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인상은 물가 인상의 주범”
동네마트 “신한카드 결제를 중단합니다”
‘역진성 해소’ 외치던 금융당국, 한발 물러나

동네 슈퍼마켓에 신한카드 사용을 중단한다는 안내가 붙어있다. [이창환 기자]
동네 슈퍼마켓에 신한카드 사용을 중단한다는 안내가 붙어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카드업계와 가맹점 간의 수수료 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극으로 치닫는 가운데 그 피해를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더욱이 최근 가장 높은 수수료율 인상 선언에 나선 신한카드를 향한 동네마트의 항의가 거세다. 하지만 정작 카드수수료의 형평성을 언급하며 개편에 나섰던 금융당국은 한발 물러난 모양새다. 

최근 저녁 반찬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아파트 상가 내 마트를 방문했던 A씨는 입구에서 ‘신한카드 결제를 중단합니다. 고객님의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안내 글을 보고 마음이 다급해졌다. 급하게 집으로 돌아가 다른 카드를 가지고 온 후에야 장을 볼 수 있었다. 

한국마트협회, “밑돌 빼서 윗돌 괴는 카드사”

올들어 신한카드가 일방적으로 통보한 일반 가맹점 수수료율 2.3% 인상에 대해 사단법인 한국마트협회가(이하 마트협회) 정면 돌파를 선언하면서 여기에 가입된 약 6만 회원업체들이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 거래를 중단하거나, 신한카드 사용 자제를 요청하면서 소비자들의 양해를 바라는 업체들은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B슈퍼마켓은 취재진이 ‘신한카드로 물건 값 지불이 불가능한가’에 대한 물음에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카드가 있다면 신한카드는 피해주시길 부탁드린다”라며 “일방적인 가맹점 수수료 인상으로 카드 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높아 저희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라고 답했다. 

즉 타사 카드에 비해 신한카드의 수수료율이 높아 마트가 부담해야할 비중이 높기에, 카드사용을 중단한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의 양해를 구해 다른 카드 사용을 요청하고 있다는 것. 마트 측 관계자는 “신한카드를 제하고는 어떤 카드라도 상관이 없다”라며 “대기업한테는 꼼짝 못하고 이런 동네마트에 갑질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국마트협회는 금융위원회가 있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일방적인 카드 수수료 인상에 대한 항의 집회를 열고 가맹정 독립을 선포했다. [한국마트협회]
한국마트협회는 금융위원회가 있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일방적인 카드 수수료 인상에 대한 항의 집회를 열고 가맹정 독립을 선포했다. [한국마트협회]

이를 두고 마트협회는 지난 2월28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년마다 이뤄지는 카드수수료 원가개념인 적격비용이 산정돼 중소가맹점 우대 수수료율 인하가 발표 됐다”면서도 “하지만 지난 2월부터 우대 수수료율 적용을 받지 않는 일반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이 현행 최고인 2.3%로 대폭 인상하는 통보 고지문이 도착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트협회에 따르면 동네마트와 슈퍼마켓은 상대적으로 매출규모 만 큰 대표적인 박리다매 업종에 해당한다. 즉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지 않는 일반 가맹점이다. 

마트협회 측은 “(가맹 수수료 인상 일방 통보는) 카드사가 우대수수료율 인하로 축소되는 이익을 일반가맹점 수수료 인상으로 보정하겠다는 얄팍한 셈법것”이라며 “자신들은 일말의 손해도 볼 수 없다는 꼼수이며, 밑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마트협회는 전국 6만 회원업체들에 ‘신한카드 사용불가 안내 문구’를 배포하고 소비자들의 신한카드 사용 자제를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신한카드가 가장 높은 수수료율(최고 2.3%)을 통보해서다. 마트협회가 배포한 안내 문구는 “물가인상의 주범, 카드 수수료 인상 반대”라며 “신한카드 결제를 중단한다. 고객님의 양해 부탁드린다”라고 씌여 있었다. 

금융당국, 수수료율 역진성 해소에 뒷짐

일각에서는 완성차업계 등 대형 가맹점 앞에서는 납작 엎드린 카드사들이 애꿎은 일반 가맹점들에 그 손실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를 증명하듯 올 초 카드사들은 현대차와 기아 및 한국GM 등 대형 완성차 업체의 수수료를 기존의 1.8~2%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동의했다. 

3년 전 가맹해지 등으로 초강수를 둔 현대·기아 등 자동차 업계와 전면전 끝에 항복했던 아픈 기억이 아직 남아있다. 즉 대형가맹점과 수수료를 두고 갈등을 길게 끌어봐야 좋을 게 없다는 계산에서다. 여기에다 평균적인 자동차 가격이 오르면서 수수료 전체 수익이 커진 것도 이유다.

‘전면전(全面戰)’을 선언하며 정면돌파에 나섰지만 마트협회 등 일반 가맹점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결국 관계당국의 해결 방안과 정치권의 조율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앞서 수수료율 역진성을 지적하며 “대형 가맹점에는 높은 수수료를, 상대적으로 소형 가맹점에는 현실적인 수수료율 적용”을 언급하던 금융당국은 어째서인지 조용하다. 

다만 카드사들과 가맹점 및 소비자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TF’ 구성을 약속한 금융위 등 당국은 카드 수수료율의 현실적인 적용 등 체계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오는 10월경에 결과물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일반 가맹점과 소비자들의 불편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앞서 2018년에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카드수수료 차별에 대한 항의가 높았던 바 있다. 당시 각 당은 당론이나 민생 공약 등으로 카드 수수료 인하를 내세웠으나, 결제승인 대행업체(VAN)의 일부 수수료가 인하됐을 뿐 일부 업종에 대한 수수료 인상은 그대로 진행된 바 있다. 

지난 2018년에도 카드사의 가맹 수수료 인상 등 동일한 이유로 항의 집회를 열었던 한국마트협회. 한국마트협회는 매번 반복되는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과 관련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마트협회]
지난 2018년에도 카드사의 가맹 수수료 인상 등 동일한 이유로 항의 집회를 열었던 한국마트협회. 한국마트협회는 매번 반복되는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과 관련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마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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