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경찰청 실종가족지원센터는 장기 실종됐던 가족을 62년 만에 극적으로 만난 사연을 최근 전했다. 이들 가족은 ‘유전자 분석 제도’ 덕분에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장기실종아동 중 실종 20년이 넘는 이들이 전체의 80%가량을 차지하는 가운데 이번 사례는 오랜 장기실종자도 언제든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1959년 인천 중구 배다리시장 인근에서 서로를 잃어버린 뒤 소식이 끊겼던 삼 남매는 62년 만인 지난 5일 어렵게 상봉했다. 4살 때 가족과 헤어졌던 진명숙(66)씨는 당시 2살 터울 오빠와 함께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걸어가다가 홀로 길을 잃었다. 이후 인천의 한 보육원을 거쳐 충남에 거주하는 수녀에게 입양됐다. 그는 성인이 되고나서 가족을 찾기로 결심하고 방송에 출연하는 등 온갖 노력을 이어가다 2019년 11월 경찰에 자신의 유전자를 등록했다.
경찰청 실종가족지원센터에서는 지난 3월부터 사례 분석과 개별 면담 등을 진행하며 그의 가족일 가능성이 큰 둘째 오빠 정형식(68) 씨를 찾았다. 정형식 씨는 이미 2014년 한 차례 ‘동생을 찾아 달라’며 경찰에 유전자를 등록해놨었다. 경찰은 ‘해외 한인 입양인 유전자 분석 제도’를 통해 밴쿠버 총영사관에서 정 씨의 유전자를 한 번 더 확보했다. 이미 유전자가 등록돼 있지만 진짜 가족이 맞는지 정확한 확인을 위해 재채취 과정을 거친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진 씨는 애타게 찾던 큰 오빠 정형곤(76)씨와 둘째 오빠 정형식(68)씨를 함께 만나게 됐다. 삼 남매는 눈물을 흘리며 “기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들 삼 남매는 경찰이 2004년부터 추진해 온 장기실종자 조사 핵심 기법인 ‘유전자 분석 제도’를 통해 만나게 됐다. 이는 경찰이나 실종가족지원센터가 ‘실종 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실종아동법)’에 따라 유전자 채취 대상자(18세 미만, 치매·정신 장애인, 무연고 아동 등)와 그 가족들의 유전자 채취를 진행하고 채취한 유전자를 서로 대조해 찾는 기법이다.
경찰청 실종아동 등 신고 접수 및 처리현황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장기실종아동으로 분류된 사례는 총 840명에 달한다. 특히 실종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아동을 찾지 못한 사례가 663건으로 전체의 78.9%에 달하는 가운데 제도는 앞으로도 장기실종자와 그 가족들이 상봉하는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실종가족지원센터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이번처럼 어릴 때 해외로 입양을 갔던 사례도 많은데 이 경우 입양 전 보호시설에서 지낸 무연고 아동임을 아동권리보장원으로부터 증명·확인받으면 유전자 채취를 할 수 있다”며 “해외공관을 통해 유전자 채취를 한 번 더 하는 것은 최종적인 확정을 위해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장기실종자 가족들 가운데 유전자 채취 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실종자와 가족들의 상봉은 2004년부터 지금까지 700여 건 정도 이뤄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