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경찰·서울시 “광복절 연휴 집회 ‘불법’으로 규정”

8·15 민족자주대회 추진위원회 회원들과 보수단체 참가자들이 15일 오전 각각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한편 광화문광장에서는 보수단체 참가자가 집회를 하고 있다. 2020.08.15. [뉴시스]
8·15 민족자주대회 추진위원회 회원들과 보수단체 참가자들이 15일 오전 각각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한편 광화문광장에서는 보수단체 참가자가 집회를 하고 있다. 2020.08.15. [뉴시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회원들이 3일 서울 종로2가에 모여 노동자대회를 하고 있다. 2021.07.03. [뉴시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회원들이 3일 서울 종로2가에 모여 노동자대회를 하고 있다. 2021.07.03. [뉴시스]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2000명대 안팎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광복절 연휴(14~16일)에 대규모 집회가 진행됐다. 방역당국과 서울시, 경찰 측은 집단 감염을 우려해 강경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보수·진보단체들은 주저 않고 집회 강행에 돌입했다. 광복절 연휴 집회가 ‘불법’으로 규정된 상황에서 이들 단체는 한목소리로 ‘K방역’을 비판하고 있다. 

지난 13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이 금지를 통고한 광복절 연휴 기간의 집회 및 시위는 316건(41개 단체)이며 참여 인원은 수 만 명에 육박했다. 서울시가 앞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무관하게 이 기간 동안 2인 이상 집회 및 시위를 일괄 금지하기로 하면서 단체들 대부분은 다수 인원이 일정 간격을 두고 참가하는 1인 시위를 계획했다. 1인 시위는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된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가능한 집회 및 시위 형태다. 

하지만 경찰은 같은 단체에 속한 다수의 인원이 충분한 간격을 두지 않고 1인 시위를 해도 불법이라고 밝혔다. 경찰 측은 “다수인이 집결해 수십 미터 이상 충분한 거리를 두지 않는 ‘변형된 1인 시위’를 명백한 불법 시위라고 법원이 일관되게 판결해왔다”고 설명했다. 법원도 지난 12일 서울 시내 집회금지 처분 효력을 중단해 달라는 보수단체에 연달아 제동을 걸었다. 

확진자 2000명대… 방역지침 4단계 불구
보수·진보단체 대규모 집회 개최 한목소리

이같이 엄중한 상황에서도 광복절 연휴 대규모 집회가 개최됐다. 특히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대표로 있는 국민혁명당은 광복절 연휴 기간 ‘문재인 탄핵 8·15 1000만 1인 시위 대회’를 진행했다. 이는 참가자들 간에 2미터 간격을 두며 서울역에서 세종문화회관까지 행진하는 방식이다. 

국민혁명당 측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4일부터 16일까지 진행하는 국민 걷기운동은 현행법에 위반되지 않는 합법적인 행사”라며 “이를 불법 집회로 간주하고 공권력을 사용해 차단벽이나 장애물을 설치하면 민·형사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 걷기운동은 다수 인원이 한 장소에 집결하지 못하도록 3일간 분산해 실시하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집합 인원 없이 자유롭게 산책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피켓이나 구호가 없기 때문에 시위나 집회 형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뿐만 아니라 전광훈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는 거리두기 4단계로 대면 예배가 금지됐던 지난달 18일부터 4주째 일요일마다 대면 예배를 강행하고 있다. 교회는 성북구로부터 1차 운영 중단(7월 22∼31일) 명령과 함께 과태료 150만 원 처분을 받았지만 지난달 25일에도 대면 예배를 했다.

성북구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사랑제일교회 시설 폐쇄 절차를 밟고 있다. 앞서 지난해 4월에도 서울시의 집합금지 명령을 위반하고 현장 예배를 열었다가 고발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8월에는 교회 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면서 시설이 2주간 폐쇄되기도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 14일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전, 광주 등 전국 13개 지역에서 ‘8·15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다만 대규모 인원이 한자리에 모이진 않고 1인 시위 형태로 진행됐다. 서울에선 서대문구 일대에서 총 인원이 집결한 바 있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달 3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주최 측 추산으로 8000여 명 규모의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어 주최자 등 관계자 23명이 입건됐다. 서울경찰청 7·3 불법시위 수사본부는 집회를 주도한 양경수 민주노총위원장을 상대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감염병예방법 위반, 일반교통방해 등 혐의로 입건하고 지난 6일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양 위원장은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했다. 대신 그는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영장심사에 출석하지 않는다”며 “법원에 출석해 구속영장의 적절성 여부를 따지는 것보다 당장 노동자들이 받는 고통을 해결하는 것이 더욱 절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광복 76주년 한반도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8·15대회 추진위원회(이하 8·15추진위)’도 지난 14일 서대문과 용산, 종로 일대에서 1000여 명이 참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8·15추진위는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진행되는 1인 시위조차 문제 삼는다면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 행동의 권리가 모두 훼손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지난 12일 ‘코로나 방역 대책 진단 토론회’를 열고 국민혁명당 등 보수단체 집회까지 옹호하며 K방역에 날 선 비판을 쏟아 냈다. 또한 국민혁명당 등 보수단체가 올해도 광복절 집회를 예고한 상황에서 지난해 보수단체들이 주도한 광복절 및 개천절 집회가 서울시 등에 의해 제지당했던 일도 거론됐다.

류하경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지난해 서울시와 방역당국이 내린 집회 금지 조치에 “국가가 그렇게 하면 독재”라고 지적하며 “감염병 확산 우려가 합리적 근거에 의해서 객관적으로 분명하게 예상될 때,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집회의 자유 제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법이 구체적으로 명시했음을 강조했다. 이어 류 변호사는 “코로나19처럼 특수한 상황이라는 이유로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는 결정이 쌓이면 다른 국민의 자유도 억압될 가능성이 있다”며 “과잉금지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여러 연구를 보면 마스크를 쓰고 충분한 거리 유지를 지킨 집회에서 감염 가능성은 0.1% 이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K방역은 대자본에게만 유리하다. 정부는 대자본이 운영하는 유통·소비 업종에는 거리두기를 느슨하게, 개인적 서비스업에는 엄격하게 적용했다”며 “학교에서는 원격수업으로 인해 학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의 학습 결손 문제가 발생하는 등 빈부격차에 따른 교육 격차가 생겼고 일은 택배·배달노동자가 했는데 수익은 대자본이 거둬들였다”고 비난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3일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한 가운데에서 이번 광복절에도 일부 단체가 대규모 불법집회를 예고하고 있는데 작년 8·15 불법집회가 2차 유행을 불러와 얼마나 많은 고통이 뒤따랐는지를 우리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며 “방역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어떠한 자유와 권리도 국민의 안전과 생명보다 우선할 수 없다. 국민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불법집회를 강행한다면, 정부는 법에 따라 엄정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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