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재경 정치평론가]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프레임' 전쟁이 한창이다. 우선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야당은 북한 원자력발전소 건설 추진 의혹을 빗대 현 정부를 친북으로 몰아가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적행위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 퍼주기 정책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데 당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반면 여당은 범보수 진영의 원전 공세를 북풍으로 규정하고 구시대적 정치공작으로 몰아세우며 방어막을 형성하고 있다. 사실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프레임 정치로 상대를 옭아매려는 전략을 공공연히 써 왔다. 특히 설 연휴 기간 민심의 흐름이 바뀌면서 선거 결과를 바꿨던 사례가 많았던 만큼 여야의 치열한 기싸움은 갈수록 강도를 더할 전망이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청와대분수대 앞에서 탈원전 반대 시민단체 대표들과 문재인 정부의 원전 경제성 조작과 민간인 사찰, 대북 원전 상납 의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1.31. 뉴시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청와대분수대 앞에서 탈원전 반대 시민단체 대표들과 문재인 정부의 원전 경제성 조작과 민간인 사찰, 대북 원전 상납 의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1.31. 뉴시스

- 남북정상회담 USB 전달의혹에 원전 건설 지원 논란...신북풍?
- 25
번째 부동산 정책발표...야권 일제히 실패한 정책 한목소리
- 신공항-해저터널 PK 민심 요동, 4월 재보선 핫이슈로 부상

이번 설 명절에는 북한 원전 논란 부동산 정책 가덕도 신공항 등 지역 개발 이슈 등이 차례상과 함께 할 태세다. 북한 원전은 이념 프레임으로 가지치기가 가능한 테마이며, 부동산 정책은 최근 크게 오른 집값과 전세난 등의 이유로 현 정부 경제정책 중간 평가 성격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가덕도 신공항은 부산·경남(PK)과 대구·경북(TK) 표밭의 흐름을 결정할 중요 이슈가 분명하다.

국민의힘은 북한 원전 추진 논란을 두고 국회 국정조사 실시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한국형 원전의 기밀자료가 북한에 넘어간 것이 아닌지, 산업부 공무원이 왜 야간에 관련 문서를 삭제한 것인지 등 풀어야 할 의혹이 너무 많다는 게 국민의힘 입장이다. 반드시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하고, 정부와 여당은 허망한 대북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요지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3일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산업부 공무원들이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을 조작해서 조기 폐쇄했다가 줄줄이 감옥에 가고 있다""그 산업부 공무원들이 파기한 문건에는 2018년 남북정상회담 직후 북한에 원전 지원을 검토한 문서가 포함돼 있다"고 따졌다.

원전 건설 지원 3대 미스터리 야권 국정조사 압박

그러면서 주 원내대표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낙연 국무총리에 '유관 부처가 과속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엄명했다""나아가 당시는 원전 폐쇄를 몰아붙이던 때였음에도 산업부가 독자적으로 북 원전 건설 계획을 검토했다는 해명이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이는 김종인 위원장의 지난달 '이적행위' 발언에 청와대와 여당이 발끈하자 이에 대한 공세를 더 가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종인 위원장 역시 이적행위 발언 뒤에도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는 야당의 요구에 청와대가 매우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이어 김 위원장은 "유엔과 국제사회 제재 대상인 핵보유국 북한에 원전을 지어준다는 것은 우리가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등과 같은 엄청난 제재를 감수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 원전을 지을 수 없고 한미 원자력 협정에도 어긋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주 원내대표도 "문재인 대통령의 소상한 설명을 듣고 싶다""대한민국 원전을 폐쇄하고, 북한에는 원전을 지어주려고 한 까닭은 무엇인가. 한 손에 핵무기를 잔뜩 움켜쥔 김정은의 다른 손에 플루토늄을 양산할 수 있는 원자력발전소를 쥐어 주려고 한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애초에 추진하기 어려운 사안임에도 이를 정부 내에서 논의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원전은 단순히 에너지 지원 차원을 넘어 핵무기라는 가장 민감한 논란의 중심에 있는 북한인만큼 가벼이 넘겨서는 안 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언제든 핵무기의 원료로 쓰이는 플루토늄을 손에 쥐어주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를 포함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당내 예비후보들 모두 원전 건설 추진 의혹 공세에 팔을 걷어붙임으로써 연대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물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v 발언' 논란이 헛발질을 한 꼴이 됐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북 원전 논란은 실체적 진실을 반드시 밝혀야 하는 이슈라는 게 국민의힘 당 안팎의 분위기다.

북한 원전 추진 논란은 보수와 진보의 전통적 이념 대결의 주요 소재로 설 명절을 기점으로 이슈적 폭발력을 한층 심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정부, 25번째 부동산 대책, “서민경제 더 악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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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도 명절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코로나19로 대규모의 이동은 힘들 것이지만, 비대면일지라도 가족간 소통은 여느때보다 활발해질 것이 분명하다. 대화의 주제는 당연히 먹고사는 문제가 1순위다. 청년을 포함해 일반 서민들 대다수가 주거난으로 힘든 상황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공산이 크다. 역대 어느 정부때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집값도 그렇고, 전세난 심화로 그나마 살고 있는 집에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현실이 지금의 현실이다.

정부가 4일 서둘러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유도 여기에서 배경을 찾을 수 있다. 2·4 부동산 정책에서 정부는 무려 83만호 공급 계획을 밝혔다. 이는 연간 전국 주택 공급량의 2배에 이르는 규모로 정부 스스로의 평가로는 '공급쇼크'. 들여다봐야 할 지점은 서울에만 분당 신도시 3개 정도의 공급이 이뤄지고, 5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한 지방에도 45만호 정도의 물량을 쏟아낸다는 점이다.

하지만 내용을 따져보면 택지 부족의 상황에서 정부가 꺼낸 카드가 도심 공공주택 복합 사업,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개발, 저층 주거지 개발 등이다. 즉 고밀도 주거 공간 마련으로 물량을 늘리겠다는 요지로 읽힌다. 이를 두고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급에 숨통이 트일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인정하지만, 반대로 투기 열풍을 불러와 오히려 집값 상승폭을 더 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밀도를 높이는 지역 상당수가 역세권 등 중심지여서 집값 안정세를 기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안그래도 어려운 서민경제가 정부의 엇박자 부동산 정책으로 더 심화되는 형국"이라며 "설 명절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현 정부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비판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실제 5일 기준으로 부동산114가 발표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7% 상승으로 나타났다. 전주보다 오름폭이 커진 것인데 재건축 아파트는 0.25% 올랐고, 일반 아파트는 0.15% 상승했다. 경기와 인천 그리고 신도시는 각각 0.19%0.14% 상승폭을 보였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값과 전세값 상승폭이 여전한 셈이다.

가덕도 신공항, 지역정가 영남권에선 태풍과 같은 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 강서구 가덕도대항전망대를 방문,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 등과 가덕신공항 건설추진 예정지를 둘러보고 있다. 2021.01.21. 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 강서구 가덕도대항전망대를 방문,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 등과 가덕신공항 건설추진 예정지를 둘러보고 있다. 2021.01.21. 뉴시스

또 하나의 핫 이슈는 가덕도신공항이다. 영남권의 대표적 지역 사업인 가덕도신공항은 국민의힘으로서는 절대 버릴 수 없는 이슈다. 부산시장 선거에 있어 가장 핵심 공약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슈 파괴력에 있어서만큼은 가덕도 신공항이 영남권에는 태풍과 같은 힘을 지닌다는 게 지역정가의 설명이다.

문제는 PKTK의 민심 균형 잡기이다. 다분히 PKTK의 대결구도로도 해석이 가능한 게 가덕도 신공항이어서다. 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런 양상이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의 PK의원들과 TK의원들이 상반된 목소리를 낸 것이다. PK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가덕신공항과 김해신공항 관련해 국토부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며 집중 공격했다. 빠른 입법으로 정책을 추진하라는 압박이다.

반면 TK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성급한 입법이라고 따졌다. 비록 당의 입장이 추진에 무게추가 가 있지만 이들로서는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 국토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대구 서구)"김해신공항 백지화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기 12개월짜리 단체장을 뽑는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가덕 신공항을)이렇게 처리해서는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송언석 의원(경북 김천) 역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국토종합계획에도 없는 내용"이라며 "무작정 법으로 밀어붙이면 만사 오케이냐. 김해신공항에 대한 정부 입장도 국회에 위임하겠다는 것은 굉장히 무책임한 태도다. 연기를 요청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문했다. 국민의힘에서 각기 기반을 달리하는 의원들간 입장이 지역의 민심 대결과 함께 갈라져 있는 것이다. 물론 당 지도부로서는 대원칙의 추진을 약속하고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지만 TK 정서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딱 부러지게 입장을 정리하기 어려운 속내는 주호영 원내대표가 살짝 드러내기도 했다. 5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주 원내대표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대한 고민이 상임위에서 치열하게 있을 것"이라고 말해 거리를 두는 태도를 취했다.

주 원내대표는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비용 추계와 환경영향평가,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생략하는 게 맞는지 여부는 법안 심사과정에서 논의가 있을 것"라며 "기본적으로 가덕도 신공항의 가능성 여부에 관해 점진적인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북한 원전 의혹과 부동산 정책으로 대여공세를 강화하되 지역 이슈인 가덕도신공항을 둘러싼 TK민심을 어떻게 다독이느냐가 설 명절 이후 국민의힘의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으로서는 프레임 전쟁에서 북풍을 상기시켜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고, 주택 공급의 실효성을 빠른 시일내에 보여줘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가덕도 신공항 이슈의 경우 당장의 보궐선거 테마로 보기보다 내년 대선을 겨냥한 목표치 설정으로 시선을 더 멀리두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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