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이내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 한도 5000만 원 제한, 금리 인상도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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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강도 높은 대출 규제 시행을 앞두고 곳곳에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에 이어 저축은행, 상호금융, 보험, 카드사 등이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당장 자금이 급한 실수요자들은 패닉 상태다. 미리 대출을 좀 더 받으려는 수요가 몰려 시중은행 창구는 혼잡하기도 하며 일부는 P2P금융과 대부업 문턱을 두드려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정치권도 현 정부의 대출 규제 문제점을 지적하며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호도한다.

울며 겨자 먹기로 사금융 문 두드려야 할 처지
현 정부 대출 규제 문제 지적하는 사람 많아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A씨는 "대출이 까다로워졌다는 소식에 문의차 은행 창구를 방문했다. A씨는 "본인 연봉에 준하는 대출로는 결혼자금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자금 마련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4대 보험에 가입된 직장에 다니는 B씨는 "수 년째 서울로 이사할 계획을 잡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이번 대출 제재로 목표액 달성이 어려워져 서울 입성의 꿈이 더 밀려나게 됐다"라며 언제쯤 서울 입성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 허탈해했다.

50대 직장인 C씨는 "이미 대출을 받은 상태인데 이번 정부의 대출 규제 시작 전 원금을 조금이라도 갚으려고 노력 중이다"라며 "마이너스 통장도 최대 5000만 원까지로 알고 있어 사금융의 도움을 받아야 하나 고민 중이다"라고 토로했다.

- 영끌·빚투족, 대출절벽에 `조마조마` 

금융당국의 무차별적 대출 제한으로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추가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거나 주식이나 부동산 등 투자자산 가치마저 하락하면 `영끌` `빚투`족이 사면초가에 몰릴 수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13일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들과 만나 개인 신용대출의 한도를 연 소득 수준으로 낮춰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지난 24일에는 주요 은행들에 신용대출 상품별 한도 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27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5대 시중은행은 모든 신용대출을 연봉 한도까지만 내주는 대출 규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우리와 신한, KB국민은행은 가계 신용대출을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조만간 시행을 준비 중이고, 5대 은행 중 가계대출 증가율이 가장 높아 `당국 경고`를 받은 NH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은 이미 규제에 들어간 상태다.

인터넷 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조만간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줄일 예정이고 케이뱅크도 신용대출 한도 조정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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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차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르면 오는 26일 열리는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0.50%에서 0.75%로 0.25%p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금융권에선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가 누적으로 최소 0.50%p, 최대 0.75%p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은 이미 기준금리 인상을 선반영해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소식이 전해지면서 ‘신용대출 막차’를 타기 위한 수요도 급증했다. 지난달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26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43조1804억 원으로 지난 20일 이후 7일 만에 2조8820억 원 불었다. 증가 폭이 직전 1주일(13∼19일) 4679억 원의 약 6.2배로 뛰었다.

특히 신용대출 가운데 한도 대출, 이른바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1주일 새 2조6921억 원(잔액 48조9828억 원→51조6749억 원)이나 늘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은 모두 1만5366개가 새로 개설됐는데, 이는 앞서 7일(13∼19일) 동안 풀린 마이너스 통장(9520개)보다 61% 많다.

- 국민이 불안에 빠져 있다…정치권도 `아우성`

정치권에서도 이번 대출 규제와 관련해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달 24일 “문재인 정부가 시중은행의 대출을 막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 대출, 신용대출까지 막히면서 당장 전·월세를 올려주고 이사해야 하는 국민이 불안에 빠져 있다”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이어 “집값과 전·월세를 사상 최고로 올려놓고는 대출까지 막는 것은 서민을 두 번 죽이는 처사”라며 “그런데도 청와대 정책실장은 ‘우리나라만 이런 게 아니다’라며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다”라고 덧붙였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지난 25일 “숱한 부동산 정책 실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금융권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은행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면서 농협 등 일부 금융기관은 전세자금 대출을 일시 중단하고 있다. 실수요자인 서민들은 길바닥에 나앉을 판”이라고 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대출 중단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리고 있는데, 대출을 조기 상환하려는 고객에게 제재금 성격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물리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도상환수수료 부과를 한시적으로라도 중단해 중도 상환을 유도함으로써 가계대출 급증세를 진정시키고 정책의 일관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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