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시험 발사한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2021.09.13. [사진=북한 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시험 발사한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2021.09.13. [사진=북한 노동신문 캡처]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친 1500㎞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대북정책에 변화가 없자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기 위해 이 같은 행보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은 “국방과학원이 11일과 12일 새로 개발한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의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발사된 장거리 순항미사일들은 우리 국가의 영토와 영해 상공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궤도를 따라 7580초(약 2시간 6분)를 비행해 1500km 계선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새로 개발한 터빈송풍식발동기(터보팬엔진)의 추진력을 비롯한 기술적 지표들과 비행 조종성, 복합유도결합방식에 의한 말기유도명중 정확성이 설계상 요구들을 모두 만족시켰다”고도 전했다.

북한의 이번 순항미사일(시속 700∼900km)은 미국의 ‘토마호크’ 우리 군의 ‘현무-3C’ 순항미사일과 유사한 형태다. 이처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관성유도방식 등 복합 유도시스템을 탑재하고 있고 비행 중에도 고도와 경로를 변경할 수 있는 ‘웨이 포인트(way point)’ 기능도 갖춘 것으로 우리 군은 파악했다. 

카린 장 피에르 미 백악관 수석부대변인이 26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5.27. [뉴시스]
카린 장 피에르 미 백악관 수석부대변인이 26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5.27. [뉴시스]

美 “이번 도발에도 대북정책 변함없어”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 이후 미국 백악관은 대북정책에 변함이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13일(현지시간)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향해 북한에 관여할 준비가 여전히 돼 있다”며 “우리의 대북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장 피에르 부대변인은 “미국과 동맹의 실질적 안보 증진을 위해 북한과의 외교에 문을 열어두고 실용적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며 “우리의 제안은 조건 없이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외교적 노력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한 경우가 아닐 경우 ‘무 대응’으로 일관해왔다. 북한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다음 날인 지난 1월22일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을 한 차례 발사하고 지난 3월25일에도 단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다. 이후 현재까지 총 4차례 미사일 도발이 있던 셈이다. 지난 3월 순항미사일 발사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여느 때와 같은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 전문가는 일요서울에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결론적으로 미국은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며 “트럼프 정부에서는 미국과 북한 둘 다 쇼맨십만 보여줬는데 이번 바이든 정부의 경우 강경한 대북정책을 세워 미사일을 몇 차례 쏴도 꿈쩍도 안하고 있다. 일부러 겉으론 관심 없는 척 하고 있지만 (북한에) 은근한 압박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그동안 내부 경제난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상황에서 항상 핵과 미사일 발사를 하며 위기를 극복해 왔다”며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중국도 섣불리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유화적인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북한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있어 계속해서 미국의 관심을 유도해 제재 등을 풀기 위함”이라고 부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북한 내 국경 봉쇄조치가 2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어 시장도 활성화되지 못하고 외화 고갈 등의 문제까지 발생하니 주민 내부 결속을 위해 이번 미사일 발사를 자축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북한은 코로나의 영향으로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팔지 못하게 통제하고 있고 여행증이 있어도 지역 간 주민들의 이동이 차단되고 있다. 일정 인원 이상도 모이지 못 한다”며 “북한 당국도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주민들의 반발과 탈북 등이 우려돼 이전보다 국경 차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경경비대뿐 아니라 함경남도 등의 군대도 추가 배치했다”고 강조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9.14. [뉴시스]
서욱 국방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9.14. [뉴시스]

軍, 저고도 미사일 탐지 ‘한계’

14일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은 북한이 순항미사일 개발을 지속 중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한미 정보당국 간 긴밀한 공조 하에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이 이번 미사일의 발사 징후를 사전에 탐지하거나 사후에도 포착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미 정보 당국 레이더는 한반도 지상에서 발사돼 500m 이상 올라가는 발사체를 포착할 수 있지만 이보다 낮은 저고도의 순항미사일을 놓치면서 미사일 탐지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외교·통일·안보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선 최근 4년간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한계점이 드러났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정의용 외교부 장관에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믿고 있나’라고 묻자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주민들 앞에서 직접 한 약속이다. 아무리 북한이 1인 지도 체제라고 할지라도 주민들에 직접 약속한 내용에 대해서는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김정은이) 지난 4년간 핵무기를 중단 없이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다고 본인 입으로 말했는데 가짜뉴스인가’라고 태 의원의 질문이 이어지자 정 장관은 “대내적 메시지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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