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사외이사 선임 등 금융계 주요 결정 ‘고민 또 고민’

 

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 내정자인 함영주 부회장의 선임을 앞서 예정됐던 2개 재판 선고 기일이 밀리면서 주주총회를 앞둔 하나금융이 눈치작전에 돌입했다. [이창환 기자]
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 내정자인 함영주 부회장의 선임을 앞서 예정됐던 2개 재판 선고 기일이 밀리면서 주주총회를 앞둔 하나금융이 눈치작전에 돌입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금융업계가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내부 주요 안건 조율에 한창이다. 특히 이번 주주총회 관전 포인트는 수장 교체와 사외이사 선임이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사회나 후보추천위원회는 누구를 지목할지 어떤 이를 내정할지 고민이 큰 시기다. 잘하면 본전이지만 못하면 질책을 피할 수 없다. 이른바 큰 사고 없이도 ‘말 많고 탈 많은’ 시기가 될 수 있다. 

우리은행 차기 임원 선임 힘겨루기… 하나금융 함영주 재판 기일 미뤄져
KB금융 사외이사 구성 두고 사추위 vs KB금융 노조 표심 대결로 대응

KB금융지주는 신임 사외이사 1명과 중임 사외이사 6명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고 지난 2월24일 밝혔다. 이보다 앞서 이미 우리금융그룹은 차기 우리은행장에 이원덕 우리금융지주 수석부사장을 내정했다. 하나금융지주는 함영주 부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했다. 이렇게 추천 또는 내정된 후보들은 3월 정기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정식 선임된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순탄한 흐름을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주주총회를 통한 선임시기가 다가오면서 여기저기서 삐걱대고 있다. 잡음도 들린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 내정자와 관련한 주요 재판이 연기됐다. 지난 2월7일 내정된 이원덕 우리은행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도 예상 밖으로 지체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차기 우리은행을 끌고 갈 이원덕 행장 내정자와 권광석 현재 우리은행장과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원덕 내정자가 차기 우리은행을 함께 짊어질 임원 인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권광석 행장의 동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이런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이른바 ‘인사 라인’을 맞추기 위한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있다는 의미가 된다.

우리금융그룹의 완전민영화 주축이 될 우리은행의 수장과 차기 리더가 의견을 조율하지 못하는 한 쉽게 결정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진다. 설령 두 리더 간의 마찰이 아닐지라도 정상적인 흐름에서 벗어난 것만은 확실하다. 이미 우리금융그룹 내 부사장급 인사들은 내정되면서 속전속결로 진행될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이 나왔음에도 맏형 격인 우리은행의 인사가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 반증이다. 

KB금융은 노조와 사외이사 선임을 둘러싼 표심 대결이 진행될 전망이다. [이창환 기자]
KB금융은 노조와 사외이사 선임을 둘러싼 표심 대결이 진행될 전망이다. [이창환 기자]

애간장 녹는 금융권… 하나·우리·KB금융

하나금융지주도 눈치작전에 한창이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 내정자와 관련된 재판이 2건 모두 연기됐다. 2월25일로 예정됐던 하나은행 채용 비리 관련 의혹에 대한 선고기일이 오는 3월11일로 연기됐다.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 등으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를 두고 제기했던 행정소송은 이미 지난 2월16일 예정이었으나, 이 또한 연기됐다. 

하나금융지주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함영주 내정자를 단독 추천했으나, 주주총회에서 사법적 결격사유를 이유로 사내이사로 선임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차기 회장직이 위태로울 수 있다. 두 곳 재판부의 기일 연기가 어떤 의미인지 파악할 수 없는 하나금융 측은 속만 탈 뿐이다. 

KB금융도 속이 편치 만은 않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가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최재홍 강릉원주대학교 교수를 추천했다. 이는 앞서 KB금융 노동조합이 한국수출입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의 김영수 전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추천한 데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3월에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노조 측과 사추위가 추천한 두 후보를 두고 본격적인 표 대결이 예고됐다. 최재홍 교수는 이미 카카오 사외이사로 6년간 활동한 바 있는데 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분야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김영수 전 부행장은 수출입은행에서 여신총괄부장, 기업금융본부 및 중소중견기업금융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노조위원장을 수행한 바 있어 KB금융으로서는 껄끄러운 점도 있을 것이라는 업계의 시각도 있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 개정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자산 2조 원 이상의 상장기업이 특정 성별로만 이사회 구성을 할 수 없도록 한 데 대한 고민도 있다. 업계의 주목을 받는 곳은 우리금융, DGB금융, BNK금융, JB금융, 삼성생명, 삼성화재, 롯데손해보험 등이다. 

업계와 언론들은 각 금융그룹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ESG 경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여성 이사에 대한 수용은 필수라고 말한다. 특히 이미 여성 이사 수용에 나설 수밖에 없도록 법안이 마련된 만큼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이 승자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금융권이 오는 8월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나선다면 질책이 이어질 것은 분명하다. 

결국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둔 금융사들의 고민은 이사 선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갈등과 눈치작전 속에 주주 배당도 사이드 메뉴다. 주주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유일한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주주총회를 앞둔 이때는 승자가 누가될지 지켜보는 금융소비자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우리은행장 선임에 앞서 차기 행장으로 내정자와 현 은행장의 이른바 힘겨루기 속에 선임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창환 기자]
우리은행장 선임에 앞서 차기 행장으로 내정자와 현 은행장의 이른바 힘겨루기 속에 선임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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