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창궐 외국인 투자자 떠난 자리 ‘순매수’ 유지한 개인투자자

코로나19가 창궐하며 외국인 투자자가 떠난 자리에 ‘순매수’를 유지해 온 개인투자자들이 등락률 10위 종목 기준 평균 66.5%의 이익을 실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코로나19가 창궐하며 외국인 투자자가 떠난 자리에 ‘순매수’를 유지해 온 개인투자자들이 등락률 10위 종목 기준 평균 66.5%의 이익을 실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지난 3월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과 함께 폭락한 주가를 떠받치며 전투적으로 매수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의 보유 주식이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 등락률 10대 종목 기준 평균 66%를 넘어서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이 떠나면서 투매까지 우려되던 상황, 과도한 하락세를 이른바 동학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나타나 몸을 던져 지지하기 시작했다. 외국인의 도미노식 매도 흐름에 코스피는 1500선이 붕괴되며 1439를 기록했고, 750 전후로 유지되던 코스닥도 419를 찍었다. 이에 대장주를 기준으로 하는 개미군단의 매수가 빠른 주가 회복을 도우며 수익도 올리는 이중효과를 증명한 셈이다. 

 

주식 붕괴 온몸으로 막아선 동학개미 전략 성공
ETF 투자는 여전히 주의…단기간 변동성 엿봐야

 

미국 정부가 코로나19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한화로 500억 달러(약 60조9000억 원)에 이르는 유동성 투입에 나서던 지난 3월 9000에서 1만 사이를 오르내리던 미국의 나스닥은 6600까지 떨어졌다. 불과 2월에만 하더라도 3만 가까이 유지하던 다우지수는 1만8000까지 떨어졌다. 

일부 투자자들은 갈팡질팡하기 시작했고, 각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도 분석을 내놓기 어려울 만큼 상황은 급변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들의 국가별 사망자가 수만 명씩 발생하며, 증권사들은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에 따른 투자주의보를 내리기도 했다. 

반면 개미들은 이때를 기회로 보는 듯 우려의 목소리에도 매수에 집중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하고 있는 하락 주를 연일 개인투자자들이 사면서 순매수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급락하면 이를 극복하기 힘들 만큼 반대매매를 당할 수 있다며 미수금이나 주식담보대출로 투자하고 못 갚으면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우려 불식, 동학개미 66% 수익

이에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 등은 사이드카를 발동되고, 서킷브레이크 까지 걸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이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리기 위해 맹목적으로 매수하는 것을 두고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업계 전문가는 “당시 증권가에서는 기존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실제 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떨어진 주가하락’이라며 달래기에 나서는가 하면, 반대편에서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의 지나친 투자는 지양할 것을 권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개미들의 매수는 이어졌고, 개인투자자들의 거래대금 비중은 올해 초 47%에서 지난 5월 기준 66.5%까지 상승했다. 미국의 개인투자자 비중이 40%인 상황이 비교하면 동학개미운동이라 불릴 만하다는 평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코스피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등락률을 기준으로 SK는 140%, 삼성SDI 103%, 카카오 87%, 현대차 68.4% 등 평균 66%가 넘는 고수익을 올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전략적 유동성 투입이 이뤄지던 지난 3월 19일 이후 외국인이 10.7조 원을 순매도 하는 동안 개인은 7.7조 원을 순매수하면서 SK의 경우 10만7000원에서 25만 원까지 올라 140%의 수익률을 보이기도 했다. 삼성SDI도 103%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나란히 100% 대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스마트개미 늘어난 반면 ‘ETF 주의보’

이재윤 SK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촉발한 경제위기에 대한 두려움으로 제로금리 시대가 가속화됐다”며 “장기 저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투자처 확보가 어려워지자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 스마트개미들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트렌드에 발맞출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이 유망하다”며 “포스트 코로나에는 언택트, 디지털화에 적합한 기업이 각광을 받으며 쏠림 현상도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달 들어 OECD는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를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흥국 중에서 연준(Fed)이 연장해 준 유동성 파티에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되는 국가로 꼽혔다. 

이날 SK증권에 따르면 변수는 환율이다. 글로벌 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과 연준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연장으로 달러 약세의 압력은 높아졌다. 이에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은 30원가량 가파르게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현재까지 외국인은 총 23.4조 원을 순매도하며 국내증시를 떠났다. 달러 약세 및 원화 강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증시로 돌아오기 좋은 조건이다. 이제는 환율이 중요하다는 SK증권의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여전히 투자 위험이 높은 레버리지 상장지수상품(ETF)등의 투자는 큰 손실을 보일 수 있다”며 우려를 전했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의 경우 손실률이 59%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원유가격을 추종하는 ETF가 가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해서라는 풀이다.

이어 “싼 현물을 팔고, 더 비싼 현물을 사는 과정에서의 기회비용(롤오버)이 발생하는데, 월물 교체 시기 단기간 변동성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아니라면 개인들이 원유선물 투자로는 수익을 얻기 어려운 구조”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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