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도 공유 받아···수감자들, 소송 낸 까닭

교도소. [뉴시스]
교도소.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성폭행과 성추행을 저지른 성범죄자를 포함한 범죄자들이 교도소에서 성인용 출판물(잡지‧만화책 등)을 버젓이 즐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죄를 뉘우치고, 반성해야 할 교도소 안에서 오히려 그릇된 성 관념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형국이다.

소년수, 성인 출판물 구독 불가···성인물 같아도 전체 구독가잡지는 예외

최근 법무부 교정본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교도소‧구치소에서는 모든 성인 죄수에게 성인 출판물 구독을 허용하고 있다. 물론 성폭행‧성추행을 저지른 성범죄자도 가능하다.

수용동 한 방에서는 여러 범죄자가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성범죄자 역시 다른 인물에게서 성인 출판물을 공유 받아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맥심’이 인기?

소년수는 성인 출판물 구독을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맥심’ 같은 잡지는 예외다. 19금 성인물을 연상케 할 정도지만 ‘전체 구독가’이기 때문. 맥심은 소년수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잡지 중 하나라는 후문이다. 성인 죄수들도 많이 본다고 한다.

이 때문에 지난 2017년 말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이후 교정본부는 일선 교도소에 지침을 내려 성인물 반입을 불허했다. 그러나 2018년 들어 상황이 반전했다고 한다.

대구고법이 지난 2018년 5월 강간 등 상해죄로 징역 13년형을 복역 중이던 A씨가 경북 북부 제1 교도소장을 상대로 낸 영치품 사용 불허 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A씨가 누드스토리 2017년 5월호를 택배로 들여왔는데, 교도소가 ‘교정교화에 적합하지 않은 음란한 내용이 들어있다’는 등의 이유로 해당 잡지를 보지 못하도록 한 조치가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대구지법은 같은 해 12월 A씨가 경북 북부 제2 교도소장을 대상으로 낸 불허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 그대로 확정했다. 잡지 ‘스파크 2016년 11월호’, ‘스파크 2018년 7월호’와 ‘웰빙 나이트를 위한 101가지 색다른 즐거움-LOVE 101’ 책에 대해 내린 불허 처분을 취소한다는 것이 골자다.

두 판결 모두 형집행법 제47조 2항을 주요 근거로 삼았는데, 해당 조항에 따르면 교도소장은 수용자가 구독을 신청한 출판물이 출판법에 따른 유해간행물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독을 허가해야 한다. 간행물윤리위원회가 유해간행물로 지정하지 않으면 교정본부가 걸러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누드스토리 등이 유해간행물로 지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교도소장은 구독을 허가해야만 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이의 제기 이유는

법원은 다만 “교정본부 주장대로 성범죄자인 A씨가 다소 선정적이고 음란한 내용을 담고 있는 해당 잡지 등을 소지하는 경우 교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말하면서 “그 공익은 입법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입법부가 강화된 법령에 따라서만 제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교정본부는 일반 성인물 외에도 불법 제작 성인물까지 문제가 되자 이를 막기 위해 지난 2019년 11월부터 ‘수용자 우송‧차입 도서 합리화 방안’을 시행했다. 수용자 권리구제를 위한 법률 도서, 시각장애인 도서, 외국어 도서, 수험서 등을 제외한 종류는 우편이나 차입(수감자에게 의복‧음식‧돈 등을 들여보내는 것)을 통해 받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0월 법무부 지침이 “수용자 권리를 필요 이상으로 제한한 조치”이며 “헌법 제 21조에서 보장하는 수용자들의 알 권리와 정보 접근권을 침해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이 때문에 법무부는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교정시설 수용자가 영치금으로만 도서를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한 지침을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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