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책임과 형벌 사이 비례성 인정 어려워”
관련 사건 수사‧재판 등에 영향…‘보완 입법’ 움직임도

 

음주운전 단속 현장. [뉴시스]
음주운전 단속 현장. [뉴시스]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음주운전 재범의 가중 처벌을 규정한 도로교통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헌재의 결정으로 관련법이 적용되는 사건들이 영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위헌 소지를 보완한 입법 논의도 시작될 전망이다.

지난 25일 헌법재판소는 음주운전 금지 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경우 가중 처벌하도록 한 도로교통법 148조의 2제 1항, 이른바 ‘윤창호법’에 대해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가중 요건이 되는 과거 음주운전 금지 규정 위반 행위와 처벌 대상이 되는 재범 음주운전 금지 규정 위반 행위 사이에 아무런 시간적 제한이 없다”며 이 점이 공소시효나 형의 실효를 인정하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과거의 음주운전이 10년 전의 일일 경우 재범 음주운전이 ‘반복적’인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고, 일반 음주운전보다 가중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범행의 경중 차이를 구분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삼았다. 음주운전 행위 중에서도 죄질이 나뉠 수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처벌하도록 한 점이 과도하다는 취지다.

일명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과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지난 2018년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왔던 윤창호 씨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숨진 사건을 계기로 입법이 추진되며 이름이 붙었다. 기존 조항에서는 음주운전 적발이 3회 이상일 경우 가중 처벌이 적용되도록 한 데서 2회 이상으로 기준이 강화됐고,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던 처벌 규정도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수위가 높아졌다.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윤창호법의 일부인 도로교통법 조항이 효력을 상실하면서, 관련법에 따라 처벌을 받거나 재판 및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도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경찰은 가중 처벌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단순 음주 및 측정 불응 등의 혐의만을 적용해 사건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고, 검찰은 관련법을 적용하지 않고 음주운전 일반 규정으로 기소를 진행한다.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 공소장을 변경할 예정이고, 판결 이후 형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 항소나 상고를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형이 확정된 사건은 재심 청구가 가능해진다.

한편, 음주운전 처벌 강화에 대한 여론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관련법이 효력을 잃게 된 데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에 따라 헌재가 지적한 위헌 요소들을 보완한 후속 입법도 진행될 전망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29일 “헌재는 헌재대로 법리에 충실했지만 다소 아쉽다”면서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는 경우에 가중처벌하는 식으로 좁히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의사를 밝혔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같은 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번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은 기간의 제한이나 위험성, 수치 등을 불문하고 무조건 2회 이상이면 가중 처벌하는 부분을 지적한 것으로 안다”며 “그 부분을 보완하는 형태의 법률 제·개정을 모색하고, 단속은 엄정하게 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윤창호법 입법을 척극 추진했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헌재의 결정을 보면 음주운전을 엄벌하자는 법안 취지가 문제가 된 건 아니다. 초범과 재범 사이의 시간 차가 고려되지 않은 점, 음주 정도 여부와 상관없이 처벌 하한이 같은 점 등 기술적인 부분이 문제였던 것”이라며 “법리기술적 보완 절차를 거쳐 12월 안으로 관련 법안을 발의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음주운전 행위에 대한 국민적인 경각심을 반영하며 입법됐던 윤창호법은 일부 조항이 위헌 판정을 받으며 일단 그 효력을 잃게 됐다. 음주운전 엄벌을 촉구하는 여론이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윤창호법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위헌 지적을 받은 부분을 개선한 법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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