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발표 이후 예정 없던 ‘큰절’…지난해 이어 2달만
당내 ‘586 용퇴론’ 확산…‘7인회’도 임명직에 손사래

큰절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뉴시스]
큰절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뉴시스]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지지율 답보 상태에 빠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낮은 자세로 민심을 잡으려는 ‘읍소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4일 경기도를 찾아 일정에 동행한 의원들과 함께 ‘큰절’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날 오전 경기도 공약발표회에 앞서 “민주당이 앞으로 더 잘하겠다. 앞으로 더 잘할 뿐만 아니라 많이 부족했다는 사과의 말씀을 겸해서 인사를 드릴까 한다”며 “마침 신년이고, 세배와 사과의 뜻을 겸해서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정치로 보답드리겠다는 각오를 표현할까 한다”며 몸을 낮췄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경기 성남 중원구 상대원 시장을 찾은 자리에서는 자신의 가족사를 언급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친형·형수의 대화 내용이 담긴 ‘욕설 녹취록’과 관련해 공방이 오고가는 것에 대해 “이제 이런 문제로 우리 가족들의 아픈 상처를 그만 헤집어 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도 이 후보의 ‘읍소 전략’에 발맞춰 내부 쇄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같은 날 이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영진 사무총장과 정성호·김병욱·임종성·문진석·김남국 의원 등 이른바 ‘7인회’ 인사들은 이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일체의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다음날인 25일에는 송영길 당대표가 차기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하고 종로·안성·청주 상당구 보궐선거 무공천, 윤미향·이상직 의원 제명 처리 등을 약속했다.

이 후보가 큰절을 하며 저자세 행보를 취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 후보는 지난해 11월 24일에도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며 큰절을 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당시는 민주당은 원팀을 앞세운 매머드 선대위의 문제를 인지하고 ‘이재명 후보 중심’으로 선대위를 개편한 직후였다.

정확히 2달 만에 또다시 사과 행보에 나선 여당의 전략 변화에, 지지율 정체에 따른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올해 초 선거대책본부를 재정비하고 나선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이 후보는 지난해 말부터 유지해 오던 지지율 1위 자리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내줬다. 최근에는 지지율 격차가 더욱 벌어지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 범위 밖에서 윤 후보에 뒤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민주당은 ‘김건희 7시간 녹취록’ 등을 집중 겨냥하며 대야(對野) 네거티브 총공세를 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여당이 전략을 바꿔 자성적 모습을 부각하며 민심에 호소하는 전략으로 급선회했다는 해석이다.

이와 함께 당내에선 ‘586운동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용퇴론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5선 중진인 송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그 일환이다.

‘7인회’의 후퇴 역시 정청래 민주당 의원의 ‘이핵관’ 발언으로 불거진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극약처방으로 보인다. 당내 붕당 구도와 선을 그으면서도, ‘측근 정치’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조치인 셈이다.

민주당 선대위 내 한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정 운영에 있어 보다 유능한 사람들을 폭넓게 쓴다고 한 이 후보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한 행보이다. 인연을 고려하지 말고 능력과 실력 위주로 인사를 하라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후보와 사전에 상의하고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후보는 큰절을 하며 낮은 자세를 보이려 했고, 후보 주변 분들도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다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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