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실종자가족지원센터에서 진명숙씨(여동생, 왼쪽)가 큰오빠 정형곤씨와 상봉해 포옹하고 있다. 진명숙씨(여동생, 당시 4세)는 지난 1959년 여름 인천 중구 배다리시장 인근에서 작은오빠 정형식씨(당시 6세)와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걸어가다 길을 잃어 실종된 후 경찰청이 200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장기실종자 발견을 위한 유전자 분석 제도를 통해 62년 만에 큰오빠 정현곤, 작은오빠 정형식씨와 상봉했다. (공동취재사진) 2021.07.05.
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실종자가족지원센터에서 진명숙씨(여동생, 왼쪽)가 큰오빠 정형곤씨와 상봉해 포옹하고 있다. 진명숙씨(여동생, 당시 4세)는 지난 1959년 여름 인천 중구 배다리시장 인근에서 작은오빠 정형식씨(당시 6세)와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걸어가다 길을 잃어 실종된 후 경찰청이 200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장기실종자 발견을 위한 유전자 분석 제도를 통해 62년 만에 큰오빠 정현곤, 작은오빠 정형식씨와 상봉했다. (공동취재사진) 2021.07.05.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경찰청 실종가족지원센터는 장기 실종됐던 가족을 62년 만에 극적으로 만난 사연을 최근 전했다. 이들 가족은 ‘유전자 분석 제도’ 덕분에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장기실종아동 중 실종 20년이 넘는 이들이 전체의 80%가량을 차지하는 가운데 이번 사례는 오랜 장기실종자도 언제든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1959년 인천 중구 배다리시장 인근에서 서로를 잃어버린 뒤 소식이 끊겼던 삼 남매는 62년 만인 지난 5일 어렵게 상봉했다. 4살 때 가족과 헤어졌던 진명숙(66)씨는 당시 2살 터울 오빠와 함께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걸어가다가 홀로 길을 잃었다. 이후 인천의 한 보육원을 거쳐 충남에 거주하는 수녀에게 입양됐다. 그는 성인이 되고나서 가족을 찾기로 결심하고 방송에 출연하는 등 온갖 노력을 이어가다 2019년 11월 경찰에 자신의 유전자를 등록했다. 

경찰청 실종가족지원센터에서는 지난 3월부터 사례 분석과 개별 면담 등을 진행하며 그의 가족일 가능성이 큰 둘째 오빠 정형식(68) 씨를 찾았다. 정형식 씨는 이미 2014년 한 차례 ‘동생을 찾아 달라’며 경찰에 유전자를 등록해놨었다. 경찰은 ‘해외 한인 입양인 유전자 분석 제도’를 통해 밴쿠버 총영사관에서 정 씨의 유전자를 한 번 더 확보했다. 이미 유전자가 등록돼 있지만 진짜 가족이 맞는지 정확한 확인을 위해 재채취 과정을 거친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진 씨는 애타게 찾던 큰 오빠 정형곤(76)씨와 둘째 오빠 정형식(68)씨를 함께 만나게 됐다. 삼 남매는 눈물을 흘리며 “기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에스컬레이터에 부착된 실종 아동 찾기 캠페인 관련 홍보물. [사진=조택영 기자]
에스컬레이터에 부착된 실종 아동 찾기 캠페인 관련 홍보물.

이들 삼 남매는 경찰이 2004년부터 추진해 온 장기실종자 조사 핵심 기법인 ‘유전자 분석 제도’를 통해 만나게 됐다. 이는 경찰이나 실종가족지원센터가 ‘실종 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실종아동법)’에 따라 유전자 채취 대상자(18세 미만, 치매·정신 장애인, 무연고 아동 등)와 그 가족들의 유전자 채취를 진행하고 채취한 유전자를 서로 대조해 찾는 기법이다.

경찰청 실종아동 등 신고 접수 및 처리현황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장기실종아동으로 분류된 사례는 총 840명에 달한다. 특히 실종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아동을 찾지 못한 사례가 663건으로 전체의 78.9%에 달하는 가운데 제도는 앞으로도 장기실종자와 그 가족들이 상봉하는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실종가족지원센터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이번처럼 어릴 때 해외로 입양을 갔던 사례도 많은데 이 경우 입양 전 보호시설에서 지낸 무연고 아동임을 아동권리보장원으로부터 증명·확인받으면 유전자 채취를 할 수 있다”며 “해외공관을 통해 유전자 채취를 한 번 더 하는 것은 최종적인 확정을 위해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장기실종자 가족들 가운데 유전자 채취 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실종자와 가족들의 상봉은 2004년부터 지금까지 700여 건 정도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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