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진화하는 ‘도박사이트’, 이젠 ‘재테크’로 위장한다
[단독] 진화하는 ‘도박사이트’, 이젠 ‘재테크’로 위장한다
  • 조택영 기자
  • 입력 2019-12-06 09:31
  • 승인 2019.12.06 09:42
  • 호수 1336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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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회사원 ‘속수무책’···돈 좀 벌면 사이트 폐쇄 후 ‘먹튀’
기자가 접촉한 도박사이트. 도박 종류도 다양하다. [해당 도박사이트 화면 캡처]
기자가 접촉한 도박사이트. 도박 종류도 다양하다. [해당 도박사이트 화면 캡처]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이제는 대놓고 홍보하지 않는다. 재테크를 통해 거액을 손에 쥘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합법이니 믿고 맡기라는 말로 신뢰감을 준다. 상담을 진행하면 태도가 급변한다. 이쯤 되면 평범한 재테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미 돈에 현혹돼 결제 버튼을 누르게 된다. 이는 갈수록 교묘해지고 진화하는 도박사이트 얘기다. 도박사이트 관계자들의 사탕발림에 평범한 주부, 회사원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일요서울은 재테크 위장 도박사이트의 실체를 추적해봤다.

회원 후기 조작’ ‘미인계’ ‘돈 다발로 유혹···경찰 해외 수사기관과 공조

도박사이트 관계자들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 등을 통해 10~20대 젊은층에게 홍보하고, 소액을 꾸준히 벌어들였다면 이제는 판이 커졌다.

재테크인 것처럼 위장한 뒤 평범한 주부회사원들을 온라인 도박사이트에 유입시켜 결제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다. 연령층이 올라갔으니 투입되는 금액의 규모도 기존과는 비교할 수 없이 커졌다.

심지어 이런 도박사이트들은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먹튀(거액의 돈을 벌어들이고 그만큼의 구실은 하지 않은 채 수익만을 챙겨서 떠나는 것)’로 회원들을 더욱 무너뜨린다.

도박사이트 관계자들은 현금 다발, 회원 후기 등 사진을 올리며 유혹한다.
도박사이트 관계자들은 현금 다발, 회원 후기, 슈퍼카 등 사진을 올리며 유혹한다. [해당 도박사이트 관계자 블로그 홍보글 화면 캡처]

상담하면 재테크도박

도박사이트 관계자들은 재테크로 떼돈을 벌수 있다는 글과 현금 다발, 유명 슈퍼카, 회원 후기 등의 사진을 함께 올리며 새로운 투자방법 및 노하우를 전달하겠다고 홍보한다. 손쉽게 수익을 보고 싶다면 상담을 요청하라고 유도하는 것이다.

상담을 진행하면 태도가 바뀐다. 결과가 조작된 스포츠 경기 등의 값을 확보해 고수익을 보는 정보라고 말 바꾸기 한다. 물론 도박사이트라는 내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안내하는 사이트로 접속하면 도박사이트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이미 현혹된 사람들은 도박에는 관심이 없다. 원하는 정보를 얻고, 상담사가 단언했던 수익만 챙기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후 도박사이트 관계자들은 실제로 돈이 모이는 것처럼 게임을 조작한다. 회원을 안심시키고 신뢰를 쌓는 과정이다. 때로는 잃은 돈까지 회원에게 돌려준다. 더 큰 금액을 빼돌리기 위함이다. 그러나 결과는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 회원들은 이때쯤 정신을 차리더라도 회복이 불가하다. 이미 도박사이트 관계자들은 먹튀를 한 뒤이기 때문이다.

회원 후기도 조작한다. [해당 도박사이트 관계자 블로그 홍보글 화면 캡처]
많은 회원들이 문의를 준다고 부풀린다. [해당 도박사이트 관계자 블로그 홍보글 화면 캡처]

지난 3월 이러한 방식으로 투자금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지난해 하반기 동안 유명 포털사이트 게시판이나 SNS고수익 파워볼 재테크’, ‘재테크 달인! 원금 보장, 투자금의 5~20배를 돌려드립니다등의 광고글로 회원들을 유치했다.

이들은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속여 회원들에게 8000만 원을 가로챘다. 또 정보를 믿게 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고용한 뒤 실제 수익을 올린 경험이 있는 것처럼 허위의 댓글을 작성하게 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회원들이 투자금을 송금하면 수십 배에 달하는 금액에 당첨됐다고 한 뒤 수익금 환급을 위한 가상계좌 발급비용, 몰수계좌 복구비용 등의 명목으로 피해금을 추가 요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투자 금액으로

회원등급 나뉘어

기자는 도박사이트를 재테크로 속여 홍보하고 있는 관계자에게 접근했다. 도박사이트 관계자들은 남성이 많이 유입된다는 점을 악용해 자신을 여성 상담사로 속여 노출 사진까지 도배해 놓는다. 일종의 현혹 전략이다.

관계자에게 재테크 종류를 물으면 수익 및 원금회복을 목표로 회원님들께 도움을 드리고 있다면서 재테크에 대해서 들어봤거나 경험한 적이 있느냐고 대답한다. 재테크에 대해 어느 정도 정보가 있는 사람인지, 초보자인지를 판가름하는 작업이다.

관계자에게 초보자라고 설명하면 처음이시면 제가 회원님이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설명해드리겠다며 말하다가 갑자기 요즘 사다리, 그래프, 바카라 등 이런 게임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셨을 것이다. 요점을 말하자면 저런 게임 종류는 모두 거짓이다. 제가 추천드리는 재테크는 스포츠 하부리그를 상대로 결과가 조작된 경기를 구매해서 고수익을 보는 정보라고 설명한다.

이어 해외 상위 1% 분들이 돈을 주고 결과 값을 조작한 경기의 승패결과를 브로커를 통해 미리 알고 구매하는 것이라며 안내드리려고 하는 정보는 일반인들이 절대 접근할 수 없는 고급정보이며, 쉽게 이야기를 하자면 답이 정해져 있는 답지를 회원에게 알려드리려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상담을 받던 사람들도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관계자는 절대 불법이 아니라고 일축한다. 관계자는 해외 라이선스를 보유한 안전한 투자사이트에서 진행하니 걱정할 일이 없다. 가입한 뒤 브로커에게 입수한 고급정보로 투자부터 환급까지 안내해 드리니 걱정하지 말라면서 해외 스포츠 경기의 결과값을 해외 현지 브로커에게 저의 사비로 먼저 구매해 당일 수익창출 도움을 드리고 일부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의 설명은 미리 만들어놓은 말을 붙여 넣는 것으로 추정된다. 관계자는 기자가 질문했던 것과 다른 답변을 줬다가 급하게 메시지를 삭제하기도 했다.

회원 등급은 투자 금액으로 나뉜다. 일반 회원은 10~100만 원, Royal 회원은 500~1000만 원, VIP 회원은 2000~3000만 원, VVIP 회원은 5000~8000만 원, MVP 회원은 1억 원 이상이다. 등급에 따라 수수료도 다르고 받는 정보도 다르다고 설명한다. 고액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다.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사이트 회원가입을 했다. 아무나 접근할 수 없다. 꼭 상담을 받고 신뢰를 얻어야만 사이트 주소 및 가입코드를 준다. 가입 승인을 받은 뒤 접속해 보니 크로스, 핸디캡, 스페셜, 바카라, 파워볼, 파워사다리, 윈디볼 등 도박 종류도 다양했다.

이들은 여러 도메인(숫자로 이뤄진 인터넷상의 IP주소를 알기 쉬운 문자로 바꿔주는 것)을 보유하며 비상 상황 발생 시 접속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들은 지인을 추천하면 혜택을 준다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었다.

이러한 도박사이트 수법에 당한 피해자들은 불법 도박사이트 피해자 모임을 결성하고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서울, 경기, 인천, 강원 등에서 15명가량이 27100여만 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경찰도 도박사이트 근절에 힘을 쓰는 모양새다. 우후죽순으로 이러한 수법의 도박사이트가 증가하는 만큼 올해 6개의 지방청에 도박 전담팀을 신설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6월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지난해 동기간 대비 단속건수만 2배 이상(17473625), 검거인원(23994876)과 구속인원(116184)도 급증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하는 경우도 많아 적발에 어려움에 있다면서 그러나 향후 해외 수사기관과의 공조를 확대해 도박사이트 근절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관계자뿐만 아니라 피해를 당한 투자자도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현혹당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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