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사과’로 급한 불 끈 野…‘대장동 정조준’으로 국면 전환 시도
尹 “대장동 게이트 최종 결재권자는 李” 특검·정권 교체 당위성 강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현장 방문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하은 기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현장 방문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하은 기자]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장동 현장을 직접 찾아 ‘대장동 게이트’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향한 공세를 퍼부었다.

윤 후보는 지난 2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을 방문해 이 후보를 겨냥한 메시지를 내놨다. 윤 후보가 이른바 ‘대장동 게이트’ 의혹의 중심이 된 장소를 찾은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수많은 지지자들이 몰리며 현장이 혼잡을 빚은 가운데, 윤 후보는 취재진과 지지자, 주민들 앞에서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에 대해 국민이 가장 크게 실망한 것이 부동산 정책 실패”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동산 정책 실패는 단순히 무능의 산물만이 아니었다. 범죄와 부패가 동시 작동한 결과”라며 그 사례로 ‘대장동 게이트’를 지목했다. 그러면서 “능력도 자격도 없는 이들이 이재명 성남시 권력과 결탁해 부당이익을 챙겼다”고 했다.

고(故) 유한기·김문기 씨의 극단적인 선택도 언급했다. 윤 후보는 “시키는 대로 명령을 따른 힘없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죄를 덮어씌우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대장동 게이트를 설계·기획하고 지시해서 추진한 부패 사슬의 최종 결재권자이자 그림 완성에 절대로 없어선 안 될 퍼즐이 바로 이재명 후보”라며 이 후보를 직격했다.

또 검찰 수사에 대해 “민주당 후보를 지켜내겠다는 정권의 은폐 수사”라고 규정하며 “권력이 아닌 국민의 뜻을 따르는 특검만이 부패 카르텔의 민낯을 밝혀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를 향해 “(특검을 수용하겠다는) 말 뿐 아니라 행동으로 보이라”고 특검법 처리를 촉구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현장 방문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원희룡 전 제주지사. [이하은 기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현장 방문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원희룡 전 제주지사. [이하은 기자]

연설 이후에는 대장동 개발 현장과 아파트단지 곳곳을 둘러봤다. 윤 후보와 동행한 ‘대장동 1타 강사’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 자리에서 대장동 개발과 이익 분배의 문제를 설명하며 현장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윤 후보는 현장 방문을 마치면서 다시 한 번 대장동 의혹 특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특검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는 데 대해 “저는 고발사주 의혹이든, 부산저축은행 건이든 다 추진하라고 했다. (여당 측이) 진상이 규명되면 비리가 드러나기 때문에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정책 토론 관련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의에는 “이런 중범죄 혐의에 휩싸인 후보가 진상 규명에 협조도 하지 않는데 어떻게 같이 앉아 국가 장래에 대해 논하겠나. 솔직히 창피한 마음”이라고 했다. 

윤 후보가 대장동 현장 방문에 나선 것은 이재명 후보에 대한 검증을 통해 하락세가 두드러지는 지지율 추이에 변화를 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지난 26일 김건희 씨의 공식 사과로 ‘리스크’ 하나를 덜었다고 판단한 국민의힘은 상대 후보를 향한 공세적인 모습으로 태도를 바꾸며 국면 전환을 꾀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부인이 사과하자 기다렸다는 듯 대장동부터 방문하는 네거티브 선거 전략을 보이고 있다”며 “진심으로 고개를 숙이는 마음이 있다면 민생을 책임질 정책과 비전부터 챙기는 것이 상식”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할 일을 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원일희 선대위 대변인은 민주당의 반발에 대해 “도둑이 제발 저린 격”이라는 논평을 내놨다. 국민의힘 선대위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취재에서 “(대장동 게이트는) 국민이 관심을 받는 사건이니 당연히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오히려 일정이 너무 늦었다면 늦은 것이지 이상할 건 없다. 시점 공격이나 네거티브에 대한 지적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최대 리스크로 꼽혔던 김건희 씨 의혹 사과로 한시름을 덜은 국민의힘과 윤 후보가 ‘대장동 의혹 파헤치기’로 지지세에 변곡점을 맞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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