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미발견 건수, 3700여 건···“‘성인 실종법’ 시급”

서울 장충동 인근에 실종자를 찾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조택영 기자]
서울 장충동 인근에 실종자를 찾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조택영 기자]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있는 5월은 가정의 달로 불린다. 이런 5월의 끝자락에는 ‘세계 실종아동의 날(매년 5월25일)’이 있다. 실종아동 예방을 집중적으로 교육·홍보하고, 실종아동 모두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날이다. 현재 실종아동의 보호·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는 마련돼 있다. 그러나 실종 성인에 대한 법적 근거는 미비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는 ‘성인 실종법’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2015~2019미발견 성인 실종자’, 청소년지적장애인치매 환자보다 15배 많아

법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 차이···현재 실종 성인에 대한 인력예산 없어

최근 ‘한강 실종 의대생’ 사건과 관련, 관심이 뜨거운 상태다. 한강에서 실종됐던 대학생 손정민(22) 씨는 실종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손 씨의 경우 안타깝게 발견된 사례지만 아직까지 발견되지 못한 실종 성인들은 한 해 수백에서 수천 명에 달한다.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성인에 대한 실종신고는 지난 2017년 6만5830건, 2018년 7만5592건, 2019년 7만5432건으로 해마다 7만 건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2015년~2019년, 5년간 미발견 건수는 3743명으로 같은 기간 청소년·지적장애인·치매환자 미발견자보다 15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성인의 경우 실종 신고를 하더라도 ‘가출인’으로 접수가 돼, 초기에 제대로 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 법적 근거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신속 수색’ 어려운 까닭

현행법은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실종 아동법)’이다. 적용 대상은 18세 미만 아동·청소년과 지적장애인, 치매환자로 규정한다.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수색·수사를 위한 지문, 위치 정보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실종 성인의 경우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어, 개인 정보를 활용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실종 성인에 대한 신속한 수색이 어려운 형국이다.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는 일요서울에 “현재 실종에 관한 법은 존재하지만, 실종 아동법이 유일한 법이다. 실종 아동법(적용 대상)에는 아동·청소년, 지적장애인, 치매 노인까지 들어와 있다. 그러나 문제는 실종 성인에 대한 법이 없다는 것”이라며 “물론 성인이 실종됐을 때도 경찰이 일을 하고 있지만, 법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것과, 법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것은 굉장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인 실종자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성인 실종에 대한 법제화다. 이에 대한 예산과 인력이 편성돼야 한다”며 “지금같이 인력도 예산도 없는 상황에서는 성인 실종자를 찾더라도 이게 과연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겠는가. 이런 맥락에서 미비하다고 보는 것이다. 꼭 ‘성인 실종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기원 대표 [사진=황기현 기자]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 [일요서울DB]

법제화 노력

어제오늘 일 아냐

실종 성인에 대한 법제화 노력은 지속돼 왔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실종 성인의 소재 발견 및 수색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발의됐다. 법안에는 실종 성인에 대한 정의와 성인 실종 신고가 접수됐을 때 신속한 신고 및 발견 체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지만 결국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서 대표는 “법제화하려고 국회의원 관계자 등과 함께 굉장히 노력을 해 왔다. 경찰청에서도 이 법이 무조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었고, 보건복지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실종자 부모들도 98% 정도가 찬성했다. 꼭 (성인 실종)법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며 실종자 부모들과 (법제화를) 추진하고 진행해 왔는데, 한두 사람이 반대하면서 일이 틀어졌다. 너무 안타까웠다”면서 “(대다수의) 실종자 부모들은 ‘실종 아동법도 필요하지만 성인 실종법도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표했는데, 한두 사람이 ‘실종 아동법에 왜 손을 대느냐’는 식으로 반대했다. 일부 의원실에서는 ‘경찰이 이런 법을 가지면 힘이 너무 세진다’면서 반대하는 한두 사람에게 초점을 둬 결국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성인 실종법이 없는 탓에 신속한 수색이 어려워, 실종 성인 중 일부는 숨진 채 발견되기도 한다. 지난 2017년 실종신고된 성인 중 1404명(2.1%)은 극단 선택·교통사고·살인 등 사유로 숨진 채 발견됐다. 성인 실종자의 법적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까닭 중 하나다.

서 대표는 “실종에 대한 하나의 큰 법이 있어야 한다. 그 안에 실종 아동·청소년, 지적장애인, 치매 노인, 더 나아가서는 성인까지. 여러 항목으로 나누되 13세 미만 또는 미취학 아동을 1순위로 둔다든지, 이런 제도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실종 성인은 실종 아동보다 더 수사하기 어렵다. 여러 분야에 골든타임이 있듯이 실종에도 신속한 수사가 중요하다. 실종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에 바로 가서 어떻게 된 것인지 찾아내는 게 가장 우선이다. 그러나 법이 없는 상황이라 이런 조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인 실종법이 만들어짐과 동시에 실종 전담 수사팀이 마련돼야 한다. 물론 경찰에는 장기 실종 수사팀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실종 사건이 벌어졌을 때 현재 사건부터 장기 사건까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면서 수사를 할 수 있는 실종 전담 수사팀이 전체적으로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러려면 우선 성인 실종법을 다시 입법을 해야 한다. 올해 입법해서 법제화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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