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처럼 부동산도 ‘오젤싸’?...집값 상승폭 흐름 지속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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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 ‘지금이 가장 저렴하다(오젤싸, 오늘이 제일 싸다)’는 말은 더 이상 명품백만을 수식하지 않는 듯하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선 더 이상 오르기 전 부동산을 ‘쟁여놔야’ 한다는 말도 적잖게 나온다. 정부의 고점 경고에도 무색하게 집값은 7주 연속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규제완화 기대감 있는 재건축과 인기단지 위주로 눈길을 돌리는 이들은 하루라도 빨리 서둘러야 안심 된다고 입을 모은다.
 

- 고점경고, 온갖 대책에도...7주째 최고 상승률 기록 경신
- “골드바‧부동산, 자녀에게 물려줄 생각으로 사재기‧증여”



과열된 주택시장을 잠재우기 위한 정부의 온갖 대책에도 불구하고 아파트값은 연일 상승폭을 키우며 실수요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달려온 이들은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고 토로한다. 아무리 ‘최고 비쌀 때’라 해도 계속 오르는걸 보니 당장이라도 사지 않으면 나중엔 더 못살 것 같다는 한탄이다.

경기도 평택에 거주하는 A씨는 자신을 ‘전세난민’이라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미친 듯이’ 오를 때 남들 따라 청약을 신청했는데 운 좋게 당첨이 됐다”며 “입주가 3년 가까이 남은 상황인데, 오르는 집값에 청약에 당첨돼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우리 아이 세대에선 어쩌나 하는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주택시장 과열 잡자”
정부 대책에도 집값 ‘코웃음’
전셋시장도 불안정


정부는 주택시장 과열을 잡기 위해 사전청약을 확대 실시하고 가계대출 제한, 기준금리 인상, 신규택지 발표 등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사전청약을 민간분양으로 확대해 10만 가구를 추가하는 방안을 발표했고, 지난달 30일에는 의왕·군포·안산, 화성 진안 등 수도권에 신도시를 조성하는 내용의 3차 신규 공공택지 입지를 발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한국은행은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인상하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비웃는 듯 집값은 도리어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지난 2일 발표를 통해 8월 다섯째 주(지난달 30일) 수도권 아파트값은 일주일 전보다 0.40%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달 중순부터 7주 연속(0.32→0.36→0.36→0.37→0.39→0.40→0.40→0.40%) 최고 상승률 기록을 경신한 셈이다.

수도권 뿐 만 아니라 이 같은 흐름은 전국적으로 이어졌다. 전국 아파트값은 0.31%로 전 주(0.30%)대비 0.01%p 확대했고, 지방 아파트값도 0.22%로 일주일 전(0.19%)보다 0.3%p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교통호재 기대감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상승했는데, 오산시(0.80%), 평택시(0.68%), 의왕시(0.67%), 화성시(0.67%), 양주시(0.62%) 등이 돋보였다. 인천도 연수구(0.59%), 서구(0.49%), 계양구(0.48%), 부평구(0.45%) 등을 중심으로 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서울은 상승폭이 지난주 0.22%에서 이번주 0.21%로 소폭 줄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줄어든 건 지난 7월 넷째 주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값은 규제완화 기대감 있는 재건축과 인기단지 위주로 상승했지만 시중은행 대출중단과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일부 관망세를 보이며 상승폭이 소폭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서울에는 노원구(0.31%)의 상승률이 가장 높았으며 전 주(0.39%) 대비 상승폭이 줄어들긴 했지만 노원구는 최근 22주 연속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유지했다. 이어 강서구(0.29%), 강남구(0.28%), 송파구(0.28%), 관악구(0.25%), 도봉구(0.24%) 등의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전세값 상승폭도 유지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이번 주 0.17% 올라 지난주와 같은 상승률을 유지했다. 노원구가 0.28% 올라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영등포구(0.20%), 동작구(0.20%), 송파구(0.20%), 강서구(0.20%), 양천구(0.19%) 등도 많이 올랐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매물 부족현상 지속되는 가운데 정비사업 이주수요 있는 지역과 역세권 등 교통 접근성이 양호한 지역 위주로 신고가 거래 발생하며 상승폭이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전셋값은 0.25% 올라 전 주와 같았고, 전국 전셋값은 0.19%에서 0.20%으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지방 전셋값도 0.13%에서 0.15%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이러지도 저러지도...‘멘붕’”
향후 부동산 등락 여부 촉각 


이 같은 상황에 내 집마련을 꿈꾸는 소비자들은 한 숨 섞인 토로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강력한 대출규제로 부동산을 잡겠다는 정부 방침이 도리어 국민들의 피해로 직결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도 수원시 거주 한 신혼부부는 “정부가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해 임대주택 등 공공주택에 대해 알리고 있지만, 사실상 청약 당첨이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며 “이런 상황에 지방에 아파트라도 사놓으려 하는데 은행 대출 규제까지 강력해지니, 집값은 오르고 계속 넋 놓고 있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의 경고와 각종 제재에도 불구하고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놔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한국경제가 성장한다면 부동산 가격도 그에 맞춰 상승할 것이라는 이른바 ‘폭등설’을 주장하는 이들이다. 한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집값 상승과 관련해 “당연히 한국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부동산도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부동산이 폭락하면 결국 영끌한 사람이 피해를 볼텐 데 천천히 우상향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서울을 비롯한 경기·인천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수도권 상위 20% 주택가격이 처음으로 평균 15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4년 3개월 만에 2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5분위(상위 20%) 주택가격은 평균 15억893만 원으로, KB가 수도권 통계를 공개하기 시작한 2013년 4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이를 통해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집값이 폭등하자 탈서울 내 집 마련 수요가 서울 접근성이 좋은 경기·인천 지역으로 내려가는 현상이 뚜렷하다”며 “특히 수도권은 중저가 주택값도 최근 들어 치솟고 있어 자산 양극화 해소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고민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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