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20대 국회 후반기를 조국 사태가 장식했다면 21대 국회 전반기는 거의 출발과 동시에 윤미향 사태가 장식하고 있다. 지난해 후반기 조국 사태는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정국을 뒤흔들면서 진보 세력의 민낯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윤미향 사태조국 사태와 거의 판박이양상으로 전개되면서 기득권 세력화된 진보 세력의 이중적 태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로 시작된 윤미향 사태는 진보 세력의 진영 논리를 앞세운 대응으로 본질이 왜곡되고 폄하되고 있다. 자정 능력을 상실한 세력은 결국 망하는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냉혹한 비판도 나온다.

뉴시스
뉴시스

- ‘조국윤미향 사수대등장, ‘검찰개혁친일 프레임대응, 진보분열 등 공통점
-“과거의 진보 아냐, 이용수 할머니까지 표적 삼아비판 거세

윤미향 사태1992년부터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함께 위안부 해결을 위해 운동해 온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달 7일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요집회에서 받은 성금이 할머니들한테 쓰이지 않고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겠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이 할머니는 윤미향이 국회의원을 해선 안 된다앞으로 수요집회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가 정의연의 회계 문제를 지적한 이후 정의연과 이곳 이사장으로 활동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관련된 의혹이 쏟아져 나왔다. 안성 쉼터 고가매입 의혹, 아파트 구입 자금 출처딸 유학비 출처 의혹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왔다.

이 할머니는 지난달 252차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30년 동안 재주를 했고 그 돈은 되사람이 받아먹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윤 의원은 검찰의 정의연 사무실 등의 압수수색과 이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11일 동안 침묵을 지켜오다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을 부인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의원은 해명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윤 의원이 이처럼 당당한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은 민주당 지도부가 사수 의지를 천명했고, 친문 세력이 사수대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의원은 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시민당의 공천에는 친문 핵심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깊숙하게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의 공천 책임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친문은 책임론을 차단하고 윤미향 사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조국 사태윤미향 사태는 그 양상과 이에 대응하는 여권의 행태가 매우 유사하다. 조국 사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입시비리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진보 세력을 지지했던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조 전 장관과 그를 두둔하는 진보 진영의 말과 행동이 다른 위선적 행태는 기회 평등, 과정 공정, 결과 정의라는 문재인 정부의 모토를 크게 퇴색시켰다.

윤미향 사태도 마찬가지다. 정의연과 윤 의원의 그동안의 활동을 무조건 폄훼해서는 안되지만 기부금 착복 의혹과 회계 부정 의혹 등이 제기되며 시민단체들의 도덕성에 깊은 회의감이 들게 했다.

# 장면 하나, 지도부 전면나서 엄호’, 이용수 할머니 왜곡폄하

그럼에도 여권은 우리 편을 무조건 옹호해야 한다는 논리로 대응했다. ‘조국 사태윤미향 사태의 공통점으로는 우선 지도부가 전면에 나서 엄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초 당내에서 조국 전 장관 후보자 임명에 대한 반대 민심이 상당하고 21대 총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지도부는 끝까지 적격입장을 고수했다.

이해찬 대표는 당시 총리 공관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 당정청 회동을 갖고 이 같은 당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또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피의사실을 유포해 여론몰이식 수사하는 행태에 대해 강력한 경고와 함께 우려를 표한다라고 방어막을 쳤다.

이 대표는 윤미향 사태에 대해서는 일희일비하듯 하나하나 사건이 나올 때마다 대응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나도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말을 아끼고 있다며 함구령을 내렸다. 또 그는 윤 의원 관련해 합리적 의혹 제기까지도 신상털기로 치부하며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에 굴복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사수 의지를 천명했다.

# 장면 둘, 조국사태 반검찰 개혁’, 윤미향 친일 프레임방어

당 내에서는 이용수 할머니의 뜻을 왜곡하고 폄하하는 목소리까지 표출됐다. 최근 윤 의원이 지난 2012년 이용수 할머니의 제19대 총선 출마를 강하게 만류한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자 이 할머니가 윤미향 사태를 촉발시킨 것은 윤 의원이 자신의 국회의원 출마는 막아놓고선 정작 본인이 국회에 진출해 분노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 비판을 불러왔다.

우상호 의원은 지난달 27일 민주당 당선인 워크숍에서 기자들과 만나 할머니의 분노는 내가 정치를 하고 싶었는데 나를 못 하게 하고 네가 하느냐, 이 배신자야로 요약할 수 있다할머니의 분노를 유발한 것이 동기라고 주장했다.

여권은 조국 사태 당시에는 검찰 개혁 vs 반개혁세력의 대결 구도를 짰다. 조국 전 장관을 검찰 개혁의 적임자로 치켜세우고 조 전 장관 반대론자들은 검찰개혁 반대 세력으로 몰아세우며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다.

윤미향 사태가 터지자 여권이 들고 나온 것은 친일 프레임이었다. 송영길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완전하게 친일청산을 하지 못한 나라의 슬픈 자화상이라고 했고, 김두관 의원도 친일·반인권·반평화 세력이 최후의 공세를 하고 있다고 공격을 가했다.

# 장면 셋, ‘조국윤미향 사수대등장, 여론전 펼쳐 

조국 사태와 마찬가지로 윤미향 사태에서도 호위무사 역할을 하는 사수대가 등장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조국 전 장관 옹호에 적극 나섰던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과 방송인 김어준씨는 이번에도 다시 등장했다.

최민희 전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윤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에 대한 할머니의 거부감이 솔직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주장하거나 이 할머니가 기자회견에서 모금 뒤 배가 고파서 윤 당선인에게 밥을 사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 말에 대해서는 “(밥 값에) 기부금을 쓰면 안 된다며 윤 의원 두둔에 열을 올렸다. 김어준씨는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입장을 반영한 왜곡된 정보를 이 할머니에게 줬다고 개인적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배후설까지 제기했다.

여기에 친문 성향의 지지자들은 온라인상에서 이 할머니에 대해 치매설부터 정치공작설, 또 이 할머니의 출신 지역을 비하하는 지역 혐오 발언까지 쏟아내며 조롱했다.

# 장면 넷, ‘조국윤미향찬반으로 진보 분열

뉴시스
뉴시스

마지막으로 조국 사태와 마찬가지로 윤미향 사태에서 진보 진영은 분열했다.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을 지낸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조국 전 장관과 그를 비호하는 세력들에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들은 윤미향 사태에서도 마찬가지 행보를 보였다. 김 대표는 최근 라디오 방송에서 윤 의원의 개인 계좌를 이용한 기부금 모금 문제에 대해 이거는 좀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되고 이후로도 깊은 강도의 조사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진 전 교수도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분위기를 보아하니, 윤미향 건은 제2의 조국 사태로 갈 것 같다윤미향을 청산하지 않는 한 위안부 운동의 도덕성에 생긴 상처는 절대로 치유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국 전 장관 옹호 입장을 보였던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이번에는 이미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본인의 해명이 신뢰를 잃은 상태라며 민주당은 신속히 진상을 파악해 국민들께 밝히고 진실에 상응한 책임 있는 조치를 내놓기를 바란다라고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조국 사태윤미향 사태의 가장 다른 점을 찾자면 조국 사태의 경우는 조 전 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언론과 야당 등을 통해 의혹이 제기됐다. 반면 윤미향 사태는 야당이나 언론이 아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로 시작됐다.

진보 성향의 사회학자로 김대중 정부에서 정책기획위원장을 맡았던 한상진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중민재단) 이사장 겸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중민재단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진보는 더는 시민사회를 대변했던 과거의 진보가 아니다라며 윤미향 당선인을 사수하기 위해 이용수 할머니까지 표적으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진보가) 국가 권력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집단 또는 기성체제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진정한 진보라면 정의연 사태 이후 치열한 반성과 성찰을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는 최근 YTN에 출연해 그동안 입만 열면 도덕 찾고 정의 찾고 윤리 찾았던 사람들이 궁지에 몰리면 어떤 한 사람을 프레임을 가지고 몰고 들어가려고 한다는 건 그게 바로 적폐고 반드시 청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