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개막식...‘스포츠대제전’ 339개 금메달 걸고 17일간 대장정 돌입

23일 마스크를 낀 시민들이 일본 도쿄의 올림픽 박물관을 지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7월 일본에서 개최 예정된 도쿄올림픽의 취소 가능성을 제기했다. [뉴시스]
23일 마스크를 낀 시민들이 일본 도쿄의 올림픽 박물관을 지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7월 일본에서 개최 예정된 도쿄올림픽의 취소 가능성을 제기했다. [뉴시스]

- 세계 206개국 선수단 1만1천여 명, 33개 종목서 최고 기량 과시 
- 태극부대 29개 종목 출전...‘효자 종목’ 양궁‧태권도‧골프 金 기대 
- 코로나 팬데믹에 식전부터 여론 싸늘...‘대회 전면 취소’ 검토까지


오는 23일 일본 도쿄올림픽이 개막식을 시작으로 17일의 장정을 시작한다.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을 시작으로 4년마다 개최되는 ‘스포츠 제전(祭典)’인 올림픽은 세계인들의 폭발적인 관심과 성원 속에 그 권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례적으로 이번 도쿄올림픽을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연쇄적인 변이 바이러스 창궐로 세간의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스포츠 대축제의 열기마저 잠식했기 때문이다. 꿈의 무대를 밟기 위해 5년 동안 땀과 눈물을 흘리며 기량을 닦아 온 선수들도 무관중으로 ‘그들만의 리그’를 치르게 생겼다. 더군다나 개막이 임박한 상황에서 선수단과 대회 관계자들 사이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대거 속출해 개최 당국에선 ‘대회 전면 취소’까지 검토되고 있다. 17조 원을 상회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 이번 올림픽이 자칫 역대 최악의 행사로 스포츠 연대기에 남게 될 처지에 놓였다. 그럼에도 전염병에 짓눌린 실패작으로 남기기엔 올림픽이 갖는 상징성은 광대하다. 본지가 2020 도쿄올림픽을 맞아 이모저모를 살펴 봤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0 도쿄올림픽이 우여곡절 끝에 개막을 이틀 앞두고 있다. 총 339개의 금메달이 걸린 이번 스포츠 세계대전은 8월8일 폐막까지 17일 동안 206개국을 대표하는 1만1천여 명의 선수들이 일본 전역 42개 경기장에서 최고의 기량을 과시할 예정이다.

총 33개의 공식종목(세부종목 46개)으로 편성된 이번 올림픽은 가라테, 스케이드보드, 서핑, 스포츠클라이밍 등 4개 종목을 신설해 풍성함을 더했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공식종목에서 제외됐던 야구·소프트볼은 이번 대회에서 복귀했다. 우리나라 대표선수단(선수 232명·임원 122명)은 총 29개 종목에 출전할 예정이다.

양궁 국가대표팀 김우진이 28일 오후 충북 진천군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대회 미디어데이 양궁 훈련 공개'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양궁 국가대표팀 김우진이 28일 오후 충북 진천군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대회 미디어데이 양궁 훈련 공개'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도쿄올림픽 ‘태극호’ 주요 관전포인트는

오는 24일 ‘금메달 효자 종목’으로 꼽히는 양궁, 펜싱, 태권도 일정이 잡혀 있어 한국의 첫 금메달 소식이 전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 중 양궁은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기대수치가 높은 종목으로 꼽힌다.

남자 대표팀은 ‘2016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우진과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오진혁을 필두로 든든한 라인업이 구성됐다. 여자대표팀도 국가대표 선발 등용문을 통과한 현 세계랭킹 1위 강채영을 비롯해 장민희, 안산이 등 세 명의 선수가 주축을 이뤘다.

또 다른 효자 종목인 남자 유도는 국가대표팀으로 60㎏급 김원진, 66㎏급 안바울, 73㎏급 안창림, 81kg급 이성호가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골드 제로’를 기록한 아픈 기억을 딛고 금메달 설욕전에 나선다. 올림픽 개막을 불과 이틀 앞두고 기존 출전 선수 결원으로 차순위 출전권을 극적으로 거머쥔 81kg급 이성호는 남다른 투지를 불사르고 있다.

역대 올림픽에서 우리나라에 금메달 11개를 안기며 국격을 드높였던 태극호 레슬링은 아쉽게도 지난 2008년부터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아시아 최초로 2관왕을 차지한 ‘작은거인’ 심권호 이후 금메달리스트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것.

게다가 간판주자인 김현우가 코로나19 확진으로 도쿄올림픽 출전이 좌초되면서, 크레코로만형 72kg급 류한수와 130kg급 김민석 단 두 명으로 대표팀이 꾸려졌다. 다만 김현우와 함께 투톱 유망주로 지목됐던 류한수가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결의를 다지고 있는 만큼, 금메달을 기대해볼 만하다.

여자 골프도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정조준하고 있다. 세계랭킹 2~5위를 독식하며 LPGA(미국여자프로골프)에서의 종횡무진 활약이 돋보이는 고진영, 박인비, 김세영, 김효주가 라인업을 이뤘다. 이들 선수는 프랑스 에비앙 챔피언십을 마치고 도쿄로 향할 예정이다.

올림픽 남자 축구 대표팀 김학범호는 황의조(보르도), 이강인(발렌시아)이 공격의 구심점을 맡아 9년 만에 메달 도전에 나선다. 핵심 공격‧수비수로 지목됐던 ‘캡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김민재(베이징궈안)가 대표팀에서 제외되며 당장 ‘장신 군단’ 뉴질랜드와 첫 예선전에서부터 고전이 예상된다. 이에 ‘에이스 카드’ 부재라는 불안요소를 극복할 김학범 감독의 전략 구상에 시선이 고정된다.

한국 대표팀은 B조 조별리그로 오는 22일 일본 가시마에서 오후 5시 뉴질랜드와 첫 결전을 치르고, 25일 오후 8시 같은 장소에서 루마니아와 2차전을 가질 예정이다. 오는 28일에는 요코하마에서 오후 5시30분 온두라스와 예선 최종전을 치른다.

한편,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이 첫 출전하는 남자 럭비 7인제 대표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 2019년 럭비 아시아 지역 예선 결승에서 홍콩을 꺾으며 역사상 첫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는 기염을 토했다. 태극호 럭비 대표팀은 뉴질랜드, 호주, 아르헨티나와 A조 예선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17일 일본 내 여론조사 결과 일본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도쿄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에 회의적인 반면, 소수의 사람들만이 공개적으로 항의 시위를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달 9일 도쿄 올림픽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도쿄 국립경기장 주변에서 올림픽 반대 시위를 벌이는 모습. [뉴시스]
17일 일본 내 여론조사 결과 일본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도쿄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에 회의적인 반면, 소수의 사람들만이 공개적으로 항의 시위를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달 9일 도쿄 올림픽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도쿄 국립경기장 주변에서 올림픽 반대 시위를 벌이는 모습. [뉴시스]

코로나19 악재에 도쿄, 초상집 분위기

초유의 코로나19 글로벌 창궐로 역대 처음으로 올림픽이 1년 미뤄졌다. 당초 도쿄올림픽은 지난해 7월24일∼8월9일로 예정됐으나, 전염병 확산을 감안해 올해 7월23일∼8월8일로 전격 연기됐다.

올림픽 기획 단계에서부터 세계적인 방역 초비상 사태로 인해 행사 개최 여부를 놓고 백가쟁명이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숱한 난맥상을 딛고 올림픽 개최가 결정됐지만 일본 내에선 전세계 206개국 1만여 명의 선수단과 해외 인파 유입에 따른 방역 누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도쿄 선수촌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 속출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이하 올림픽조직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누적 집계된 올림픽 참가단 관련 확진자는 21일 현재 75명으로 늘었다. 또 도쿄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지난 20일 기준 전주 대비 557명(67.1%) 늘어난 1387명으로 집계됐다.

일본 정부는 재계와 공조해 방역기금 1조350여억 원을 포함한 17조 원가량의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부었다. 일본 정부가 발표한 올림픽 공식 투입 예산은 17조 원이나, 실제로 이번 올림픽에 투입된 총 예산은 20조 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럼에도 코로나 확진자 폭증에 따른 무관중 경기 방침이 결정되는 등 겹악재로 올림픽 부흥은커녕 사전 흥행마저 실패하면서 폐막 후 막대한 국가 부채와 코로나 전염병 확산 여파가 예상된다.

이에 일본 올림픽 개최 당국은 현재 행사 전면 취소까지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무토 토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지난 20일 “확진 판정을 받는 선수가 늘어나고 불참 스폰서들이 늘어날 경우 취소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면서 “코로나 상황에 따라 5자 회담을 다시 소집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5자 회담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도쿄올림픽조직위, 국제패럴림픽위원회, 일본 정부, 도쿄도가 참여한다. 올림픽 개최 취소와 관련해서는 IOC가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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