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과 경희대 선후배 사이···관련 의혹들 수면 위로

주강현 전 국립해양박물관장. [뉴시스]
주강현 전 국립해양박물관장.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주강현 전 국립해양박물관장은 지난 2017년 대통령 선거 때 당시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며 선거 유세에 나섰던 인물이다. 주 전 관장은 문 대통령과 자신이 경희대학교 선후배 사이임을 부각했다. 문 대통령 당선 1년 뒤인 2018년 7월 그는 2대 국립해양박물관장에 임명됐다. 임기 3년이 보장된 자리였다. 그러나 그는 최근 임기 1년을 남기고 해임됐다. 이유는 무엇일까.

임기 1년 남기고 해임된 까닭···직장 내 괴롭힘성추행 정황까지

정치권에 발 잘못 들였다” vs “터질 게 터졌다···경찰 조사도

지난 3월 일요서울은 국립해양박물관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의혹을 집중 취재해 보도한 바 있다.

(2020년 3월12일 일요서울 [심층취재] 해수부 산하 국립해양박물관 관장이 폭언‧괴롭힘?···진실공방 가열 기사 참조)

주 관장이 ▲위협(해고 압박) ▲욕설 ▲채용비리 ▲좌천성 인사 강행 ▲리플릿 업체 선정 부당 개입 등을 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그러나 주 전 관장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주 전 관장과 직원 사이의 갈등이 지속됐고, 결국 언론을 통해 여러 내용이 외부에 공개됐다. 일요서울은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봤는데, 서로의 주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해당 직원은 주 전 관장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받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아 두 달째 집에서 가료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 전 관장은 업무 미숙 차원에서 훈계를 했고, 징계 사유가 있음에도 선처를 해줬다고 일축했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의 진실 공방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주 전 관장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직원이 속출했다.

당시 진정을 접수한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이하 노동청)은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는 해당 내용을 자세히 모르고 있었다. 사태가 거세지자 해수부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내용을 인지했고, 확인 및 조사에 돌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4월21일부터

‘직무 정지’

이후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당초 있었던 의혹과 별개로 성추행 정황까지 추가로 확인돼 해수부가 주 전 관장을 지난 7월30일 해임한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박물관 직원들의 신고로 직장 내 괴롭힘을 조사하다가 주 전 관장의 성희롱 정황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주 전 관장은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피소되기도 했다. 해수부는 지난 4월21일 주 전 관장의 직무를 정지하고 감사를 진행해 왔다.

주 전 관장은 지난 2019년 경력직 사원 채용 과정에서 심사위원에게 특정인에 대한 취업 청탁을 하는 등 부당하게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시 행사를 위해 특정 출판 업체와 계약을 진행하면서 해당 업체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 박물관에 손해를 끼친 부분도 포함됐다.

국립해양박물관. [뉴시스]
국립해양박물관. [뉴시스]

이력 살펴보니

민속학자 주 전 관장은 지난 1995년 모교인 경희대학교에서 ‘두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90년대부터 수많은 글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책은 한국의 많은 도서관에 비치돼 있다.

주 전 관장은 두레에서 출발해 굿과 온돌, 솟대, 장승 등 기층 농민들 생활사 전반으로 민속학을 확장했다. 이후에는 바다로 관심을 돌렸다. ‘조기에 관한 명상(1998)’, ‘돌살(2006)’, ‘환동해 문명사(2015)’, ‘독도강치 멸종사(2016)’, ‘등대의 세계사(2018)’ 등 해양문명사학자가 됐다.

때로는 ‘북한의 민속학(1989)’을 연구하다가 ‘마을로 간 미륵(1995)’으로 돌아왔다. 음식 칼럼니스트로 변신, 책을 쓰기도 했다.

한때는 연간 억대 수익을 올리는 인물이었다. 그는 국토해양부 소속 해양문화재단 이사이자 제주대 석좌교수를 하면서도 우리민속문화연구소와 해양문화연구원 2개의 개인 연구소를 운영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끝까지 연구자의 길을 걷겠다는 다짐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러다가 주 전 관장은 지난 2017년 대통령 선거 때 당시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며 선거 유세에 나섰다. 문 대통령과 자신이 경희대 선후배임을 부각했다. 문 대통령 당선 후 그는 2대 국립해양박물관장에 임명됐다. 임기 3년이 보장된 자리였으나 여러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임기 1년을 남기고 해임됐다.

주 전 관장에 대해 ‘정치권에 발을 잘못 들였다는’ 평가와 함께 ‘터질 게 터졌다’는 평가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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