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대한민국 정치판이 ‘가짜박사’로 넘쳐나고 있다. 본지가 지령 1133호에 제하 ‘[단독] 새누리당 김종태 국회의원(경북 상주) 논문 표절 의혹’을 보도한 이후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19대 국회의원과 박근혜 정부의 전현직 고위직 인사들에 대한 석박사 연구논문관련 표절 의혹을 받은 인사들을 조사한 결과 적잖은 고위직 인사들의 연구논문이 표절 의혹을 받아 홍역을 치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대 총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으로 석박사 학위가 중요한 정치경력에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논문 표절 논란 당사자들이 국민적 심판대에 오를 전망이다.

- 새누리 김종태·문대성 의원 ‘표절의혹’ 파문
- ‘논문짜깁기’, ‘베끼기’, ‘복사수준’ 총선 심판론 제기

<김종태 의원>
19대 국회의원 의석수는 개원 시 299명이었다. 이중 석박사 학위 소지자는 150여명이고 박사학위 소지자만 83명이다. 특히 새누리당 석박사 학위 소지자는 100여명에 달하고 더불어민주당의 경우에도 40여명에 달하고 있다. 이중에서 표절 의혹을 받은 국회의원들만 해도 10여명에 육박한다.

특히 본지가 단독으로 보도한 새누리당 김종태 의원의 경우 ‘국가발전을 위한 군정신교육에 관한 연구’(수원대학교 행정대학원 2011년 12월)논문은 표절을 넘어 ‘복사수준’으로 드러나 여론으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김 의원은 총 11명의 다른 박사학위 논문을 인용하면서 출처나 인용부호, 주석 등을 달지 않았고 심지어 ‘오탈자’까지 그대로 게재해 도덕성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19대 개원초부터 박사학위 논문 표절 논란으로 곤욕을 치룬 문대성 의원도 마찬가지다. 문 의원은 논문표절 의혹으로 결국 지난해 12월 부산 사하갑 지역구 불출마 선언을 해야만 했다. 문 의원의 경우 박사학위 논문 ‘12주간 PNF 운동이 태권도 선수들의 유연성 및 등속성 각근력에 미치는 영향’ 연구 논문에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논문표절에도 ‘나몰라’식 출마 꼴불견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민주통합당은 문 의원의 논문이 ▲ 문장을 통째로 출처도 없이 베낀 경우가 5곳 이상 ▲ 문단을 통째로 서술하면서 출처를 인용하지 않은 경우 ▲ 특정 단어만 바꾼 경우 등 다수로 지적됐다. 표절 의혹이 일자 박사학위를 준 국민대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쳐 논문 표절 판정을 내리고 박사학위를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문 의원은 법원에 ‘학위취소 무효소송’을 냈지만 역시 재판부는 ‘기각’결정을 내림으로써 표절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에 문 의원은 새누리당을 탈당했다가 다시 복당하는 우여곡절을 겪고 불출마 선언도 하게 됐다. 하지만 문 의원은 지난 1월22일 당의 요청이라면서 인천남동구 출마를 선언하면서 불출마를 번복했다. 이에 여권 내에서조차 논문 표절과 함께 정치를 희화화하고 있다고 공격받고 있는 실정이다.

문 의원뿐만 아니라 19대 국회 개원 당시 여야 국회의원들의 석·박사학위 연구논문관련 표절 논란이 일어 ‘표절 국회’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당시 22개 학술단체로 구성된 학술단체협의회(이하 학단협)는 문 의원을 비롯해 새누리당 강기윤(창원을), 정우택(청주 상당구), 염동열(태백·영월·평창·정선), 유재중(부산 수영구), 신경림(비례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 등 총 7명에 대해 ‘단순표절’부터 ‘복사수준의 표절’ 그리고 출처를 밝히지 않은 ‘무단 도용’ 의혹을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염동열 의원은 박사학위 논문 “시민참여가 정책 수용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에서 학부 학생이 제출한 리포트 4페이지를 모두 표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학단협은 “표절행위를 넘어서 박사학위의 권위를 스스로 포기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정우택 의원은 하와이대학교에서 받은 박사학위 논문이 국내 강모 교수의 학술논문을 출처 없이 영어로 그대로 옮겨 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학교의 R. Frantz외 4명 이상의 해외 저자 논문들을 역시 출처없이 수십 단락씩 베껴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단협은 비례대표 신경림 의원의 경우 대학교수로 재직하면서 1995년부터 의도적인 타인표절, 날조나 변조, 자기표절 등 의혹사례가 다수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학단협은 “신 의원의 경우 논문 11편은 단순표절, 복사 수준의 베끼기, 데이터 위조 및 변조, 여러 논문 짜깁기 등 각각의 경우를 다 써서 만든 ‘표절 백화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재중 의원 역시 박사학위 논문에서 여러 개의 논문을 짜깁기 하고 직접 인용표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강기윤 의원은 주민자치센터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도 논문의 주제와 논의 전개방향이 타 논문과 매우 흡사하다고 학단협은 발표했다. 정세균 의원의 박사학위 논문에 대해서 학단협은 “앞선 연구논문의 상당부분을 재구성하거나 수정해 마치 표절이 아닌 것처럼 서술했지만 결국 표절로 여겨진다”는 판정을 내렸다.

학단협은 “심의결과 7인의 학위·학술논문의 표절은 단순한 수준이 아니라 심각한 수준의 표절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이에 학단협은 표절행위를 한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부도덕한 행위를 국민 앞에 사죄하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단 한 명의 의원도 연구 논문 표절 논란에 대해 책임을 지고 직을 사퇴한 인사는 현재까지 없다.

여야 국회의원들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고위직 인사들 역시 연구 논문관련 표절 의혹을 피해가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윤관석 의원이 2014년 6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기준으로 인사청문회 대상자 55명중에서 논문 표절, 제자 논문 가로채기, 연구성과 부풀리기 등 연구윤리 문제로 구설에 오른 후보만 총 15명이나 됐다. 이명박 정부 5년간 인사청문회 대상자에 오른 104명 중 논문 관련 논란이 있었던 경우는 18명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문대성 의원>
朴정부 고위인사 ‘수두룩’ 낙마 김명수장관뿐

대표적인 인사로는 이완구 전 총리가 있다. 이 전 총리는 인사청문회 당시 1994년 단국대 행정학과 박사학위 논문 표절 관련 의혹에 대해서 “문제 있을 수 있다”고 청문회장에서 시인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또한 인사청문회장에서 박사학위 논문 자기표절 의혹이 일었고 이에 대해 “논문을 작성하던 당시에는 자기표절이란 것이 없었다”고 궁색한 변명을 내놓아 빈축을 샀다.

이뿐만 아니라 윤성규 환경부 장관과 유일호 경제부총리이자 전 국토부장관의 경우도 각각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자기표절: 쌍둥이 논문)과 논문 학회지 중복게제 의혹이 일었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의 경우에는 제자의 논문을 표절한 뒤 자신의 것으로 등재하고 거액의 연구비를 타냈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정 장관은 “논문 표절이 아니다. 행정착오로 학생이름이 누락됐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도 허태열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표절 의혹), 송광용 전 청와대교육문화 수석(제자 논문 가로채기 의혹), 대구 동구갑에 출사표를 던진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장관의 경우 논문 중복게제 의혹이 제기됐다. 그나마 박근혜 정부 고위직 인사 중에서 김명수 교육부 장관 내정자만 표절 의혹 논문이 11건이 돼 중도 낙마한 유일한 인사로 기록되고 있다.박근혜 정부와 여당 의원들만 논문 표절 의혹이 몰려 있는 것은 아니다. 집권 여당 인사들보다는 드물지만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인재영입을 하면서 논물 표절 의혹이 일어 영입을 철회한 사건이 있었다.

더민주당 ‘인재영입4호’로 첫 여성이었던 김선현 차의과대학 교수가 논문 표절의혹에 휩싸여 영입이 철회됐다 김 교수는 2012년 자신이 펴낸 임상 미술치료에 관한 책에서 첫 번째 장의 거의 전부와 두 번째 장의 일부가 다른 의대 교수가 학회지에 게재한 논문과 토씨와 문장부호까지 복사한 것처럼 똑같아 의혹을 받았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자신의 불찰이라고 잘못을 인정하고 입당을 포기했다. 문제는 김 교수의 인재 영입 전 문재인 당 대표실에 논문 표절 의혹이 보고됐지만 묵살하고 인재영입을 시도하다가 망신당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학벌우선 '일그러진 자화상'

정치권 일각에서는 체육인이나 군출신 그리고 기업인이 전문적 학자 수준의 엄격성을 요구하기에는 무리라는 반박도 있다. 하지만 석박사 학위가 정치권과 학계에서 중요한 경력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회의원 자격에는 심각한 문제로 국회의원이나 장관직에서 사퇴하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학계의 한 인사는 “논문 표절은 학력을 우선시하는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라면서 “고위직에 오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명백한 범법 행위로 처벌과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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