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월 만에 2500대로 떨어진 코스피 지수
투자자 전전긍긍…2020년 3월 악몽 재현될까

하락세에 접어든 코스피 2600선이 붕괴되면서 개미들이 또 한 번 갈팡질팡하고 있다. [글= 이창환 기자, 사진=뉴시스]
하락세에 접어든 코스피 2600선이 붕괴되면서 개미들이 또 한 번 갈팡질팡하고 있다. [글= 이창환 기자, 사진=뉴시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코스피가 휘청이고 있다. 지난 10일 17개월 만에 2600선이 붕괴됐다.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의 매도 분위기 속에 개미들은 허둥대기 시작했다. 나스닥 지수 등 뉴욕증시 하락 분위기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되고 있으나, 장기적인 하락세가 올까 증권가는 숨죽이고 지켜보는 분위기다. 덩달아 환율도 여건도 나쁘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 기준 1300원을 넘어가는 것이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코스피는 11일 전일 종가 2596.56보다 10.04포인트 빠진 2586.52으로 장을 출발했다. 오전 장중 한때 전일 종가보다 높은 2599.11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하락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단순 수치상으로만 볼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적인 하락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진다. 

긴축 분위기로 가고 있는 미국과 글로벌 시장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대한 우려, 중국발 봉쇄에 따른 경제 위기 등이 동시에 겹치면서 전 세계적인 유가증권시장 하락세는 필연적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코스피가 그 여파를 고스란히 받으면서 외인 투자자들과 기관이 동반 매도에 나서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갈팡질팡이다. 내심 반등 기회가 오기를 노려보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까지 최악의 시나리오를 향해 가고 있다. 미국연방준비제도(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 결정과 통화 긴축이 어우러지며 제2의 외환위기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다.

2020년 3월의 악몽 재현될까 

개인투자자들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하며,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해 반 토막이 됐던 시기를 기억한다. 2020년 3월19일 당시 코스피는 1400대까지 떨어졌다. 2000선 붕괴가 불가능하다고 외치던 개미들은 1800선에 대거 몰렸고, 1400대로 내려가자 이른바 ‘멘붕’상태에 봉착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여건 속에서 만 1년이 지나던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상승 궤도에 오른 코스피는 3000선을 넘어서며 지난해 6월 3316.08까지 오르며, 조심스럽게 4000선을 바라보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7월과 8월 코로나19 델타변이가 출현하며 4차 대유행이 시작됐고, 이후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이후 3000선이 붕괴되더니 현재까지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개미들은 여건이 나아지길 기대하며 버티기에 돌입했고,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 및 유럽의 금리 인상 분위기에 이어 최근 중국의 상하이 봉쇄 등에도 지켜만 봐왔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단기에 끝날 것이라던 초기 예측과 달리 장기화로 접어들면서 양국의 영향을 받아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국제유가의 상승세는 더욱 가속화됐다. 세계의 공장, 중국은 봉쇄령은 당장 풀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

인도네시아 ‘너마저’…식량 대란 촉발?

이런 가운데 지난달 28일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을 중단하면서 전 세계가 이른바 ‘식용유 대란’에 빠져들었다. 팜유에 이어 세계 5대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는 밀 수출 중단에 돌입했고, 그 외 남미와 캐나다 등 세계 주요 곡류 생산·수출국은 가뭄 등 기후 여건으로 생산량이 30%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식용유에 이어 밀 가격까지 오르면서 각 국가별 대응 및 폐쇄 조치까지 이어지고 있다. ‘21세기 식량대란’을 방불케 하는 상황 속에 올해 안에 미국의 금리 인상이 이어지며 미국과 한국의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는 가능성마저 높아지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의 통화 긴축과 환율 상승, 유가 고공행진에 소비심리 악화까지 국내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외인들은 떠나고, 기관은 매도에 나서며 주가 하락은 필연적으로 따라 온 것으로 보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총괄 실장은 일요서울에 “미국의 금리 상승으로, 이르면 연내 미국과 한국의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금융시장 여건 역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 금리인상 카드는 지속 대두되고 있다. 

다만 미 연준은 최근 “급한 금리인상이 미국경제에 위험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경고 했다. 소비자 재정 여건이 나쁜 가운데 부동산 문제와 더불어 시장 유동성이 위협을 받을 수도 있어서다. 이에 고금리까지 작용하면 개인과 기업의 부채 증가에 따른 연체 및 파산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인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빠져나갈 여건은 국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있는 셈이다. 지난 3월 해외입국자 격리 해제를 시작으로 이달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방역조치 해제 등으로 국내 경기를 끌어올리겠다던 정부의 의지와 국민들의 기대가 글로벌 여건 앞에서 주춤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초기 대응 및 전략에 개미투자자를 비롯한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1300원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 속에 연내 한국과 미국의 금리역전 현상까지 점쳐지고 있다. [이창환 기자, 사진=뉴시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1300원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 속에 연내 한국과 미국의 금리역전 현상까지 점쳐지고 있다. [이창환 기자, 사진=뉴시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