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방침을 확정하면서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4월 재보궐선거 승리를 위한 여야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중도 하차로 서울부산에서 보궐선거가 확정되면서 4월 재보선은 대선 전초전 성격으로 치러지게 됐다. 승기를 잡는 쪽이 1년 뒤 치러지는 2022년 대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 여야 모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연이어 패배한 야당도 설욕 의지를 다지며 필승 전략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거듭된 여당 발()’ 악재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이 여당의 지지율을 추월하지 못하면서 반문연대를 고리로 한 빅텐트론이 솔솔 거론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2017년 11월 12일 부산 진구 범천1동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산상공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금태섭 상황실장, 안철수 후보, 조성제 부산상의 회장, 김지 동신유압 대표이사. 뉴시스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2017년 11월 12일 부산 진구 범천1동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산상공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금태섭 상황실장, 안철수 후보, 조성제 부산상의 회장, 김지 동신유압 대표이사. 뉴시스

- 재보선 시계째깍째깍, 지지율 반전 못이룬 야권 위기감 증폭
-‘ 반문연대 빅텐트론’ ‘시민후보론부상, 실현 가능할까

내년 4월 재보궐 선거가 다가오면서 야당에서는 반문연대가 화두로 떠올랐다. 여당에서 각종 자책골이 터짐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을 추월하지 못하면서 형성된 위기감이 반문연대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만큼 야당에겐 재보선 승리가 절실하다. 재보선에서 패배한다면 대선에서도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쓸 수 있는 방책은 모두 써보자는 생각에서 이 같은 주장이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빅텐트 시대적소명” “시민후보 이기자목소리 커져

반문연대빅텐트론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 ‘조국 흑서(黑書)’를 제작했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서민 단국대 교수 등까지 힘을 모아 중도는 물론이고 정의당 표까지 끌어모으자는 구상이다. 이는 시민후보구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민후보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선출 사례가 모델이 되고 있다. 박 전 시장은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당시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박 전 시장 지지를 선언했고, 이후 박 전 시장은 민주당 후보였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장관과 경선을 치러 야권 단일 후보로 본선에 진출해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김용태 국민의힘 전 의원은 지난 2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전·현직 의원들과의 만찬에서 시민 후보제안을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은 한 언론 통화에서 국민의힘도 n분의 1로 참여하는 단일화 방식으로, 정의당까지 모두 수렴할 수 있는 시민 후보를 추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의 이름으로 이길 수 없다면 시민후보의 이름으로라도 이겨야 한다면서 이길 수 있는 2%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의 49%를 헌납할 수 있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더 늦어지기 전에 반문 도미노를 위한 연대를 통해 야권진영을 보강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시대적 소명이라며 노선정책에서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자유공정평화 진영의 맏형격인 우리 국민의힘이 적극성과 유연성을 좀 더 발휘해 야권연대의 빅텐트를 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현재 반문연대 시민 후보로는 서울시장 선거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안철수, 금태섭, 김동연반문연대 참여할까?

그러나 이들이 모두 반문연대에 참여할 지는 미지수다. 안철수 대표의 경우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대선으로 직행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면서도 반문연대에는 긍정적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안 대표는 6일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이 주도하는 연구모임 국민미래포럼 강연에서 1야당을 포함한 야권에 대한 비호감이 너무 크다야권 재편으로 새로운 혁신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반문연대에 대해서 누구를 반대해서 승리한 정치 세력은 없다면서도 반문연대가 아니라 혁신연대, 미래연대, 국민연대로 가는 게 유일한 길이라며 야권이 연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태섭 전 의원은 최근 언론을 통해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민주당보다도 더 큰 반성과 변화가 필요한 정당이라며 선을 그으면서도 향후 진로는 천천히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다. 정치는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한 언론을 통해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들 모임인 소셜임팩트 포럼활동에 주력하고 있다지금은 내가 해야 하는 일에 진정성을 갖고 집중하고 있다고 말을 아끼고 있다.

스스로 간판 포기 무책임”, 무조건적 반문연대비토

그러나 일각에서는 반문연대승부수가 국민의힘에 오히려 독약이 될 것이란 얘기도 있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도 안철수 대표 측 일부 세력과 유승민 전 의원이 주도한 새로운보수당 등을 모두 끌어모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을 만들었지만 선거에서 참패한 바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반문연대로 시민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각 세력 간의 완력 다툼이 벌어지며 잡음이 표출될 경우 오히려 민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제1야당이 선거에 자체적인 후보도 내세우지 못하게 되면 국민에게 대안정당으로 각인되기 어렵고 다음 대선에서도 희망이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함께 일부에서는 반문연대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세력까지 모두 손을 잡을 경우 태극기부대를 위시한 강성 보수 지지층이 이탈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5일 페이스북을 통해 패배의식에 빠져 외부인에 헌납하듯 스스로 간판을 포기하는 건 무책임하다면서 당 안팎 인사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원샷 시민후보 선출도 가능하고, 최종적인 야권단일화를 감안해 안철수, 금태섭 등 외부변수를 고려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래도 우선은 국민의힘에서 시민의 관심과 환호를 끌 수 있는 후보 경선이 먼저 시작되고 성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도 국민의힘 원내외에 더 훌륭한 많은 인재들이 포진하고 있는데도 주요선출직 후보 이야기만 나오면 당 밖의 인물을 거론하고 심지어 다른 당에서 탈당하고 나온 사람을 거론하는 것은 우리 당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당 밖 인사들의 합류를 유도하기 위해 재보선 경선에서 국민의 참여 비율을 대폭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경선준비위원회는 경선 방식에서 ‘100% 시민경선은 일단 배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종전 비율은 당원투표 50%, 국민 여론조사 50%’였지만, 국민 참여를 최대한 확대하기 위해 당원 투표 반영 비율은 10~20% 정도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4MBC 라디오에 출연해 안철수 대표나 금태섭 전 의원 등을 끌어들일 방안과 관련해 당헌·당규가 경선으로 돼 있고, 그것을 피하긴 어렵다당원 비율을 낮추고, 일반 국민이나 여론조사 비율을 높이면 결심을 하기에 수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인, 일단 제동 성급한 얘기거리두기

이 같은 상황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일단 당 내에서 거론되고 있는 반문연대시민후보론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는 당내에 출마 의지를 보이는 주자들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반문연대시민후보가 부각될 경우 당내 경선에 주목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시민후보주장에 대해 성급한 이야기라면서 우리가 후보 선출 룰을 확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보고 다음에 시민후보 선출을 위한 여건이 구비될지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2011년 서울시장 단일화 모델의 실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박원순 같은 후보가 나타나는 경우가 이번에도 생길지는 두고 봐야 알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각 세력 간 이해관계가 달라 반문연대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승리에 목마른 야권이 결국 반문연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야권은 4월 재보선,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면 대선은 없다는 절박감을 갖고 있다그렇기 때문에 서로 양보해서 반문연대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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