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하사 “마약성 약 쓸 정도로 악화… 보훈처는 기존 유공자 등급 ‘유지’”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천안함 피격사건 당시 심한 부상을 입고 가장 마지막으로 구조된 신은총 예비역 하사(35)가 20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국가를 지키다가 저는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이젠 국가가 저를 지켜주세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등 증상이 더 심해지면서 어려움을 겪던 신 하사는 지난해 10월 국가유공자 상이등급 재심 신청을 했지만 최근 보훈처가 ‘원 등급 유지’ 결정을 내리면서 항의에 나선 것이다. 

이날 신 하사 옆에 나란히 선 그의 어머니 최정애(68)씨는 호소문을 통해 “저희 모자는 국가유공자 상이등급 재심을 기다리는 동안 실낱같은 희망에 부풀어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며 “하지만 최근 11년 전과 변함없는 통보를 받았다. 마지막 남은 희망조차도 모두 무너졌다. 저희 모자는 집에 틀어박혀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가슴 찢어지는 고통으로 식음도 중단하고 며칠이나 상실감에 넋이 나가 있었다”고 호소했다. 

최 씨는 “천안함 피격사건이 있고 다음날 아들은 다시 돌아왔지만 아들의 걸음은 그날부터 지금까지 멈춰있다”며 “아들의 걸음은 멈췄지만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나라를 지키다 다치는 것은 군인의 숙명이었기에 또 나라를 지키다 다친 대한민국의 아들이기에 ‘국가는 우리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그날 이후로 국가로부터 기약 없는 기다림과 병마와의 싸움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11년이 흘렀고, 10여 년 넘도록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과 싸워왔다”며 “그동안 어떤 도움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둘만의 싸움을 해왔다. 더해가는 고통과 빚만 남게 됐다”고 설명했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 시위에 나선 신 하사는 심정을 묻는 질문에 “참담하다”고 표현했다. 그는 “국가유공자 신청을 위해 의병제대를 할 당시 천안함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군 복무하다 다쳤는데도 유공자 신청 관련한 부분은 알려주지도 않아서 어머니 노력으로 어렵게 6급2항을 받을 수 있던 것”이라며 “11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보다도 몸 상태가 안 좋아지고 병이 더 많이 늘었음에도 6급2항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신 하사는 “마약성 진통제를 최대까지 쓰고 있지만 내성이 생겨서 잘 듣지도 않고 통증이 더 심해졌다. 더 강한 약을 쓰게 되면 병원을 떠나지도 못하고 거기서 살아야 한다. 지금도 옆에서 누군가가 24시간 돌봐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며 “CRPS로 산정 특례를 받고 있어 전체 의료비에 10%만 내도되지만 통증이 심해져 강한 약을 쓰게 되면 의료비를 전부 지불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도 전했다. 

피격 당시 절단면에서 가장 가까운 전자전실에서 당직 근무를 서고 있던 신 하사는 우측 슬개골 골절, 흉·요추 압박골절 등으로 생존자 중 가장 부상 정도가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천안함 피격사건 발생 6개월 만에 의병 전역을 했고 보훈처는 그해 10월 상이유공자 6급2항 판정(흉추12, 요추 1,2번 압박골절)을 내렸다. 

이후에도 신 하사의 몸 상태는 계속 악화됐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병원 재활 치료 및 네 차례의 큰 수술 등도 시도했지만 나아질 기색 없이 오히려 지난해 4월에는 ‘좌측손목·손가락·족관절·발가락 영구장해’ 판정을 받기도 했다.

신 하사는 결국 사건 발생 10년 만인 지난해 10월 국가유공자 상이등급 재심을 신청했다. 천안함 생존 장병 중 몸 상태가 가장 좋지 않은 자신이 등급을 올려야 나머지 장병들도 국가유공자 심사를 제대로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천안함 전우회에 따르면 생존 장병 가운데는 상이 정도가 경미해 1차 요건 심사에서부터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는 재심을 요청 11개월 만인 지난달 15일에 보훈처 측으로부터 “원 등급을 유지한다”는 결과를 받았다. 안종민 천안함 전우회 사무총장은 일요서울에 “대통령과 정부가 천안함 생존 장병들에 대한 정당한 예우를 약속했고 황기철 보훈처장도 신 하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이번 재심에도 특별한 관심을 표했지만 결과는 10년 전과 동일한 상황이다.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 사무총장은 “천안함 생존 장병 중 가장 많은 부상을 입은 신 하사의 경우 2015년 4월 분당 서울대학병원과 지난해 10월8일 서울 성모병원 진단서에선 PTSD 진단이 명확하게 나왔지만 보훈심사위원회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증) 7급 판정을 내렸다. 지난달 또 다른 생존 장병 심의 결과도 신 하사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며 “이번 심사를 진행한 보훈심사위원회 4분과(내과·정신과)에서 신 하사의 주요 병명인 신경성 질환의 심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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