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전략으로 떠오른 ‘구독경제’-기업 편

[사진=인스타그램 #구독경제 캡처]
[사진=인스타그램 #구독경제 캡처]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코로나19 시대에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는 대세로 떠올랐다. 구독경제는 일정 구독료를 지불하고 정기적으로 제품을 제공받거나 콘텐츠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구독’이라고 하면 단지 신문이나 잡지를 구독 신청해 받아보는 데 그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재 ‘구독’은 지니나 멜론 같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의 영화 구독 등을 넘어 영양제, 강아지 장난감, 화장품, 책, 술, 작품, 자동차, 꽃, 이모티콘 등 각종 서비스로 확대돼 일상생활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 뉴스·옷·커피·자동차·꽃·술·이모티콘까지 ‘손가락 터치’면 끝
- 가성비·정기관리·편리함까지 한꺼번에 잡을 수 있어 유용

한때 대세였던 ‘공유경제’가 코로나19로 주춤해진 틈을 타 ‘구독경제’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용자가 직접 매장 방문을 하지 않고도 제품이 문 앞까지 배달되는 ‘편리미엄(편리함+프리미엄)’ 때문에 ‘언택트(Untact) 시대’의 새로운 경제 모델로 손꼽히는 것. 시장조사전문기업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구독경제 및 서비스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90.2%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독경제가 보편화된 소비 방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셈이다.

정기배송형·렌탈형·무제한형 나뉘어

구독경제의 유형은 크게 ▲구독료를 납부하고 특정 상품을 정해진 날짜에 배송 받는 ‘정기배송형’ ▲고가의 자동차, 가전제품 등 품목을 바꿔 가며 구독료만 지불하는 ‘렌탈형’ ▲일정한 금액을 내면 무제한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무제한형’으로 나뉜다. 

우선 정기배송형은 고객이 선택한 기간에 지정된 장소로 제품을 배송해주는 형태로 꽃 구독 서비스나 미술작품 구독, 생필품 정기배송 등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렌탈형은 정수기, 연수기, 가구 등 기존에도 있던 익숙한 형태의 서비스다. 최근에는 자동차·패션·식물재배기·의료·가전제품 등 영역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무제한형은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제약 없이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영화·음악·영상·도서·뉴스 등의 온라인 콘텐츠 기반 서비스가 이에 해당한다. 

구독경제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사진=뉴시스]
구독경제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사진=뉴시스]

‘이런 것까지 구독할 수 있다?’… 다양한 종류 서비스 제공

소셜미디어(SNS)에 ‘#구독경제’를 검색하면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구독경제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용자들은 #찾아오는인생술 #꽃정기구독 #이모티콘구독 #햄버거집커피구독 #쓰는소비말고버는소비 등 재치 있는 해시태그를 달며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한 햄버거 브랜드에서 지난해 말 출시한 커피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소비자 A씨는 “한 달간 5000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으로 매일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고 해서 구독신청을 하게 됐다”며 “가성비가 좋고 맛도 괜찮아 마실만 하다. 프랜차이즈 카페의 커피 한 잔 비용이 5000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훌륭한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매달 10여 가지의 제품을 정기배송으로 받는다는 소비자 B씨는 “없으면 절대 안 되는 물건인데 매번 알아서 배달을 해주니 편리한 라이프스타일이 가능해졌다”며 “구독하는 물품 중 생필품과 영양제는 소비를 하지만 돈을 버는 품목이라고 생각한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이라고 생각하는지 정보 공유도 활발하게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이후 ‘집콕’ 생활과 건강을 중요시하면서 주변에 정기구독을 통해 배송을 받는 지인도 점점 늘어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구독경제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업종 중 하나는 식품이다. 배달 품목도 기존의 우유나 즙에서 간편 도시락, 영양제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기업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식품 구독 서비스를 더욱 늘려가고 있다. 또한 다이어트 식단이나 이유식 등을 정기배송하며 할인도 제공한다. 막걸리 등 술을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도 새롭게 등장했다.

의류 서비스도 역시 인기다. 일정 구독료만 결제하면 원하는 옷을 마음껏 빌려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빌리는 옷과 가방은 집 앞까지도 배달이 가능하다. 또 자기 전에 옷을 내놓으면 이를 가져다 세탁한 뒤 드라이클리닝까지 완료해 다시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비대면 세탁 서비스 업체도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콘텐츠 구독률도 크게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이동이 제한되면서 영화관이나 공연장에 가는 대신 영상·음악·책 등을 디지털로 소비하는 이용자가 늘어난 것이다. 대표적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넷플릭스는 지난해 4월 국내 유료결제액이 439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급부상 이유는?

구독경제가 최근 들어 더욱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유는 코로나19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매출이 필요한 기업은 안정적이고 반복적인 수익 창출과 충성 고객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넷플릭스 구독자는 전 세계를 통틀어 1억5000만 명 정도 된다. 이용자들은 월정액을 내고 영화·드라마를 무제한으로 시청하고 기업은 시청자의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콘텐츠를 추천한다. 이 때문에 가입자 증가 속도는 가파르게 증가했다. 스위스 금융기관인 크레디트스위스 리포트에 따르면 2015년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4200억 달러(약 470조 원)였고 2020년에는 5300억 달러(약 594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출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구독경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집 앞에서, 집안에서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기업도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안정적 유지를 위해 더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소비자와 기업의 입장이 서로 잘 충족돼 이용률이 더욱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미국 아마존이나 애플 등에서는 물건을 한 번만 파는 게 아니라 매달 이용 가능하도록 팔고 있다. 예를 들면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옛날에 30만 원 정도 하던 윈도우 프로그램을 요즘은 한 달에 만 원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바꿨다”며 “앞으로 이처럼 편리한 구독경제는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계속 확대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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