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공천=김형오 측근 공천?

[일요서울 | 이기우 언론인] 예고된 갈등이 표면화됐다. ‘김형오 발 공천’에 대한 미래통합당 내부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김형오 사천’ 논란이 당을 뒤흔들고 있다. 애초 기대했던 ‘시스템 공천’ 대신 곳곳에 ‘기획 공천’, ‘각본 공천’, ‘보이지 않은 손’에 의한 공천 정황도 속속 보인다. 황교안 대표가 ‘재의 요구’를 한 것에 대해 김형오 위원장이 일부 수용함으로써, 여과 없이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서울 강남병 김미균 씨 공천 논란을 빌미로 김 위원장이 사퇴라는 강수를 두었으나 당내에서는 김 위원장이 ‘개혁공천이라는 명분하에 막장공천을 했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김형오 전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뉴시스]
김형오 전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뉴시스]

-여론조사 4등, 5등 후보 경선 붙이거나 막말 후보들 경선 기회 주고…
-황교안 대표 위기의식, 김형오 ‘제동’, “일부 잡음 있다”
-‘시스템에 의한 공천’ 물 건너가고 ‘원칙과 기준’도 사라져 불만고조

“황교안 대표가 종로 선거에 신경 쓰느라 전체적인 조율을 하지 못하고 있다 .황 대표의 당권이 내리막길인 것 같다.” 김형오 발 공천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통합당 고위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비판의 요지는 김형오 사천 논란이 불거진 데다 통합당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에서조차 지역 안배, 지역 인물과 무관한 인사 등을 공천한 것에 대한 불만이 강한데도 별다른‘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황 대표의 리더십 논란이 자리 잡고 있다.

황 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공천에 대한 전권을 주면서 공관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김형오 사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이번 공천 과정을 살펴본 대구·경북 지역의 한 인사는“지역에서 수년 또는 수십여 년 동안 봉사하며 묵묵히 일할 필요가 없다”며“통합당이 왜 지역의 정서는 깡그리 무시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이번 결과만 놓고 볼 때 그 오랜 기간 지역민들과 부대낀 정치 희망자는 정치 흐름조차 읽지 못한 완전 초보자”라며 통합당 공관위가 지역정치 실종에 총대를 메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의 공천을 두고 ‘개혁 공천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개혁 공천이라는 명분으로 막장 공천을 했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들은 대구·경북 공천만 봐도 그 실상을 알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진박 논란 인사 단수 공천, 공천 기준은 ‘고무줄’

실제 통합당 대구·경북 공천을 놓고 지역 언론사뿐만 아니라 당 안팎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사심이 개입됐을 뿐 지역 여론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우선 대구 달서갑에 단수 공천을 받았다가 경선으로 전환된 이두아 전 의원의 경우 김 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노무현 정부 시절, 사립학교법 처리를 두고 여권과 정쟁을 치를 당시 한나라당(현 통합당)은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을 청구했다. 소송 대리인은 법무법인 서울이다. 이 로펌에는 이석연, 이두아 변호사 등이었다. 이석연 변호사는 통합당 공관위원이었고, 이 전 의원은 대구 달서갑 단수 공천을 받았다. 이 전 의원은 또 이명박 대선 캠프에 참여하면서 김 위원장과도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주·문경·예천에서 단수 공천을 받았던 황헌 전 MBC앵커는 선거구 조정으로 인해 영주·영양·봉화·울진 선거구에서 경선을 치르게 됐다. 울진 출신의 박형수 전 대구고검 부장검사와 울진 출신의 이귀영 미국 연방 공인건축사 간의3파전이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황헌 전 MBC앵커를 주기 위한 경선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울진 출신 인사들의 표를 나눠가짐으로써 영주 출신인 황 전 MBC앵커로서는 선거구 중 가장 많은 인구가 분포되어 있는 영주표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각본대로 3자 경선이 붙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이 심상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황 전 MBC앵커와 김 위원장이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 때문이다.

황 전 앵커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 2012년 MBC파업에 참여했던 기자들에 대해 “보도부문 일벌백계 대상”이라며 취재기자 블랙리스트를 작성·보고했던 당시 여당 성향이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측 핵심인사였던 김 위원장과 교감이 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두 사람은 지역에서 활동이 없었다는 점에서 당내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파격적’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이 외에도 대구 북갑의 양금희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과 경북 안동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 부위원장도 지역 활동이 전무한 인사들이 공천을 받았다는 평가다.

이 외에도 송한섭 전 의사 겸 검사(서울 양천갑), 최홍 전ING자산운용 대표(서울 강남을), 배준영 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인천 중구·동구·강화·옹진), 허용범 전 국회도서관장(서울 동대문갑)등도 김형오 사천 논란 중심에 있다.

뿐만 아니라 특정 인사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기류도 있었다. 여론조사에서 4등, 5등 하는 후보들을 경선에 붙이고 2등, 3등 하는 후보를 경선에 붙이는 사례도 적잖았다. 또 현역 의원을 의도적으로 배제시키는 대신 경선에서 특정 후보를 밀어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약체 후보를 경선에 붙이는 사례도 있었다.

김 위원장은 막말 논란이 있었던 정치인들을 공천에서 배제하며 보수 정치의 품격을 한 단계 올릴 공천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실상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징하게 해쳐먹는다”라고 했던 차명진 전 의원은 경선 기회를 얻었고, 막말 논란을 일으킨 민경욱 의원은 우여곡절 끝에 경선 기회를 부여받았다.

더 나아가 어떤 의원에게는 지방선거 패배를 거론하며 컷오프시켰으나,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또 다른 의원은 단수공천을 받는 등 오락가락한 공관위의 공천 기준도 논란이 되는 실정이다.

金, “시대의 강 건너려면”…당 안팎 진박 인사는

더구나 김 위원장은 권성동 의원을 컷오프시키면서 “우리 기준에 따라서 했고, 시대의 강을 건너려면 밟고 지나갈 다리가 필요하지 않나. 다리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바”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진박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사들은 왜 단수 공천을 주느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통합당 한 의원은 “공관위가 시스템에 의한 공천을 하지 않으면서 공관위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며 “사천 논란이 불거진 것도 역시 원칙과 기준이 없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황 대표는 김종인 선대위원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 위원장과 당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김종인 전 대표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김 전 대표가 통합당 공천 과정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는“선거대책위원장으로 도움이 되려면 당에서 도움이 될 여건을 갖춰놔야 한다”며 선대위원장 수락 조건으로 일부 공천 결과를 재검토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는 요구로 보인다. 내심 공천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형오 공관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대표는 또 “적절하지 못한 사람을 꽂아넣은 게 문제”라며 “가까운 사람은 공천하면 안 되는 게(공천관리)위원장의 원칙인데 다 깨져버렸다”고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사천 논란을 지적했다.

이에 황 대표는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공관위에 재의 요구를 하면서 김 위원장을 제동걸었다. 황 대표는 “현재 진행되는 공천과 관련, 일부 잡음이 나오고 있다”며“일부 불공정 사례가 지속되고 있다”고 공관위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는 것을 보면서 현재까지의 공관위의 결정 일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며“총선에서 뜻을 모아 압승하기 위해서는 일부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황교안,김종인 카드로 제동, 사천논란,결국 사퇴한 김형오

이로부터 다음 날인 13일 김 위원장은 전격 사퇴했다. 표면적으론 서울 강남병 김미균 후보 전략 공천을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를 서울 지역 핵심 텃밭인 강남권에 배치했다는 논란이 일자 김 위원장이 사퇴했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우선추천(전략공천)으로 정해진 강남병 김미균 후보 추천을 철회한다”며 “이 모든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공관위원장직에서 사퇴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저의 사직으로 인해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보수의 중심 가치를 잘 굳혀 나가기를,더 단합하고 국민에게 정성을 더 많이 들여서 국민의 지지와 기대를 받는 당으로 커나가길 바란다”며 “이제 마무리 작업이 남았는데 지금이 중요한 시점도 되고, 아무래도 내가 떠나는 게 맞겠다. 모든 화살이 나한테 쏟아지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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