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발생하는 투신 사망…가정사·지병 원인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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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최근 들어 서울에서 잇단 투신 사건이 발생해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이중 일부 사건은 가정사가 원인이 돼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일요서울 취재 결과 한 사건은 지병으로 인해 발생한 사망사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서울은 일주일 새 잇따라 발생한 투신 사건의 내막을 자세히 살펴봤다.

- 아내 살해하고 뒤이어 극단적 선택하기도

지난달 말 서울의 한 세무서에서 직원이 투신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요서울 취재를 종합해 본 결과, 세무서 근무 직원으로 알려진 여성 A씨는 세무서 고층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A씨는 평소 ‘공황장애’를 앓아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세무서 측 관계자는 “직원이 사옥에서 사망한 것은 맞다”며 “직접 확인해 본 결과 공황장애 지병이 있었다. 유가족 측이 원치 않아 더 이상 자세한 내용은 설명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세무서 인근 상가 주민들을 중심으로 취재해 봤지만 사건이 발생했는지도 모른다는 반응이 많았다. 상인 B씨는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안 돼 오며가며 듣긴 했지만 (직원이 건물에서 투신한 게) 아니라는 말도 있고, 맞다는 말도 있어서 정확한 사실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요서울은 관할 경찰서 관계자에게 회사 내부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사건 종결 마무리는 어떻게 됐는지 등에 대한 질의를 해 본 결과, 담당 관계자는 “조사가 끝나 자세한 내용은 말해 줄 수 없다”고 짧게 답했다.

‘부부의 비극’…아내 살해 후 스스로 몸 던져

최근 발생한 투신 사건 중 일부는 ‘가정사’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달 서울 중구 소재 한 대기업 본사 건물 앞에서 법무팀 직원 50대 남성 C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건물 사무실 안에는 그의 아내 D씨가 흉기에 찔려 숨져 있었다.

서울중부경찰서는 50대 직원 남성 C씨와 그의 아내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22일 오후 4시 35분경 최초 발견 시 C씨는 건물 앞 인도에 쓰러져 있었고, 그의 아내는 사무실 안에서 흉기에 찔린 채 숨져 있었다. 사건 발생 당시 목격자는 현재까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C씨가 아내를 살해하고 자신이 근무하는 건물에서 뛰어내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아내 D씨가 왜 남편의 사무실에 들어가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아직 드러난 바가 없다.

본사 측은 “직원 시신이 발견된 날짜는 22일이다. 현재 경찰 수사 중이라 자세한 내용을 말해 줄 수 없다. 최대한 경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 역시 “사건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건이 불거지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대기업 직원이 아내를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동기에 대해 여러 추측들이 난무했다.

이밖에도 서울 양천구에서 30대 부부가 말다툼을 하다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고 투신하는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집값 마련 문제로 이들 부부가 자주 다퉜다는 진술을 확보해 사실 확인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전 1시쯤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에서 만취한 남편 E씨가 아내 F씨를 흉기로 찌른 뒤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층에서 발견된 E씨는 구급대원들이 도착했을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F씨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은 이들 부부의 가족으로부터 ‘전셋집에 살던 두 사람이 최근 다른 아파트 매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금 조달 문제로 자주 다퉜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기도에 살던 이들 부부는 4년 전 자녀를 위해 좋은 학군을 찾아 목동으로 이사를 했다. 한 대단지 아파트의 27평 전셋집을 구한 이들은 한 차례의 전세 연장을 거쳐 지난주 집주인과 전세 계약 기간을 2년 연장했다. 전·월세 상한제가 도입되면서 이들 부부는 기존의 계약했던 전세가에 비용을 더해 재계약했다. 

부부 사정을 잘 아는 지역 주민은 “임대인도 성격이 워낙 좋아 흔쾌히 2년 계약 연장을 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계약도 원활하게 끝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런 사건이 발생해 너무 당혹스럽다”고 전했다.

사실 이들 부부는 평소에 더 큰 평수의 아파트 매입을 고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주민은 “부인이 아이를 키우기에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이 작아 더 큰 평수로 이사 가고 싶다는 말을 여러 번 해왔다”며 “저렴하게 나온 급매물을 찾기 위해 부동산을 찾아 상담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부부 사이에는 유치원에 다니는 딸이 있다. 이미 경기도에 집을 보유한 이들 부부는 해당 부동산을 처분하고 전세보증금을 더해 같은 단지 내에 원하던 평수의 아파트 매입을 고려해 왔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며 아파트 매입을 진지하게 고려했던 부부의 계획이 틀어졌고 갈등의 불씨가 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피살과 투신으로 이어진 부부의 비극적 사건은 부부 집에 임시로 거주하던 장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당시 장모는 맞벌이하던 부부를 대신해 유치원에 다니는 손녀를 돌봐줬다고 한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양천경찰서는 가족 등 주변인을 상대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부동산 매입 문제로 부부가 다퉜다는 가족의 진술을 확보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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