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에서 검출된 삼중수소, 몸은 이미 오염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해 12월 영화 ‘판도라’가 개봉되면서 지진과 함께 재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지난해 강진 이전만 해도 정부나 시민들이 원자력 발전이나 지진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환경 관련 단체들에서는 꾸준히 국내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지적해 왔다. 지난 2011년 3월 경주 월성원전 민간환경감시기구도 2010년 가을 월성원전 주변 주민의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양남면 나아리 주민의 체내에서 평균 23.6베크렐, 읍천리 주민은 평균 14.3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다행스럽게도 주민들 몸속에서 검출된 삼중수소 피폭선량이 연간 인체 선량한도 제한치에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원전 주변 주민 몸 안에 방사성 물질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월 또다시 경북 경주 월성원전 주민 인체에서 검사자 전원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이들에게 검출된 방사성 물질 삼중수소가 무엇인지 위험성은 없는지 일요서울이 짚어봤다.

삼중수소…암, 백혈병 등 질병 원인
원전 주민들, 공기·음식물 통해 흡수

삼중수소는 원전을 가동할 때 발생하는 방사성 물질이다. 자연계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보통 수소보다 무거운 수소를 말한다. 수소폭탄 등 제조에 이용되기도 하며 화학, 생물, 생화학 연구에서 방사성 추적 물질로도 사용된다.

보통 수소원자는 양성자와 전자 하나씩으로 구성된다. 삼중수소원자는 여기에 중성자가 2개 더 붙어 있다. 삼중수소는 크기가 매우 작고 이온을 띠지 않아 금속과 콘크리트 구조물을 통과하기 때문에 일단 발생하면 원자로 외부로의 유출을 막기가 어렵다.

삼중수소는 전자로 된 베타선이라는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물질로 베타선의 에너지 크기는 약한 편이다. 하지만 삼중수소가 몸속으로 들어갈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베타선은 멀리 가지 못하기 때문에 삼중수소 주변에 에너지가 집중되어 주변 세포 손상을 일으킨다. 세포의 손상, 유전자의 손상이 집중적으로 일어나면서 암과 백혈병 등의 질병이 발생한다.

또 입자를 흡입할 경우, 폐에서 장기간 발암성 유해물이 될 수 있다. 특히 수소와 비슷하게 존재해 공기나 음식물 등을 통해 인체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중수로형 원전의 핵연료를 식히는 냉각재인 중수를 쓰는 월성원전과 같은 중수로형 원전을 가동할 경우, 삼중수소의 다량 발생은 막을 수 없다는 게 정설이다.

그나마 2007년 10월부터 월성원전 4기에 삼중수소 제거기가 한 대 도입되면서 방출되는 삼중수소 양은 줄었지만 여전히 다른 원전지역보다 발생하는 양이 열 배가 넘는다.

20세 미만
아동·청소년까지 검출

지난해 1월 월성원전 주민 방사성 물질 검출 발표에서도 주민들 체내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지난해 검사는 5세부터 19세까지의 아동·청소년도 포함돼 있었다. 검사를 받은 주민 40명 전원에게서 체내에 삼중수소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20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조사한 건 처음이었다.

방사성 물질이 체내로 흡수되면 대사과정에서 배출되는데 삼중수소는 수소를 대체하는 방사성 물질이라 몸의 구성성분이 된다. 몸의 구성성분이 돼 버리면 수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악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월성원전 주변 환경이 삼중수소로 오염돼 있어 삼중수소가 체외로 배출되는 것과 동시에 다시 들어오게 되면 영향력은 그만큼 커지게 된다.

검사 과정 중 소변 시료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는 것은 몸 전체가 삼중수소로 오염돼 있다는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다른 방사능 물질
노출됐을 수도

지난해 1월 21일 열린 ‘월성원전 주민 삼중수소 검출결과 발표 및 대책마련 요구’ 기자회견에서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는 “소변 중 삼중수소가 검출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환경 중 삼중수소에 노출된 것을 의미하지만 조금 더 넓게 바라보면 원전에서 배출된 혹은 누출된 다른 방사능 물질에도 노출될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삼중수소는 정상적인 수소와 똑같은 방식으로 화학반응을 하기 때문에 산소를 만나서는 물분자를 만들고 탄소와 만나서는 탄수화물을 만든다. 삼중수소가 신체 내에 들어와 탄소와 만나 탄수화물 성분으로 결합되는 경우에는 훨씬 더 오랜 시간 동안 몸에 머물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다 붕괴되면서 삼중수소가 헬륨으로 바뀌게 되면 해당 탄수화물은 그 구조가 비틀어지면서 변성되게 된다. 결국 해당 분자, 해당 세포, 그리고 해당 조직의 변성이 일어나면서 생체 기능이 변화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원전 주변에 암환자 발생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와 원전사업자는 기준치 이하라고만 밝히며 방사성 물질에 의한 건강피해에 대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조사가 없다고 말했다.

또 정부와 원전사업자는 원전가동으로 건강 피해를 입고 있는 주민들에 대해 이주를 포함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뉴시스>

원전 재가동 시점부터
오염도 더욱 높아져

한편 월성원전 1호기는 2012년 11월 20일부터 2015년 6월 9일까지 가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2015년 6월 10일 수명연장 재가동을 실시했다. 특히 지난해 방사성 물질 조사는 정지 2년 7개월 만에 재가동된 후 첫 조사다.

2011년 조사에서는 주민들에게 검출된 삼중수소가 16.4~31.4베크렐이었다. 원전 중단기간이었던 2014년 8월 이후 확보된 주민들의 소변 시료에서는 리터당 8.36베크렐이 검출돼 오히려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조사 결과에서는 리터당 17.3베크렐로 삼중수소가 급격히 증가했다.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재가동 시기가 2015년 6월 10일인 점을 살펴봤을 때 월성원전 1호기 재가동이 주민들의 삼중수소 오염을 더 높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