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물질 검출에 비인가 시설 생산 의혹까지...국민 시름 언제쯤 놓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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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K-방역의 선봉으로 꼽혀온 ‘백신 접종용 최소 잔여형(LDS)’ 주사기가 논란의 중심에 올랐다. 그간 정부는 국내 백신 물량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LDS주사기를 K-방역 우수성으로 홍보해 왔다. 하지만 일부 주사기에서 이물질이 발견돼 논란이 확산했고, 이 같은 의혹은 나아가 ‘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GMP)’ 부합 여부에 대한 의혹 제기로 확대됐다. 정부는 시중에 풀린 주사기를 회수하고 뒤늦게 관련 생산 업체에 대한 조사에 나섰지만, 안전성을 둘러싸고 높아진 국민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민 불신을 자초했다며 안정성을 입증하고, 추후 재발 방지를 위한 진정성있는 대책을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민관 협력의 성공 모델 극찬 ‘K주사기’...“KO주사기” 조롱
- 당국‧전문가 대응 나섰지만, 방역 둘러싼 국민 불안감 여전



앞서 정부가 재보선 전 이물질 주사기 사안을 알고도 늑장 공개에 나섰다는 의혹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면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K-방역에 대한 기대감을 품었던 국민들이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의 위해성 여부 관련 발표에도 여전히 불안감을 지우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LDS 주사기는 버려지는 백신을 최소화하기 위해 피스톤과 바늘 사이 공간이 거의 없도록 제작한 특수 주사기로, ‘K주사기’로 불리기도 한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LDS 주사기 제조 업체를 직접 찾아 ‘민관 협력의 성공 모델’이라며 극찬했다. 

주사기 이물질을 둘러싼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오른 것은 지난달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LDS 주사기와 관련한 4건의 신고 현황을 공개하고 나선 이후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3월18일 혼방섬유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발견된 두원메디텍의 LDS 주사기 70만 개에 대한 사용 중지 조처를 내리고 회수 및 교환에 착수했다. 하지만 해당 조치가 접수 약 3주 이후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여론의 비판은 고조된 바 있다. 다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해당 주사기에서 섬유질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최초 신고는 지난 2월27일 접수됐으며, 식약처는 한 달 후 언론 보도로 드러나고 나서야 해당 사실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물질 논란 이후 
생산 시설 지적‧우려도


당시 식약처에 따르면 이물질 신고 21건 중 19건이 두원메디텍 제품이며 신아양행과 풍림파마텍 LDS 주사기와 관련해선 1건씩 이물이 신고됐다. 식약처는 해당 이물을 시험 분석한 결과 두원메디텍 제품에서 검출된 이물질은 아크릴(Acrylic)과 폴리에스터(Polyester) 계열 혼방 섬유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반면 두원메디텍을 제외한 나머지 2개 제품 중 1개 주사기는 약물을 담는 부분이 아닌 곳에서 이물이 발견됐고, 다른 주사기는 신고는 됐지만 확인 과정에서 이물이 발견되지 않아 교체·회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식약처는 “과거에도 섬유질 혼입 보고 사례 있었고 생산 물량 급증에 따른 환경관리 미흡으로 발생된 것으로 판단했다”며 “시설 및 환경 관리 개선으로 이물 혼입이 감소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당국과 전문가들은 당시 발견된 섬유질로 인한 예방접종자 피해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21건은 예방접종이 시작된 2월 말부터 3월까지 신고된 사항으로 4월 이후에는 이물 신고가 없었다”며 “육안으로 뭔가 보이면 보고하게 돼 있는데 대부분은 접종을 하기 전에 주사기랑 백신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물을 확인했고, 실제 이물이 있는 주사기로 백신이 투여됐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당국과 전문가들은 국민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대응에 나섰지만, 뒤이어 생산 시설 등 생산 기준에 대한 언급도 논란으로 이어졌다. 군산 새만금산업단지 안에 있는 풍림파마텍 신공장이 아직 GMP 인증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주사기를 생산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풍림파마텍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방문한 LDS 주사기 생산 업체로 풍림파마텍 직원 10명은 ‘이달의 한국판 뉴딜’ 인물로 선정, 코로나19 대응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후 식약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료기기법 위반 사항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감 부추기지 말라”
vs “명확한 대안 내야”


주사기 이물질과 관련한 논란이 확대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백신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화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금 단계에서 백신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화해 백신 수급과 접종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부추기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하며 “정부는 11월 집단면역 목표를 제시해 이행을 자신하고 있고, 플러스알파로 집단면역 시기를 더 앞당기려는 목표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소식을 접한 일부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만은 않은 모양새다.

K방역 홍보에 혈안을 보여 온 정부의 태도와 달리 실질적으로 국민들이 방역 안전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앞으로는 국민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도록 백신 수급 등과 관련한 명확한 대안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 외에도 일부 네티즌은 ‘K주사기’와 ‘K방역’을 두고 녹아웃(knockout)을 뜻하는 ‘KO주사기’ ‘KO방역’이라 일컬으며 조롱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달 18일 논평을 통해 “국민 생명을 ‘양치기 정부’에 맡겨야 하나”라며 “백신 접종에 성공해 일상으로 속속 복귀하는 영국과 이스라엘의 모습은 우리 국민에겐 꿈인가”라고 비판했다. 배 대변인은 “정부가 자랑한 최소잔여형 백신주사기에는 이물질이 나와 국민 불안감만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양호연 기자> h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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