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연일 광폭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정국에서 방역총리의 역할을 대과없이 마무리한 정세균 전 총리는 여의도 정치무대 복귀 이후 차기 대권을 향한 숨가쁜 질주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정 전 총리는 차기 유력주자로서의 장단점을 두루 가지고 있다. 현존하는 여야 정치인 누구도 넘보지 못할 넘사벽 스펙을 갖추고 있지만 반대로 대중적 지지율은 5%를 넘어서지 못할 정도로 초라한 수준이다. 다만 여권 내부의 차기지형의 유동성이 커질수록 이른바 친문 제3 후보로서의 가치는 빛날 수 있다. 김두관 의원도 민주당 유일한 PK 주자라는 점에서 친노.친문 후보로 낙점받을 수 있다. 친문에게 낙점받기위한 제 3후보의 구애전은 갈수록 뜨거워질 전망이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윤상원·박기순 열사 묘역에서 참배하고 있다. 2021.04.28. 뉴시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윤상원·박기순 열사 묘역에서 참배하고 있다. 2021.04.28. 뉴시스

정세균, 여의도복귀 이후 지지층 표심잡기 연일 강행군
- 김두관, 민주당 유일 영남주자 강점친노친문 표심 구애


현 정권 대주주인 친문진영 입장에서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차기 지지율 1위를 다투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정서적으로 거리감이 너무 크다. 정 전 총리가 정치인생의 모든 것을 다 걸고 차기대권에 올인한 이유다.

다시 말해 4.7 재보선 참패 이후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와의 예선전을 승리로 이끈 이후 대선경선 본선에서 이재명 지사와의 진검승부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여권 내부에서는 한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등판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차기 불출마에 대한 유 이사장 본인의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친문진영이 내세울 마땅한 제3후보는 없는 상황이다.

여의도 정치권에서 친문진영의 제3후보로 사실상 정 전 총리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 전 총리 역시 기존의 온화한 성품을 벗어던지고 확 달라졌다. 이재명 지사와 윤석열 전 총장을 동시에 저격하는 인파이터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차기 대선이 본격화되면서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게 되면 친문 정세균 vs 비문 이재명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정 전 총리로서는 과거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거뒀던 기적적인 역전승을 노려볼 수도 있는 것이다. 아울러 또다른 친문진영의 제3후보로 김두관 민주당 의원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경남지사를 지냈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전통적인 대권 승리방정식에 가장 가까운 유력주자인데다 당의 대주주인 친문진영의 정치적 주장을 선명하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봉하에서 광주까지정세균, 여의도복귀후 강행군

정 전 총리는 여의도 복귀 이후 연일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고령의 연세에도 개의치 않고 빡빡한 정치일정을 소화하다보니 주변에서 어떻게 저런 열정과 체력이 나올까 하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정 전 총리의 지향점은 민주당 전통적 지지층에게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보다 분명한 이미지를 심는 것이다. 총리 재직 시절 코로나19 방역을 주도하느라 정치인으로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핵심은 김대중·노무현정신 계승과 문재인정부 성공이다.

총리 사임 이후 첫 일정으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기도 일산 사저를 찾았던 정 전 총리는 이후 지방순회 일정을 돌고 있다. 가장 상징적인 방문지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과 광주 5.18국립묘지 일정이다. 봉하마을과 광주는 민주당 유력 정치인들이 정치적 중대 고비에서 반드시 찾는 곳이다.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계승한다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해 봉하마을 방문에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면서 범친문으로서의 상징성을 부각시키면서 친노 표심에 구애했다. 정 전 총리는 공감의 정치와 통합의 정치 실현이 노무현 대통령께서 꿈꾸던 사람 사는 세상이라 믿는다. 노무현처럼 일하겠다며 친노·친문 표심에 구애했다.

호남 방문에에서는 비욘드 이낙연을 기치로 내걸고 호남 차기주자로서의 정통성을 부각는 데 정성을 들였다. 이는 여권 내부 차기구도가 11중 다약구도라는 점을 고려해 이재명 1강 정세균 이낙연 2강 체제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대선 불출마설이 나돌 정도로 하락세를 겪은 이낙연 전 대표를 뛰어넘은 뒤 이재명 지사와의 정면승부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친문 주류는 물론 강성 권리당원 사이에서 여전한 이재명 비토 정서를 지렛대 삼아서 최종 승리를 거두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이 전 대표의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호남에서 정치인생을 시작해 서울 종로에서지역구 의원를 지낸 것은 물론 현 정부 하에서 나란히 국무총리를 지낸 점을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이 지사의 진검승부에 앞서 이 전 대표를 넘어서야 정 전 총리에게도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정 전 총리는 최근 광주방문에서 이대로는 안된다는 절박한 민심을 들었다며 이낙연 전 대표 대신에 본인이 호남의 대표주자로 올라서야 한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정 전 총리 측은 아울러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본격화될 대권경쟁을 앞두고 조직 다지기에도 한창이다. 서울 여의도에 준비 중인 대권캠프에서는 정세균계로 불리는 김영주, 안규백, 이원욱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인파이터 변신정세균, 1, 2위 대선주자에 직격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파 라이브 에이드'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토크쇼를 지켜보고 있다. 2019.01.05. 뉴시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파 라이브 에이드'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토크쇼를 지켜보고 있다. 2019.01.05. 뉴시스

정 전 총리의 가장 큰 고민은 미약한 지지율이다. 이낙연 전 대표의 경우 국무총리 재직 시절 30% 안팎의 지지율로 대세론을 구가했지만 정 전 총리는 현직 총리로서의 정치적 이점을 전혀 누리지 못했다. 지지율은 늘 5% 미만이었다. 이 때문에 정 전 총리가 친문진영의 제3후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마의 5%벽을 넘어서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정 전 총리 주변에서는 대선이 아직 11개월 가량 남아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반박도 나온다. 특히 정 전 총리가 대선주자로서 국민적 인정을 받으면 지지율은 자연스럽게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지만 아무래도 낮은 지지율에 애가 타는 것은 사실이다. 정 전 총리는 이와 관련, “세상이 굉장히 빨리 움직인다. 여론도 급등락이 심하기 때문에 그런 것을 걱정하지 않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소통하면 좋은 시대가 올 것이라면서 때가 되면 오를 것이라고 느긋한 여유를 보였다.

정 전 총리 역시 확 달라졌다. 백봉신사상 최다 수상에 빛나는 정 전 총리는 장관, 당 대표, 국회의장, 국무총리 등 화려한 스펙을 자랑한다. 정치적 이미지도 온화한 성품을 바탕으로 극단적인 팬덤에 휘둘리기보다는 합리적인 면이 강점이다. 최근에는 여야 차기 지지율 1위 주자인 이재명 지시와 윤석열 전 총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리면서 인파이터로 변신했다. 두 사람과 분명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본인의 정치적 존재감을 부각하는 모양새다.

특히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백신문제와 관련해 이 지사와는 연일 각을 세우고 있다. 정 전 총리는 합리적인 논쟁은 언제든 환영하지만,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과도한 방역의 정치화는 지양해야 한다며 이 지사를 정조준했다. 특히 이 지사의 러시아백신 도입 주장과 관련, “현재는 그걸 구매할 필요가 아직은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백신구매는 식약처나 질병청, 보건복지부가 중심이 될 일로 지자체가 할 일은 따로 있다. 혼란만 초래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지사를 향해 원래 중대본에 참석해야 된다. 그러면 정부의 노력과 백신 상황을 다 알게 되고 그걸 잘 알게 되면 그런 말을 하기 어려울 텐데 회의에 잘 안 나왔던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야권 유력주자인 윤 전 총장을 향해서는 혹평을 내놓았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 고공행진은 반사이익에 따른 것으로 장기간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정 전 총리는 검사밖에 해본 게 없지 않나. 반사이익 측면이 더 크고 내용물이 없다면서 임기도 다 안 마치고 중간에 사임해 정치로 직행한다면 국민들이 계속 박수를 치실까? 검찰 조직에도, 국가에도 불행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상승세는 야권이 차기 인물난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점을 지적한 동시에 검사 경력만으로는 국가를 경영할 능력이 없다는 점을 꼬집은 셈이다. 아울러 대선과정에서 여야 후보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이고 혹독한 검증이 이뤄지는데 윤 전 총장이 이를 버텨내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장관·대표·국회의장·총리최고의 스펙지지율은...

정 전 총리는 90년대 중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입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후 스펙도 화려하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4선 의원을 지냈고 정치1번지 서울 종로로 이동해 재선 의원을 역임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도 꺾었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열린우리당 대표에 이어 산업부 장관을 거쳤다. 이후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까지 지냈다. 현 정부 하에서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으로 불리는 국무총리로서 코로나19방역을 진두지휘하며 실세 총리로 맹활약했다. 정 전 총리는 더구나 민주당 안팎에서 흔치 않은 경제인 출신 정치인이다. 실물경제를 잘 안다는 정치인 이미지는 차기 대선에서 크나큰 강점이다.

정 전 총리는 대권도전과 관련해 한 언론 인터뷰에서 개혁 완결을 위해 정권재창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위기관리 능력과 미래 지향적인 경제 재건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가장 큰 과제라면서 경제에 대해서는 제가 전문성이 있어서 그런 점은 차별화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부동산정책 실패에 따른 경제문제로 현 정부가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에서 차기 대선에서 본인이 보다 확실한 필승카드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정세균 전 총리는 오래 전부터 대권도전을 준비해왔고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풍부한 정치적 경륜과 화려한 스펙을 통한 정치적 내공이 상당하다면서도 결국은 지지율이다. 정 전 총리가 본인의 정치적 역량에 걸맞은 대중적 신뢰를 확보할 경우 5월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되는 여권 차기구도에 상당한 회오리를 몰고 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두관의 승부수, 호남 지지 묶고 영남 확장이 강점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한 뒤 열사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 2021.03.11. 뉴시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한 뒤 열사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 2021.03.11. 뉴시스

김두관 민주당 의원도 차기 다크호스다. 과거 경남지사를 지낸 김 의원은 민주당 안팎에서 유일한 영남주자다. 대구경북(TK) 핵심 주자였던 김부겸 전 장관의 경우 문재인정부 마지막 총리로 지명받으면서 차기대도전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아울러 부산시장에 도전했던 김영춘 전 장관 역시 4.7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차기도전의 동력이 사라졌다.

이 때문에 김 의원은 최근 유일한 영남주자로서의 강점을 앞세워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김 의원이 유력 주자로 떠오른다면 민주당의 대권승리 방정식이 또다시 가동된다. 호남과 진보진영의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보수텃밭인 영남지역에서 상당한 수준으로 득표율을 얻는다는 전략이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공식이다.

김 의원이 민주당 내부의 차기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다크호스 제3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재보선 참패 이후 당 일각의 친문2선 후퇴론에도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은 물론 이재명 지사를 향한 견제구도 날렸다. 이는 모두 친문진영의 제3후보 등극을 고려한 전략적 스탠스다.

김 의원은 재보선 참패 이후 불거진 친문 2선 후퇴론에 대해 친문 프레임으로 분열돼선 안 된다. 친노 친문 프레임은 보수언론도 가장 즐기는 프레임이라면서 우리가 분열하고 패배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잃었다. 정권재창출은 민주당이 하나 될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지금까지는 이재명 지사, 이낙연 전 대표의 시간이었지만 이제부터는 달라질 것이다. 6월 이후 추월을 자신한다며 차기 출마 의지를 보다 분명히 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