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사항 수용 불가’ 방침 전달하자 ‘연락 두절’

공범 2명이 지난 20일 차량에 숨진 A씨를 방치한 채 이동하는 모습 [사진=경기북부지방경찰청 제공]
공범 2명이 지난 20일 차량에 숨진 A씨를 방치한 채 이동하는 모습. [사진=경기북부지방경찰청 제공]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조직폭력배와 만난 뒤 사체로 발견된 부동산업자 A(56)씨의 사망 경위를 두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국제PJ파 부두목 B(61)씨가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지구에서 A씨와 만나 깍듯이 예의를 갖추는 모습이 CCTV에 찍혀 사실상 A씨가 접대를 받는 자리였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B씨는 잠적한 뒤 도주 행각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경찰에 자수의사를 전달한 상태다. B씨는 “억울하다. A씨를 살해할 의도와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경찰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자수의 전제조건까지 들며 경찰을 설득했다. 그러나 경찰은 B씨가 수사의 혼선을 노리고 거짓 자백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아 요구사항 수용불가 방침을 전달했다. 이후 B씨는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전해졌다. 과연 그가 자수할지, 정확한 살해 이유는 무엇일지 이목이 집중된다.

깍듯이 대하던 부동산업자 왜 죽였나···과연 투자 분쟁일까

지난 21일 오후 1030분경 양주시 남방동 양주시청 인근 공터 주차장에 주차된 차안에서 부동산업자 A씨가 숨져 있는 것을 순찰 중인 경찰이 발견했다.

차량 뒷자리에서 발견된 A씨는 이불에 덮인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폭행으로 얼굴과 하체에 심한 멍이 든 상태였다고 한다.

또 다리가 골절되고 피부 일부가 떨어져 나와 둔기와 주먹 등을 사용한 구타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숨진 A씨는 지난 19일 아침 B씨를 만나러 간다며 전주에 위치한 자택에서 나간 뒤 같은 날 오후 240분경 가족과의 통화를 끝으로 연락이 두절됐다. 다음 날 오전 740분경 서울 성수대교에서 액정이 깨진 휴대전화가 발견되면서 납치 의심 실종신고가 가족에 의해 접수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평소 투자 관계로 B씨와 만남을 이어갔으며 지난 19일 정오경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B씨와 일행을 만난 뒤 일식집에서 식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A씨는 B씨와 근처 오피스텔에 잠시 들른 뒤 상무지구의 노래방에 함께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해당 노래방은 B씨의 지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알려졌으며, 이날은 영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B씨의 일행은 다음 날 오전 1시경 노래방에서 나와 B씨의 동생 C(58)씨가 운전하는 차량에 탑승했다. CCTV에는 A씨가 의식이 없어 보이는 상태로 B씨 일행 2명에게 부축 받아 차량에 타는 모습이 찍혔다.

동생공범 모두 잡혀

경찰은 C씨를 긴급체포해 지난 24일 구속했다. 이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국제PJ파 부두목인 친형의 지시를 받고 A씨를 차량에 감금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상 공동감금).

경찰 조사 결과 C씨는 형인 B씨의 연락을 받은 뒤 지인에게 빌린 외제차에 A씨를 태우고 5시간가량 감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차량을 직접 운전한 C씨는 같은 날 오전 610분경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인근 도로에서 홀로 내린 뒤 KTX열차를 이용해 광주로 되돌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경찰에 형의 연락을 받고 노래방에 갔다. 다른 남성 2명이 부축해 만취한 A씨를 차량 뒷좌석에 태웠고 A씨는 차에 탄 동안 코를 골며 잠만 잤다고 진술하며 범행 가담을 부인하고 있다.

C씨가 모는 차량에 탑승하는 과정에서 A씨를 부축했던 2명도 지난 22일 오전 1020분경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한 모텔 객실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이후 차례로 구속됐다.

발견 당시 2명은 수면유도제를 먹고 의식이 없는 상태였으며, 객실에서는 범행 경위와 A씨가 숨져 있던 차량 위치 등이 적힌 메모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경찰청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경기북부경찰청은 공범 2명을 상대로 부두목 B씨의 범행 가담 정도와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키맨부두목 행방 묘연

경찰이 확보한 CCTV에는 B씨가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악수를 청하는 등 전반적으로 A씨에 대해 예를 갖추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들은 호텔에서 만나 근처 일식집에서 식사와 함께 간단히 술을 즐긴 뒤 A씨와 B씨만 근처 오피스텔로 이동했다.

이 과정도 접대의 일부로 추정되고 있다. 이어진 노래방 자리는 공범 2명이 30분 정도 먼저 가서 자리를 준비하기도 했다.

B씨 지인의 노래방에서 이들은 러시아인 도우미를 불러 노래와 술을 즐기다 오후 6시경 도우미들을 모두 내보냈다.

이후 B씨 일행은 다음 날 오전 1시경 B씨의 동생 C씨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서울로 이동한 것이다.

경찰은 이들이 투자 문제로 만나고 있었던 만큼 투자에 관한 분쟁이 생겨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조직폭력배들은 투자 원금의 2배 이상을 회수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투자에서 손실을 봤더라도 자금 회수를 위해 상대방을 살려두는 경우가 많은 만큼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이 때문에 경찰은 이들의 자금 거래내역도 추적하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 B씨가 돌연 가족을 통해 경찰에 자수 의사를 밝혔다. 그는 억울하다. A씨를 살해할 의도와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경찰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자수의 전제조건으로 광주 서부경찰에서에서 수사할 것’, ‘충분한 의견 개진 기회를 줄 것등을 들었다.

이에 경찰은 사건은 이미 경기 양주경찰서에 이첩됐다. 관할 경찰서에서 수사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B씨는 잠적한 뒤 도주 행각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 수사를 맡았던 광주경찰이 B씨에 대해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 등 혐의를 적용한 만큼 B씨가 광주에서 수사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은 B씨가 수사 혼선을 노리고 거짓 자백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의 수용불가 방침 전달 후 B씨는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경기북부광주경찰은 공조 수사를 통해 부두목 B씨의 행방을 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상 이번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두목 B씨를 검거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공범들이 모두 구속됨에 따라 이번 범행의 자세한 경위와 동기를 파악하고, B씨가 은신할 만한 곳을 중심으로 추적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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