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뜨는 黃, 대권 ‘빅 4’ 진입. ‘정통 보수’ 깃발 든다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새누리당의 ‘히든카드’로 황교안 권한대행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반기문 전 총장이 귀국했음에도 ‘반풍(潘風)’은 미미했던 반면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황 대행은 대권 후보 ‘빅 4’에 진입했다. 박 대통령에게 실망한 기존의 보수 지지층이 반 전 총장의 귀국에 맞춰 ‘대이동’을 할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여기에 야권은 여전히 ‘황교안 대망론’ 흠집 내기에 몰두하고 있다. 이인제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음에도 야권의 정적(政敵)은 황 대행 하나뿐인 듯한 모습이다. 이처럼 주변의 모든 상황들이 일제히 ‘보수의 새 상품’으로 황교안 권한대행을 지목하고 있다. 그렇다고 ‘국정 안정화’라는 임무를 짊어진 황 권한대행이 섣불리 대권가도에 뛰어들 수도 없는 게 사실이다. 황 권한대행의 앞으로의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출마 부추기지 말라” VS “여권 상황 탓에 결국 나갈 것”
- 野, 황교안 자중하라더니… 이번엔 적극 나서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정치와 외교를 넘나드는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무당층을 형성하고 있는 기존의 보수층에서도 ‘히든카드’로 부각되면서 지지율이 어느새 10%에 육박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그림자였던 황 권한대행이 약 한 달 만에 보수 진영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황교안 지지율
유승민 뛰어넘어…

매주 실시되는 여론조사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1월 차기 지도자 선호도 월례 조사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5%의 지지율로 우뚝 섰다. 유승민 의원(3%), 손학규 전 의원(2%)을 단번에 뛰어넘은 수치다. 여권 주자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특히 황 권한대행은 지역 연고가 전혀 없는 ‘보수의 심장’ TK지역에서 무려 12%의 지지율을 얻었다.

나아가 정치권은 지난 2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9.0%를 기록했던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에도 오히려 상승한 것에 주목한다. ‘보수의 희망’ 반기문 전 총장이 귀국했음에도 반풍(潘風)은 미미했고, 오히려 ‘황교안 대망론’의 불씨가 되살아났다는 것.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반기문 후보로부터 이탈한 유권자들이 아닌가 추측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 역시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이 달리는 사람들을 추월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그만큼 황교안은 잠재적 지지층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대권후보 아닌 대권후보다”라고 평가했다.

황 권한대행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이 달라진 것도 이 같은 지지율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 비록 황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지만 그의 지지율은 급상승을 계속해 어느새 두 자릿수에 육박했다.

다만 “지금은 조심할 때”라며 대선 출마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황 권한대행을 대선주자로 과도하게 띄우는 것을 경계하는 시선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대선에 출마할 경우 권한대행 직에서 물러나야 하는데, 이 경우 대통령 직무정지로 혼란스러워진 국정을 안정시키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정통 보수’ 전멸한 여권,
황교안 대안 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대선 주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새누리당입장에선 ‘정통 보수’ 황교안 권한대행은 최고의 ‘파트너’이자 ‘주군’이다. 사실상 새누리당 대선 후보군 중 이인제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최근 출사표를 던졌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다. 김관용 경북도지사 역시 대선 출마 공식 선언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문재인 대세론’에 맞서기에는 부족하다는 분위기가 여권 내 존재한다.

지난 1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의 2017년 1월 정당별 19대 대통령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여실히 드러난다. 새누리당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황교안 권한대행이 17.4%를 기록, 2위 김문수 전 경기지사(8.2%)와 9.2% p의 격차를 보이며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에 지난 17일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황 권한대행이 보수 진영 후보로는 딱이다. 더할 나위 없다”며 “그분의 이념과 사고는 보수정당에 정확하게 맞는다. 지지율도 오르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전원책 변호사도 ‘썰전’에 출연해 “보수진영 지지자들이 마음을 줄 곳이 없다”며 “(황교안 권한대행이) 보수의 등대”라고 평가했다.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범여권으로 후보군을 넓혔을 때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바른정당의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유승민 의원은 비박계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짐에 따라 ‘보수의 심장’ TK에서 ‘배신의 아이콘’으로 등극,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야권의 승리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보수의 심장’이 분열되는 것은 곧 보수 정당의 ‘필패’를 의미한다. 유 의원이 범여권의 대선후보로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반면 황 권한대행은 TK뿐만 아니라 PK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PK 출신 보수 성향 후보가 전무한 상황에서 PK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문 전 대표를 상대할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는 것.

새누리당 소속 한 PK의원은 “비록 황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보수 세력의 출마 요구는 꾸준하다”며 “그가 출마 결심을 굳히면 대선판을 흔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 역시 “PK 정치권에서 황 대행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황 권한대행에 대한 PK의 관심은 지표상에 그대로 드러난다. 황 권한대행을 ‘새누리당 후보’로 가정한 지난 11~12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황 대행은 PK 지역에서 17.3%의 지지를 얻어 31.1%를 기록한 문재인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황 권한대행은 부산고검장·창원지검장·부산동부지청 차장·통영지청장 등 네 번이나 PK에서 근무했다.

“황교안, 반기문 넘어설 날도
머지않았다”

더욱이 지난 6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지지층의 경우 86%가 황 권한대행을 긍정 평가했다. 개혁보수신당 지지층에서도 긍정 평가 비율은 74%에 달했다. 무당층에서도 긍정률(42%)이 부정률(30%)을 웃돌았다.

이는 곧 보수 지지층이 ‘보수의 희망’으로 반기문 전 총장뿐만 아니라 황교안 권한대행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모든 지표와 상황들이 새누리당, 나아가 범여권의 대선후보로 황교안 권한대행을 가리키고 있다는 평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황교안 권한대행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넘어설 날도 머지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거리와 광장에서 ‘촛불시위’와 세 겨룸에서 우세(優勢)를 확보해 가고 있는 ‘태극기시위’ 세력이 조만간 황교안, 반기문 두 사람 중 하나를 앞세우고 보수정권 재창출의 기치를 높게 들 것이다”라며 “박근혜 대통령에 실망해 무당층을 형성하고 있는 기존 보수층이 ‘정통 보수’ 후보의 등장만을 절실하게 기다리고 있다”고 반 전 총장이 아닌 황 권한대행의 우세를 점쳤다.

무엇보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등 범여권 세력이 누구나 예상했던 ‘반기문 카드’에만 목을 맨다면 상대적으로 대권 주자들이 즐비한 야권에 대선 ‘시청률’을 빼앗길 공산이 크다. 반면 범여권이 반기문 전 사무총장과 황교안 권한대행 두 사람을 내세워 ‘드라마’를 만든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또한 최근 리얼미터 조사에 의하면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의 지지율을 합하면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수치보다 높게 조사됐다. 즉 반 전 총장과 황 권한대행을 합하면 보수에게도 희망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반 전 총장과 황 권한대행이 각각 바른정당과 새누리당의 대표주자가 돼서 뛰다가 막판 여론조사에서 지지가 높은 쪽으로 표를 몰아준다면 보수 정권 재창출도 꿈만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민주당은 황 대행이 “대선 출마 생각이 없다”며 국정수습에만 올인하겠다고 뜻을 밝혔음에도 황 대행을 상대 정당 대선후보 견제하듯 몰아부치고 있다. 심지어 야권은 황 권한대행에게 현상 유지만을 하라며 자중을 촉구하면서도 국정 운영에 나설 것을 주문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대변인은 최근 ‘황 권한대행은 괜한 인사 욕심 자제하고 자중하라’는 논평을 통해 “우리당은 황 권한대행의 인사권 행사 범위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이라며 “불요불급하다는 국민적 판단이 있지 않은 한 모든 인사는 정통성을 획득한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황 권한대행은 대통령이 된 양 행동하지 말라”며 “실패한 정권의 총리로 부끄럽지만 조용히 있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자중을 촉구했다.

그러나 야당은 처리하기 곤란한 현안이 대두되자 돌연 입장을 바꿨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일본의 위안부 소녀상 철거 논란이 일자 “정부가 앞장서 해결하라”고 주문했다. 일본 외무상이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그냥 ‘개탄한다’는 이런 발언만으로 끌고 가지 말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대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정치권의 한 인사는 “불과 며칠 전까지 황 권한대행에게 현상유지만을 하라고 하지 않았나”라며 “‘우리들은 주군을 왕좌에 앉힐 테니, 너는 나라나 돌봐라’라고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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