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 고용부 현장사무실 전격 압수수색...산업계도 '초긴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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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1월27일) 시행 후 불과 58시간 만에 첫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경기도 양주시의 삼표산업 석재 채취장에서 지난달 29일 토사가 붕괴돼 작업자 3명이 매몰 돼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 1호'로 사측의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불가피해졌고, 정도원 회장에 대한 책임론도 부상하고 있다. 정 회장은 삼표그룹 대주주이자 삼표산업 대주주이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장인이다. 

 - “살인기업 삼표 엄정 처벌하라”… 노동계 잇단 엄벌 촉구
 - 정 회장, 대주주지만 등기상 법인대표 아니라 처벌 피할수도


지난 3일 오후 2시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앞에는 전국민조노총조합총연맹 소속 노조원들이 집결했다. 이들은 "중대재해는 기업의 범죄다! 삼표그룹과 최고경영자 즉각 처벌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권영국 변호사는 "고인분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조의를 표한다"면서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수사 대상인 경영책임자가 누구인지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의 이행 주체가 이종신 삼표산업 대표이사인지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인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 변호사는 "또다시 바지사장을 처벌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이) 핫바지 법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 변호사는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했는지, 또 사고 이후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명한 개선, 시정사항을 이행했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회견에 앞서 "안타깝지만 양주의 중대재해사고는 예견된 사고다. 삼표시멘트의 잇따른 중대재해 이후에도 이번에 사고가 난 삼표산업에서는 중대재해사고가 있었다"라며 "삼표시멘트와 마찬가지로 2인 1조나 안전요원 배치 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제출됐던 재발방지 대책이 이 현장에서도 무용지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끔찍한 중대재해사고가 수차례 반복되었지만, 그룹 경영책임자에게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았다"라며 "이번 사고의 원인은 명확하다. 다름 아닌 삼표그룹이다.

우리는 삼표그룹을 통해 왜 중대재해사고에 대한 책임을 경영책임자에게 물어야 하는지 절절하게 통감한다"고 덧붙였다. 

- 법 시행 58시간만에 안전사고 발병 '충격'

이번 사고는 중대재해법 적용 첫 사례인 만큼 CEO 수사 및 처벌 여부가 큰 관심이다. 고용부가 ‘최소한의 혐의점 발견’을 CEO 대상 수사 전환 시점으로 밝힌 만큼 실제 CEO 수사와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1일 경기 양주 매몰 사고 관련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확인하기 위해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현장사무실 및 협력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토사 붕괴사고 발생 이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수사를 개시한 지 사흘만이다.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 및 디지털증거분석팀 등 약 30명을 투입해 양주사업소 관계자의 토사 붕괴위험에 대비한 관리현황 등을 확인하고 안전조치를 소홀히 했는지를 철저히 확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와 추가적인 조사 등을 바탕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와 함께,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경영책임자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가 현장뿐만 아니라 본사 차원에서도 제대로 이행되고 있었는지 여부를 추가적으로 확인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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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에서도 삼표산업에서 작년에 두 건의 산업재해 사망 사고가 있었다는 점에서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받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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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대상 경영책임자는 최근 사고 관련 입장문을 낸 이종신 삼표산업 대표이사가 유력할 것으로 알려진다. 수사 결과에 따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삼표산업의 대주주지만 등기상 법인 대표이사는 아니기 때문에 처벌 대상에서 제외될 공산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진보당 김재연 진보당 선대위원은 지난달 30일 "정도원 회장을 처벌해야 중대재해 멈춘다"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김 위원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에 맞게 경영책임자인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을 처벌해야 한다"라며  "재벌건설사들이 1호 처벌을 피하기 위해 현장을 멈추는 등 꼼수를 부리고, 대형로펌을 통해 처벌을 피해갈 수단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에서, 악질 살인기업에 대한 처벌이 불가하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은 휴지조각에 불과할 뿐이다"라며  고용노동부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에도 법적 대표이사는 처벌받겠지만 오너인 정도원 회장은 비켜갈 것으로 본다. 잦은 산업재해의 원인은 오너의 무책임한 경영에 있다"고 일갈했다.

한편 이번 사고는 지난달 29일 양주시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에서 석재 발파를 위해 구멍을 뚫던 중 토사가 붕괴해 작업자 3명이 매몰됐다. 사고 당일 굴착기 작업을 하던 임차계약 노동자 A(55)씨와 천공기 작업 중이던 일용직 노동자 B(28)씨가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지난해 12월 입사했고 B씨는 입사한 지 6개월 됐다.

마지막 작업자 1명에 대한 수색을 이어오던 소방은 지난 2일 천공기 작업자 C씨를 오후 5시 38분께 발견했다. 사고 발생 이후 닷새만에 시신이 모두 수습됐다. 사고 직전까지 이들은 지상에서 약 20m 아래서 천공기 2대와 굴착기 1대를 이용해 작업을 벌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 속의 기사] 3명 사망자 낸 '삼표', 어떤 회사

3명의 노동자가 중대재해로 사망한 삼표산업은 시멘트, 레미콘 등 건설 기초소재를 주로 취급하는 27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굴지의 중견기업이다. 삼표산업 지분은 삼표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주식회사 삼표가 98.25%를 소유하고 있으며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주식회사 삼표 주식의 65.99%는 가지고 있다.

1974년 7월 삼강운수가 삼표산업(주)으로 사명을 바꾸면서 건설자재 사업에 뛰어들었다. 설립 초기 강이나 하천에서 골재를 채취하는 데 그쳤으나 1977년 7월 성수, 풍납 레미콘공장을 가동하고 레미콘을 생산했다. 국내 최초로 석산개발을 통해 골재를 채취했고 부순 모래를 생산했다.

2004년 삼표그룹은 수도권 내 레미콘 및 골재사업을 확장시키면서 환경산업 분야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2013년 10월 1일 (주)삼표는 골재, 레미콘 및 콘크리트 제품의 제조와 판매사업부를 물적분할하여 신설회사로 (주)삼표산업을 설립하고, (주)삼표는 사업지주회사로 전환했다. 그러나 삼표산업은 기업 규모에 걸맞지 않게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보건관리 체계는 후진적이었다는 게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6일 삼표산업 포천사업소에서 골재채취작업을 위해 비산방지망 고정작업을 하던 노동자 1명이 바위에 깔려 숨졌다. 9월 27일에는 삼표산업 성수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25톤 덤프트럭에 치어 목숨을 잃었다.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에서도 지난해 3월과 5월, 7월 세 차례나 굴삭기에 치이고 끼임, 추락사고로 3명의 하청노동자가 사망했다.

이 사고 이후 노동부 특별근로감독으로 산업안전보건법 471건 위반 혐의가 밝혀졌지만 4억3000만 원의 과태료와 안전관리자 1명이 입건되는 것으로 모든 책임을 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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