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저질러도 처벌 안 받는다” 영악한 10대… “강력 처벌보다 교정이 우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31일 청주소년원을 방문해 학생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법무부 제공) 2021.05.31. [뉴시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31일 청주소년원을 방문해 학생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법무부 제공) 2021.05.31. [뉴시스]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만 10세 이상~14세 미만)들의 크고 작은 범죄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잔혹하고 영악한 수법의 범죄 양상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자 ‘촉법소년법 폐지’와 함께 이들을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강력한 처벌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려워 보인다. ‘교화’를 통한 재범 예방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가운데 지난 4월 법무부 소년보호혁신위원회는 소년 범죄자 낙인 효과를 막기 위해 죄질이 가벼운 소년범의 선도조건 훈방 제도인 ‘다이버전(diversion·전환)’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 최근 5년간 촉법소년 강력 범죄 증가세… 4만 명 달해
- “소년범 선도조건 훈방 ‘다이버전’ 제도 활성화해야”

촉법소년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경찰청 ‘촉법소년 소년부 송치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은 3만9694명으로 나타났다. ▲2016년 6576명 ▲2017년 7533명 ▲2018년 7364명 ▲2019년 8615명 ▲2020년 9606명을 기록했다. 유형별로는 절도가 2만1198건, 폭력이 8984건, 강간 및 추행이 1914건, 방화 204건, 기타 7344건으로 나타났다. 나이별로는 만 13세가 2만 5502명으로 가장 많았다. 만 12세는 3768명, 만 11세는 3571명, 만 10세는 2238명을 기록했다. 법원의 통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촉법소년으로 처리된 건수는 ▲2016년 6834건 ▲2017년 7665건 ▲2018년 9334건 ▲2019년 9376건 ▲2020년에는 1만112건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지난달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MBC 뉴스에 보도된 촉법소년 성추행 피해자 엄마입니다’라는 글에서 청원인은 “피해 사건은 성추행이 아닌 유사강간”이라며 “가해자는 신고 당시 만 14세 미만이었지만 지금은 만 14세가 넘었다. 단 두 달 때문에 촉법소년법 처벌을 받는다는 게 너무 화가 난다”며 관련법 폐지 또는 개정을 청원했다.

지난달 30일에는 ‘60대 노인에게 담배셔틀 요구한 10대, 강력 처벌 촉구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교복을 입은 10대 남학생들이 60대 여성 노인에게 담배 심부름을 요구하며 위안부 소녀상에 있던 국화 꽃다발로 머리, 어깨 등을 수차례 때리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SNS를 통해 공개돼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청원인은 10대 가해자에 대한 강력 처벌과 신상공개를 촉구했다. 

지난 3월 서울의 한 대학교 온라인 수업에 무단 침입한 10대 청소년은 강의 중인 화면에 음란물을 올리고 대화창에 각종 욕설과 혐오 표현을 도배했다. 강의 중인 교수가 법적 대응을 경고했지만 이 청소년은 “나는 촉법소년이라 법적 대응이 안 통한다”고 조롱하며 30여 분간 수업을 방해했다. 촉법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르고도 자신들이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 이를 악용해 ‘촉법소년 찬스’를 쓰는 사례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엄벌만이 능사 아냐’ 
교화 통한 재범 예방 중요

10대 청소년들의 강력 범죄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면서 ‘이들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촉법소년이 경미한 범죄부터 시작해 범죄를 반복하면서 청소년 범죄자, 성인 범죄자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엄벌만으로는 재범률을 낮추는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촉법소년에 대한 무조건적인 처벌보다 교화를 통한 재범 예방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최근 3년간 소년범 재범률이 평균 약 33%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대검찰청의 범죄 분석 자료에 따르면 3회 이상 재범한 소년범의 비율은 2009년 12.2%에서 2018년 17.3%로 계속해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는 “소년 범죄가 상습화·지능화되고 있어 소년의 반복되는 범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근본적인 선도·교화 정책을 마련하고 소년법상 보호처분 기능에 대한 검토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소년범죄에 대한 경찰 다이버전의 이론 및 실제 논문
‘소년범죄에 대한 경찰 다이버전의 이론 및 실제’ 논문

이에 법무부 소년보호혁신위원회는 지난 4월 죄질이 가벼운 소년범은 선도를 조건으로 훈방하는 ‘다이버전(diversion·전환)’ 제도를 활성화 한다는 내용의 ‘경미 소년 사건에 대한 경찰 다이버전 활성화’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다이버전은 사회 복귀와 재범 방지를 위해 처벌 대신 선도를 조건으로 훈방하는 ‘회복적 사법 조치’다. 현재 미국·영국 등 선진국들에서 운영 중이다.

혁신위원회 측은 “개인별 특성에 맞는 처분과 지원 등 경찰 단계에서 다이버전을 통해 낙인 효과를 제거하고 성인 범죄자로의 전이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며 “소년법을 개정해 경찰의 다이버전 법적 근거를 명시하고 유형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박은민·최진아 동신대 상담심리학과 교수의 ‘청소년 범죄 재범 방지를 위한 경찰 다이버전 프로그램 활성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 범죄는 사소한 비행에서 시작돼 재범을 반복하는 생활을 하기 쉬운 첫 단계로, 초기 단계에서 적극적인 선도 대책을 시행함으로써 청소년 범죄를 감소시킬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박은민·최진아 교수는 “비행·범법 소년 사건 처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적인 절차로 판단을 내리는 것보다는 선도 절차에 초점을 맞춰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의 정상적인 구성원으로 복귀시키는 것이 최상의 방안”이라고 밝혔다. 

김중곤 계명대 교수의 ‘소년 범죄에 대한 경찰 다이버전의 이론 및 실제’ 연구는 “다이버전은 소년범에 대한 사건 부담 수를 줄여 소년사법체계를 가능하게 하고 입법자나 기타 정부지도자들이 현재의 인적·물적 자원을 성공적인 소년 프로그램에 재배치할 기회를 준다. 다이버전 프로그램의 비용이 수용시설의 1인당 비용보다 훨씬 적게 든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중곤 교수는 “강력 범죄의 경우에는 다이버전을 통한 재범 방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수 있지만 초범 소년의 경우에는 다이버전을 통한 재범 방지와 개선 교화의 효과를 크게 기대할 수 있다”며 “소년 범죄자는 아직 범죄에 고착화 돼 있지 않아 교육이나 선도 조치를 통한 개선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