표격인 미아리 ‘텍사스촌’과 청량리 ‘588’ 주변에 불 꺼진 업소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집창촌 관계자들은 사창가의 수가 줄었다고 성매매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들은 성매매업자들이 법망을 피해 보다 변태적인 업종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대변하듯, 최근 사람을 닮은 단백질인형을 이용해 변태업소를 운영하던 업자가 검거돼 사회적으로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지난 10월 30일, 전북지방경찰청 여경기동대는 ‘성인인형 체험방’을 운영한 김모(37·여)씨를 ‘음화반포’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지난 달 10일 전주시 중화산동에 ‘인형 체험방’을 만들었다. 실리콘과 고무 등의 소재로 된 여성 인형 6개를 갖춰놓고 음란물을 상영, 손님들이 음란행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으로 영업을 해 왔다.

인형 체험방 죄목은 ‘음화반포’
이곳 ‘인형 체험방’의 이용 요금은 한 시간에 2만 5,000원으로 김씨는 총 16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경찰은 적발 당시 업소의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하루 평균 1~2명 정도의 손님만이 가게를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지인을 통해 인형을 대당 85만원에 구입해 업소 내에 8개의 방을 만들어 놓은 뒤, 성인 인형 사업에 발을 내디뎠던 김씨. 그러나 그는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경찰에 적발돼 업소 문을 닫는 지경에 처했다
그는 업소를 개점한 후 홍보를 위해 전단지를 제작, 전주시에 배포했다. 하지만 그의 이 같은 홍보전략은 오히려 경찰을 불러들이는 원인이 되고 말았다.
지난 달 22일 ‘인형 체험방’ 전단지를 전주시에서 우연히 접한 전주지방경찰청은 ‘인형을 이용한 성행위 업소’라는 점이 지역사회에 미칠 파장을 우려, 생활지도계와 여경기동대로 검거반을 만들어 합동 수사에 나섰고 경찰은 사흘 뒤인 25일 업소를 기습해 김씨를 체포했다.
“인형과 성행위를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로 큰 돈을 벌고 싶었으나 결국은 수갑을 차게 된 것.
그런데 그에게 적용된 혐의가 다름 아닌 ‘음화반포(음란물을 판매한 혐의)’라는 점이 눈에 뛴다. 쉽게 말하면 ‘음란물 상영’이 그의 죄목이라는 것이다. 이는 김씨가 인형을 이용해 남성들에게 ‘쾌락(?)’을 제공한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찰은 그를 성매매특별법 위반으로 처벌하려 했으나 인형과의 성행위 제공에 대한 마땅한 처벌규정를 찾지 못해 결국 음란물 동영상 제공을 처벌의 근거로 삼았다.
성매매특별법에서는 구강·항문뿐만 아니라 신체의 일부를 도구로 규정하고 있지만, 인형은 도구로 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지방경찰청 한 담당자는 “김씨 역시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이곳 (성인 인형방)을 찾은 남성들에 대한 조사 역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재 받지 않는 ‘성인 인형방’
“성특법이 발효된 지 3년째를 맞고 있는 현재, 법망을 피해 다양한 변종 유흥업태가 생겨나고 있는데 최근에는 성인인형방 프랜차이즈 업체가 생겨나, 프랜차이즈 본사에는 기존 유리방, 전화방과 성인 PC방 업주들의 창업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열린우리당 노현송 의원은 지난 달 19일 경기지방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법에 저촉을 받지 않는 ‘성인인형 성매매’가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이 이날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서울, 경기, 부산 등 이미 전국적으로 50 여개의 성인인형 체인점이 성업 중이며 심지어 미국, 일본 등지에서 인형을 밀수하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미 경기도 고잔 신도시에는 공장을 차려놓고 인형을 직접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도 확인됐다고 노 의원은 밝혔다.
이와 관련해 그는 “사업자 등록을 내고 영업하고 있는 곳을 법적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단속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도 있다”며 “성매매의 대상은 사람이므로 인형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하고 단속 구실인 음란물 상영이 단속사유로서 모호할 뿐만 아니라, 그것만으로는 확산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의원은 이어 “또 하나의 사회적 병폐가 번지려 하고 있다”며 “성인인형체험방을 막을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법생산·해외밀수
점차 확산되고 있는 ‘성인 인형 체험방.’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일단 전문가들은 ‘성인 인형’의 경우 ‘옳고 그름을 쉽게 판단할 수 없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성매매피해상담소 해솔의 한 관계자는 “국내 성관련법에 따르면 유사성행위의 경우 사람의 신체 일부로 국한하고 있다”며 “성인인형의 경우 사람을 상대로 벌인 성매매가 아니기 때문에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성인인형의 경우 성과 관련된 이슈이다 보니 가십으로 쉽게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가장 우려되는 바이고 진지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국여성민우회의 한 관계자는 “사람이 아닌 인형이기 때문에 성매매와는 다른 문제”라며 “하지만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북지방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경찰신분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사안에 대해 잘잘못을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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