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지난 6월말 인력 기준 기본안 작성, 현재 서울시 검토 중… 8월말에서 9월초 공식 발표 예정”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당장 내일 어디서 근무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합니다. 환자를 직접 보러 갈 시간이 없어 모니터를 통해 보고 있습니다. 휴식을 취해야하지만 돌봐야 할 환자가 많아 제대로 쉴 수조차 없습니다. 5명이 해야 할 일을 3명이 감당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방역 실패 결과를 간호사들이 오롯이 감당하고 있습니다. 병원과 정부가 간호사를 대하는 모습은 마치 공장의 작은 부품처럼 쓰고 버려지는 존재 같습니다.”

코로나19 현장의 최일선에서 5년차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김경오 보라매병원 간호사는 자신과 주변 동료들이 겪고 있는 현장의 어려움을 생생하게 전했다. 23일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는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이후 간호 인력 충원을 요구하자 정부와 서울시는 코로나병동 인력 기준 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의 결과를 지난 6월 발표한다고 해 놓고 지금까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은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경오 간호사는 “간호 인력 분류 기준안을 마련하고 환자 중증도 분류 시 환자를 돌보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노동 강도 등을 포함하라는 요구를 계속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감염이 확산되는 2년 동안 정부와 서울시는 적절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며 “의료연대에서 재차 요구하자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이 병원 관계자와 병동 간호사들을 만나 인력 조사를 진행해 작은 희망이라도 갖게 됐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대안이 나오지 않으면서 희망을 가졌던 스스로가 바보스럽고 한심하다”고 호소했다. 

김 간호사에 따르면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은 코로나19로 인해 병동 간호 업무가 얼마나 증가했는지, 새로 발생한 업무들은 어떤 것인지 코로나19 이전의 상황과 비교할 때 소요 시간이 얼마나 더 늘어났는지, 일반 병동을 격리 병동으로 임시 변경하면서 나타나는 구조적인 문제로 증가한 업무 수치 등 구체적인 데이터를 요구했다. 그는 “간호사들의 업무는 극심한 인력 부족 상황으로 수많은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지 않으면 이를 제 시간에 끝마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과 정부가 간호사를 대하는 모습은 마치 공장의 작은 부품처럼 쓰고 버려지는 존재 같았다.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회의감이 들어 그만둘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며 “5년간 현장에서 일하면서 간호사가 무너지면 환자도 같이 위험해진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더 나아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 자리에서 동료들과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향춘 의료연대본부장은 “정부가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에 코로나19 감염증과 함께 공존한다는 의미의 ‘위드 코로나’ 방식으로 방역 정책을 전환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며 “위드 코로나는 방역 정책의 중심을 방지를 기준으로 해 중증 환자의 치사율을 낮추는 것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변이를 일으키며 전파력을 높이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근절하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확진자의 증가만을 이유로 강도 높은 방역 조치만 계속하는 것은 여러 가지 피해만 유발해 무의미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향성은 맞지만 시기와 방법들을 결정하는 데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히고 있다”며 “최근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환자들이 연이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유족들은 환자가 고열과 폐렴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지만 생활치료센터가 병원으로 제대로 이송하지 않고 방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역 당국이 전국 61곳의 생활치료센터를 확인해본 결과 보호 병상을 기준으로 의사 인력을 충족하는 곳은 10%도 안 됐다. 심지어 의사가 상주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고 부연했다. 

이 본부장은 “생활치료센터에서 자가 치료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험한 상황이 터졌을 때 의료진과 연결되는 시스템은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병상은 부족하지 않은지 등을 제대로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병상 확보를 위한 방안은 나오는데 정작 환자를 돌보고 치료하는 구체적인 방안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5차 대유행이 시작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가슴을 졸이고 또 어떻게 버틸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 이미 많은 의료진들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든데 이런데도 서울시가 충원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그건 위기를 더 크게 만드는 것”이라며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간호사들은 환자를 놔두고 병원을 나올 수밖에 없다. 전국의 간호사들과 전국 병원에서 환자들과 국민을 대상으로 공동행동을 할 생각도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따로 연구용역을 진행한 게 아니라 재단 내부에서 지난 1년간 자체 조사를 실시해온 것”이라며 “보건복지부와 대한간호협회 등 관련 기관과 단체 등에서 제안했던 인력 배치 기준 안건에 대해 현재는 검토 작업을 모두 마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난 1년간 코로나 확진자 발생 규모나 병상 수, 투입 인력 등 변동이 계속 있어 이를 전체 평균으로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지난 6월말까지 기본안은 작성된 상태고 이번 주에 이와 관련해 서울시에 보고했다. 현재 서울시가 검토 중인 단계”라며 “아마 이번 달 말에서 늦어도 9월 초에는 서울시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결과 발표가 미뤄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선 “최근 4차 유행이 갑자기 터지면서 서울시에서 생활치료센터나 격리 병상을 계속 확보하는 업무가 급하다보니 우선 순위가 넘어가게 돼 검토가 늦어졌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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