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시행 코앞인데 각기 다른 이용 수칙 적용 중… 면허 임의 등록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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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촌 대학가 인근에서 공유 전동킥보드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혜진 기자]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지난 12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 지난 5월 한 달간 계도기간을 거쳐 오는 13일 법안이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경찰청 등에 따르면 ‘제2종 원동기장치 자전거 면허 이상’의 운전면허증 보유자만 전동킥보드를 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헬멧 미착용, 음주 운전, 인도 주행 등을 하면 범칙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법안 시행이 코앞임에도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마다 이용 수칙은 각기 다른 모습이다. 일요서울은 시중에 보급된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 5종을 직접 확인해봤다. 

- 무면허 운전 10만 원, 안전모 미착용 2만 원, 음주운전 10만 원… 모르는 이용자 많아

최근 몇 년 사이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관련 사고가 급증하면서 길에서 불쑥불쑥 나타나 사고를 일으키는 전동킥보드를 고라니에 빗댄 ‘킥라니(킥보드+고라니)’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오는 6월13일 법안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르면 무면허 운전 10만 원, 안전모 미착용 2만 원, 2명 이상 탑승 4만 원, 인도 주행 3만 원, 음주운전 10만 원, 음주 측정 불응 13만 원, 13세 미만 운전(보호자) 10만 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경찰은 5월 한 달간 계도 기간을 두고 단속하겠다고 했지만 전동킥보드를 타는 이용자들은 대부분 법안 내용을 잘 모르고 있었다. 지난 2일 서울 신촌역 대학가 인근에서 공유 전동킥보드를 타던 대학생 이모씨는 “전동킥보드 관련 법안이 생겼다고 들었지만 정확히 어떤 규제 내용이 있는지는 잘 모른다”며 “특별히 문제될 게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유 전동킥보드 5종 살펴보니

일요서울은 5개의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를 통해 이용자들이 법안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는지 확인해 봤다. 그 결과 대부분은 안전 이용 수칙 등을 통해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명시된 내용과 범칙금을 소개하고 있었다. 또 면허증을 인증해야만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설정해 놨다. 하지만 일부 업체는 면허 번호를 임의로 입력하더라도 이용이 가능했다.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 S사는 전국 53개 지역에서 1만 대 이상 운영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S사는 5월 초 앱 공지사항의 ‘도로교통법 개정안 안내’를 통해 “5월13일부터 시행되는 도로교통법을 확인하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해 놨다. 무면허 운전, 헬멧 착용, 음주운전, 2인 탑승 불가, 어린이 동승 금지 등 법안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이 담겨 있다.

S사 전동킥보드를 타기 위해 ‘대여하기’를 누르자 “운전면허를 등록해야 대여가 가능하다”는 안내가 나왔다. 이름과 생년월일, 운전면허번호, 운전면허증 밑 암호일련번호 등을 입력해야 했다. 면허가 없는 이용자도 탈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면허번호를 임의로 눌렀더니 “인증된 이름과 입력한 이름 정보가 일치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가 나왔다. 해당 업체는 운전면허를 등록하지 않으면 모든 서비스 이용이 불가했다. S사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면허 없는 이용자는 이용이 제한되도록 선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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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B사 공유 전동킥보드 앱 화면 캡처]

D사 공유 전동킥보드는 공지사항을 통해 ‘법 개정에 따른 면허 인증 정책 변경 안내’를 통해 면허 인증에 대한 부분은 엄격하게 안내했지만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D사 전동킥보드를 타기 위해 이번에도 면허 인증을 임의로 시도했다. D사의 경우 사진과 번호 등록이 둘 다 가능했다. 길가에 핀 꽃을 사진으로 찍어 인증하자 “사진 확인 결과, 면허증이 아닌 사진을 제출하신 것으로 파악돼 반려조치 했다”는 문자가 즉시 왔다. 임의 번호를 입력하니 ‘유효하지 않은 면허’라는 안내가 나왔다. 

B사 공유 전동킥보드는 앱에 ‘안전주행 아카데미’를 통해 이용자가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퀴즈를 내고 맞힌 사람에게 무료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전동킥보드 이용을 위한 QR코드를 입력하기 전 주행 및 주차 불가 지역에 대한 안내를 진행했다.

B사 관계자는 “전동킥보드 주차 문제 논란으로 인해 지정 주차 구역을 마련해 주차를 하면 포인트를 제공하고 그렇지 않으면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다”며 “안전한 주행 문화의 중요성을 적극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B사는 2019년 하순부터 경찰청과 협조해 실물 면허증의 내용을 입력해 면허증의 유효성 여부를 실시간으로 검증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거리에서 흔하게 보인 L사 공유 전동킥보드는 라이드 방법 공지에서 면허증 필수, 헬멧 착용, 1인 탑승, 음주운전 금지 등을 안내하고 있었다. 도로교통법 관련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진 않았다. 이곳 업체 역시도 면허증 인증을 요구했다. 임의로 면허증 번호를 입력했더니 결제창으로 바로 넘어갔다. 결제를 진행하고 전동킥보드의 QR코드를 스캔하자 주행이 가능했다. 

최근 헬멧을 함께 장착하고 나온 N사는 수도권의 경우 서울 강남과 경기도 안산 두 곳에서 시행 중이다. 해당 업체는 안전수칙 퀴즈와 주행 규칙, 이용 방법 등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운전면허증을 인증 안내창에 임의 번호를 선정해 입력하자 L사와 동일하게 결제 창으로 넘어가 바로 주행이 가능하도록 운영되고 있었다. N사 관계자는 “3월에 처음 나와 아직 준비 기간을 거치고 있다며 법안이 본격 시행되는 6월13일 전까지 면허증 검증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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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전동킥보드가 거리에 방치돼 있다 [사진=김혜진 기자]

법안에 담기지 않은 주차 문제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간단하게 대여·반납할 수 있는 신개념 이동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전동킥보드의 주차 무질서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개정 도로교통법안에는 공유 전동킥보드의 주차 기준 등 이용 질서에 관한 규정은 담겨 있지 않다. 

정경일 교통사고전문 변호사는 “길에 방치된 전동 킥보드 때문에 민원이 늘면서 정부가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지만 소용이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업체가 함께 가이드라인뿐 아니라 위반 시 과태료 부과 내지 견인 조치 등 철저한 단속을 해야 근원적인 해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 관계자들은 “민원이 들어올 경우 빠른 시간 내에 처리해 재배치를 하는 등 임시 방안을 마련했다”며 “주차 민원 같은 경우도 자체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합적으로 관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보자는 업체들의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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