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 도진 일본,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 보인 반응은?

지난 15일 서울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규탄’ 시위. [뉴시스]
지난 15일 서울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규탄’ 시위.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내리면서,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라도 처리 과정을 거치면 마셔도 괜찮다”고 발언해 세계적 논란을 일으켰다. 과거 일본이 다른 나라 방사능 문제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것을 두고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까지 이는 형국이다.

내로남불식 행태에 비난 속출···불매운동 조짐까지

아소 다로 마셔도 된다거듭 발언에 직접 마셔 보라

지난 13일 일본 정부는 원전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 알프스) 장치로 거른 뒤 해양에 방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오염수를 이른바 ‘처리수’라는 이름으로 표현하고 있다. 다핵종제거설비를 포함한 특수 정화장치를 사용해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했다는 의미다.

오염수를 바닷물로 100배 이상 희석해 국가 기준치 대비 40분의 1, WHO 음료수 수질 가이드라인 대비 7분의 1 수준까지 삼중수소(트리튬) 농도를 희석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원전 오염수를) 마셔도 괜찮다”는 등 주변국의 우려를 이해하지 못하는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아소 부총리는 지난 13일 “그 물(오염수)을 마시더라도 별일 없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는데,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마실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오염수를 마셔도 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 방사능에 민감한 일본, 어떤 목소리 냈나

일본은 지난 1986년 구소련에서 터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직후, 소련에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이는 중의원과 참의원이 만장일치로 결의한 결과였다.

일본은 방사능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당시 일본 총리는 “국경을 넘어서 나오는 방사능 같은 것이 나왔기 때문에, 긴급 통보와 원조에 대해서도 우리들은 공동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F-4 전투기를 출격시켜 대기중 방사능을 채집하고, 여객과 수화물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실시했다. 방사능 검지기가 일본 시민들에게 불티나게 팔리기기도 했다.

1993년에는 러시아가 핵폐기물을 일본 근해에 버리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일명 ‘러시아 해군 핵폐기물 투기 사건’이다.

문제를 조사하던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환경보좌관 알렉세이 야블로코프 박사는 “해군이 핵잠수함에서 쓰던 중고원자로 등 핵폐기물을 비밀리에 동해에 버리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밝혔다. 그는 심지어 “오래된 관행”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일본 여론은 “바다는 방사능 쓰레기장이 아니다”라며 들끓었고, 일본 정부는 러시아는 정상회담을 가져 핵폐기물 투기를 즉각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 日, 30년간 수도권서 오염수 버려···‘후쿠시마 5배’ 이상

일본의 ‘내로남불’식 태도에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문제는 일본의 이런 태도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1993년 러시아는 “일본 정부도 이전부터 핵폐기물을 무단 방류하고 있었다. 지난 1년간 동해에 버린 방사능 폐기물 양이 러시아의 10배가 달한다”고 폭로하자 일본은 이를 시인했다. 당시 동해는 아무런 관련 연안국의 합의나 감시 없이 러시아와 일본의 핵폐기물처리장이 돼 왔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러한 논란은 지난 16일 도쿄신문 보도로 또다시 불거졌다. 일본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이 약 30년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보다 5배 이상의 방사성 물질 트리튬이 포함된 오염수를 수도권 앞바다에 버렸다는 것.

신문에 따르면 수도 도쿄도 인근 이바라키현 소재 일본 원자력연구개발기구 도카이 재처리 시설은 지난 1977년부터 2007년까지 약 4500조 베크렐(㏃) 트리튬이 포함된 오염수를 이바라키현 앞바다에서 태평양으로 방류했다.

도카이 재처리 시설은 우라늄과 플루토늄 총 1140t을 재처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카이 재처리 시설은 이미 폐쇄 조치에 들어간 상태지만 지금도 트리튬이 포함된 물을 계속 배출하고 있다.

한편 방사능에 민감하고, 우려를 표명했던 일본 정부는 현재 “원전 오염수를 마셔도 괜찮다”는 말을 쏟아 내고 있다. 이에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그렇다면 그 물을 마셔 보고 다시 이야기하라”고 힐난했다. 일본 내에서도 정부의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곳곳에서는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 조짐까지 일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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