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좌관 변천사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국회 보좌진의 위상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가방모찌'(옆에서 가방을 들어주는 심부름꾼을 속되게 이르는 표현)라는 이미지는 사라진 지 오래다. ‘얼굴 없는 보좌관’이니 ‘그림자 인생’이라는 말도 희미해진 요즘이다. 대신 국가의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세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많은 엘리트들이 고연봉을 포기하고 의원회관을 찾는 핵심적인 이유다.
별정직 공무원인 보좌관(4급)이 행정부처 국장급을 소환하는 일은 의원회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기업의 대관업무팀이 국회의원 보좌진을 대상으로 로비를 벌이는 일은 이제 국회의 일상이 됐다. 대관팀은 기업의 민형사상 소송, 사업 규제, 정부 정책 등 중대 현안에 대처해 기업 이익을 관철하는 사실상의 로비팀이다.
보좌진의 역할은 종합예술인에 가깝다. 언론 매체에 등장하는 의원들의 이미지를 기획하고 의원들이 내놓는 법안을 실질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의원들이 본회의장이나 상임위원회에서 정부의 정책을 질타하는 내용도 대부분 보좌진이 작성한다.
보좌진은 권력층에 빠르게 가까워질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현직 의원 가운데 20여 명이 보좌관 출신일 정도로 정치인 양성 코스로 여겨지기도 한다. 의원회관에서 능력을 인정받을 경우 권력 최상층인 청와대의 비서관으로 수직이동하기도 한다. 공기업은 물론 사기업에서도 임원으로 스카웃하는 경우도 많다.
이 같은 화려한 모습과는 달리 국회 보좌진이 겪고 있는 애로점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고용 안정성이 낮다는 점이다. 보좌진의 임면 권한이 전적으로 의원에게 있기 때문에 정책에 대한 입장이 달라도, 영감님 비위에 상하는 말 한 마디에 해고될 수 있다. 한 의원은 1년 사이에 10여 명의 보좌진을 갈아치워 ‘기피대상’이 되기도 한다. 의원과 호흡이 잘 맞는다고 해도 해당 의원이 낙선하거나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면 해당 보좌진 모두 하루 아침에 무직자 신세로 전락한다.
업무 강도는 지나치게 높다. 공식적인 출퇴근 시간은 공무원과 같지만 실제로는 ‘의원이 출근하기 전부터 퇴근한 이후까지’ 근무해야 한다. 국감 기간에는 의원회관에서 밤을 지새우는 경우가 많다. 선거철에는 선거운동에 투입돼 몇 달 간 지역구에서 지내기도 한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에서 잘났다는 국회의원을 지근거리에서 모셔야 한다는 점이 가장 애로점이다. 매일매일 자신의 목줄을 쥐고 있는 사람과 대면해야 한다는 점이 최고의 스트레스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보좌관들은 국회의원을 대신해 국민혈세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의정활동 지원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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