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곳곳 지뢰밭’…내로남불 및 무성의(無誠意) 일관

도쿄올림픽이 우여곡절 끝에 개막됐으나, 한일 갈등은 꺼질 줄을 모르고 일본은 올림픽 준비 과정을 두고 전 세계의 비난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이창환 기자]
도쿄올림픽이 우여곡절 끝에 개막됐으나, 한일 갈등은 꺼질 줄을 모르고 일본은 올림픽 준비 과정을 두고 전 세계의 비난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코로나19 여건에도 불구하고 도쿄올림픽이 시작됐다. 전 세계적인 보이콧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지난해 7월로 예정된 올림픽을 한 차례 미뤄 치르기로 했던 상황에서 일본이 강행 의지를 보였기에 가능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절대적으로 개최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비롯해 주변국 설득에도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기대 이하라는 평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각국 선수들에 대한 처우 문제부터 음식과 숙박까지 나열하기에도 끝이 없다. 

이순신 현수막 헌장 50조 위반 적용 반면 욱일기 응원 예고한 일본
선수단 도시락 후쿠시마 식재료 기피 항의… 미국도 자국 공수했는데

지난 15일 한국선수단이 머무는 도쿄올림픽 선수촌 숙소 건물 베란다에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는 문구가 걸린 플래카드가 공개됐다. 명량해전을 앞둔 이순신 장군의 진언에 선조(宣祖)가 감동해 수군 철폐를 되돌린 명언으로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자 일본의 극우단체들이 선수촌 인근으로 몰려들었고, 확성기 등을 동원해 “현수막을 철거하라”며 시위에 나섰다. 파장이 커지자 부랴부랴 IOC가 한국선수단을 찾아 철거를 요청했다. 

올림픽 50조 위반 “너는 안 되고 나는 돼”

IOC는 “현수막에 인용된 문구가 전투에 참여하는 장군을 연상시킬 수 있다”며 “올림픽 헌장 50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철거 요청 사유를 밝혔다. 헌장 50조는 올림픽 기간 동안 어떤 장소에서도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을 불허한다는 내용을 명확하게 담고 있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현수막 문구와 관련된 우리 측의 입장을 전달하고, 일본 측이 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 내에서 욱일기 응원을 예고한 데 대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대한 체육회에 따르면 욱일기 사용에 대한 헌장 50조 적용 판단을 약속 받고 이른바 이순신 장군 현수막 철거에 ‘상호합의’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시민 A씨(30대)는 “우리는 이순신 현수막을 내리더라도 일본이 욱일기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개최국의 지위를 악용해 일본 응원단이 끝까지 욱일기 응원을 강행할 수도 있다”고 염려와 아쉬움을 내뱉었다. 

이를 뒷받침하듯 일본 현지의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순신 현수막이 철거된 다음날 “욱일기의 디자인이 일본에서는 널리 사용돼 왔던 것”이라며 “정치적인 주장을 담고 있지 않고 경기장 반입 금지 물품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대회 도중 욱일기 응원 등이 이뤄지면 적극 항의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일본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22일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공식 기자회견에서 JTBC 측이 ‘과거 세차례 올림픽 지도에 없던 독도가 왜 이번에 표기돼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의한 데 대해 무토 도시로 도쿄 올림픽 조직위 사무총장은 “그냥 일반 지도를 사용한 것”이라며 “이 지도는 갈등과는 전혀 관련 없다”고 답했다. 

일본 정부는 우리 선수들이 먹는 음식에 대해서도 강한 반발에 나서고 있다. 앞서 대한체육회는 일요서울에 “국내에서 공수가 가능한 것은 공수하고 그 외에 필요한 것은 일본 현지에서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로 준비해 선수들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대한체육회는 현지 급식지원센터를 마련하고 조리사를 동원해 선수단 도시락을 제작하고 있다. 

23일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일본 측이 우리 선수단의 도시락 제공에 대해 항의하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라며 “이미 우리 선수단에게는 지난 20년간 건강과 컨디션을 고려한 도시락이 지속 제공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뿐 아니라 미국도 자국 선수들을 위한 도시락 등 식음료 제공을 위한 재료 등을 현지에서 공수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일본 측이 이해하기 힘든 억측을 부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이 영국의 블랙캡을 본따 만든 도쿄올림픽 기념 택시. [이창환 기자]
일본이 영국의 블랙캡을 본따 만든 도쿄올림픽 기념 택시. [이창환 기자]

도쿄올림픽 문제? 숙소도 경기장도 ‘모두’

일본이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빚어 낸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각국 선수단이 일본에 도착하기 전부터 회자되기 시작했던 숙소는 미국, 호주, 러시아 등 각국 선수들로부터 웃음거리가 되는가 하면 에어컨과 TV, 냉장고까지도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에어컨 리모컨은 몇몇 일본어로만 표기돼 있고, 알아볼 수 있는 그림이나 영어도 없다. 선수촌 숙소에는 TV는커녕 냉장고도 없어 뜨거운 여름철 음식을 저장해 둘 공간조차 제공되지 않았다. 일부 TV와 냉장고를 요구하는 선수들에게는 조직위 측에서 ‘유료 대여’라는 답이 나오자 선수들은 이에 대한 비판 글을 각자 SNS에 올리기도 했다.

골판지를 이용한 침대 프레임과 선수들의 신장 등의 신체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규격도 문제지만 골판지 프레임 위에 얹은 ‘매트리스 같지 않은 매트리스’ 문제가 불거졌다. 실제로 매트리스는 스펀지 또는 스티로폼 같은 재질로 확인됐다. 

컨디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체조 경기의 특성상 미국 여자 체조대표팀은 전원 선수촌이 아닌 호텔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탁구, 유도 및 레슬링 등 메달 유망 종목 자국 선수들에게는 외부 숙박 시설이 제공된 것으로 알려져 특혜 논란까지 도마에 올랐다. 

경기장도 문제다. 카누 경기장으로 예정된 바다는 파도가 거칠어 정상적인 경기가 가능할지 알 수 없고 트라이애슬론 경기 장소는 오염이 너무 심해 선수들이 몸을 담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사격 연습장소는 에어컨 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사격 금메달리스트인 진종오 선수는 “여름이니까 더운 것은 당연하다”는 말과 함께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다만 염려되는 것은 코로나19로부터의 안전 문제. 일본은 이미 도쿄 전체에 긴급사태를 선포하고 확진자 추가를 막기 위해 안간힘이지만 선수촌 내부에서 이에 대한 단속을 게을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의 아사타 사격장에서 현지 훈련을 진행 중인 진종오 선수는 연습하는 선수들 가운데 마스크를 착용한 유일한 선수였다. 

도쿄에 거주하는 일본인 B씨는 지난 22일 취재진에게 “도쿄의 코로나19 확진자가 1800명을 넘어섰다”며 “어디 놀러갈 수도 없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이미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 선수들 가운데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조직위가 딱히 대응 방안을 내놓고 있지 않다. 

응원하는 목소리 하나 없는 무관중 경기를 결정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IOC가 폐막식이 있는 날, 전 세계의 스포츠팬들과 올림픽을 시청하는 이들로부터 어떤 판단을 받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코로나19로 개최가 지연된 도쿄올림픽의 강행을 추진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하지만 그는 스스로도 올림픽 개회식에 참가하지 않았다. [이창환 기자]
코로나19로 개최가 지연된 도쿄올림픽의 강행을 추진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하지만 그는 스스로도 올림픽 개회식에 참가하지 않았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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