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산업개발, 처장·팀장·차장·대리로 이어지는 팀원 ‘전원’ 징계

한전산업개발의 인사 권한을 가진 한국자유총연맹의 막후 권력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뉴시스]
한전산업개발의 인사 권한을 가진 한국자유총연맹의 막후 권력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뉴시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한전산업개발이 해고 징계를 내렸던 직원으로부터 부당해고를 이유로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제소당해 연거푸 패소했다. 이후 행정소송까지 제기하며 이들에 대한 해고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재판부 역시 중노위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직원 징계를 이어가고 있는 한전산업개발의 행보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한전산업개발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감사 등 주요 임원에 대한 인사 권한이 대주주인 한국자유총연맹에 있어 그에 줄 대기 위한 실적 쌓기 의혹도 제기됐다. 

한전산업개발, 전체 팀원 모두 징계…업계서도 사례 찾기 힘들어
검찰·지노위·중노위 결정도 무시… 막후 권력 휘두르며 ‘표적감사’

한전산업개발이 ‘부당해고’를 결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심의결과를 두고 행정소송에 나섰으나, 제대로 공판을 진행해보기도 전에 기각됐다. 이는 앞서 한전산업개발 직원들이 ‘회사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제기한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심의 결과 “한전산업개발의 부당해고”라는 결정에 불복해 중노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결과다. 

취재진은 지난 6일 한 편지를 받았다. “저는 2020년 2월20일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지노위 중노위에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를 두고 승소했지만 회사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라며 “7월7일 행정심판 1심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편지를 보내온 A씨는 한전산업개발 노동조합 소속이었다. 2018년부터 시작된 비정규직의 정규직 방안과 관련해 협의 위원이었던 A씨는 2019년 8월 직고용에 대한 권고안이 나오자 ‘사측이 이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전산업개발은 해당 권고안을 따르기보다 A씨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는데 착수했다. 

A씨는 편지에서 “(그 다음 달인) 9월부터 표적 감사가 진행됐고 결국 2020년 2월에 해고당했다”라며 “당연히 노동조합에 본부 위원장도 있었지만 (그들은) 회사와 한 몸이 되어 움직였고, 본부 위원장 및 일부 지부위원장은 해고 통보를 받고 해고투쟁에 나선 우리의 조합원자격 박탈을 했다. 그렇게 외로운 싸움을 해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노조도 회사와 한 몸 재판까지 시간 끌기

A씨 등은 지노위와 중노위 모두 부당해고 심의결과가 나와 당연히 회사로 복귀할 줄 알았으나, 한전산업개발은 오히려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행정소송 1심 재판부는 지난 7일 한전산업개발에 ‘원고 청구 기각’ 결정을 내렸다. 해고자들은 해고일로부터 2년 반이라는 시간이 흐르도록 해고 상태에서의 재판으로 피폐해진 삶에 대한 보상을 받을 길이 있을까.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고 있는 사례는 또 있다. 한전산업개발은 한전의 자회사에서 시작했으나, 한전의 적자 확대 등으로 2003년 한국자유총연맹에 지분을 매각했다. 한전산업개발은 지분 매각과 동시에 민영화됐으며, 현재는 자유총연맹이 지분 31%를 보유해 1대주주다. 한전은 29% 지분으로 2대주주를 유지하고 있다. 

[한전산업개발]
[한전산업개발]

한전산업개발은 발전 산업 현장의 열악한 근무 환경 등으로, 이른바 ‘故 김용균 사태’ 이후, 공기업 재전환이 추진됐지만 자유총연맹의 반대 의사로 무산된 바 있다. 처음 한전 계열사 등이 나서서 지분 31%를 흡수하고자 했으나, 자유총연맹이 묵묵부답이었고, 당시 한전산업개발 사장이 정부의 뜻을 따라 공기업 전환을 위한 최소한의 지분 2%라도 넘겨 한전을 1대주주로 만드는 방법을 제안했으나, 자유총연맹이 동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오히려 이후 당시 사장은 자유총연맹의 미움을 샀고, 2020년 7월 자유총연맹의 압박 속에 사임했다. 앞서 자유총연맹은 한전산업개발 신임 감사를 선임하고 당시 사장과의 견제 분위기가 무르익기 시작했다. 당시 사장이 승인한 사업까지 감사가 진행되면서 급기야 해당 사업 담당팀원들에 대한 감사도 이뤄졌다. 

도를 넘은 감사실, 중노위 증인 ‘허위진술’까지 

자유총연맹에 의해 투입된 감사에 의해 감사실은 해당 사업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다. 감사가 진행되면서 해당 직원들은 업무를 멈추다시피 했다. 그렇게 업무는 뒤로한 채 감사를 받기에 바빴고, 급기야 회사로부터 고소까지 당했다. 

감사 결과, 1급 임직원을 비롯해 말단 사원까지 전체 팀원에 대한 징계가 이뤄졌다. 전무부터 처장, 팀장, 차장을 거쳐 대리까지 해당 사업을 담당한 전 직원이 인사위원회에 회부되고 징계를 당했다. 이 가운데 최고 징계로 해고를 당한 2명은 앞서 노조원 A씨 사례와 마찬가지로 회사를 상대로 지노위에 부당해고를 호소했다. 

지노위는 해고당한 팀장 B씨 등 2명의 손을 들어줬다. 다시 한전산업개발은 중노위로 끌고 갔다. 중노위 결과 역시 ‘부당해고’ 판정이 내려졌다. 다만 이 과정에서 회사 측 증인으로 같은 팀원 C차장이 나왔고 B씨 등은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다. B씨는 취재진에게 “이후 사측이 허위 진술을 토대로 징계 감쇄를 내걸었던 것을 확인했다”면서 “회사가 중노위에서 패소하자 C차장에게도 압박을 가했고, 그가 이런 사실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지노위와 중노위 모두 패배하자 한전산업개발은 이 건도 앞의 A씨 사례와 마찬가지로 소송으로 끌고 갔다. 이를 전후해 개개인별로 민사소송을 걸고 아파트에 가압류를 거는가 하면 일부에게는 형사 고소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형사건은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자유총연맹 출신 인사는, 왜 한전산업개발 주무르나

자유총연맹에 오랜 기간 근무했던 한 취재원은 일요서울에 “정권이 바뀌면 자유총연맹 운영진이 교체되고, 그에 따라서 한전산업개발에도 권력을 휘두르는 것 아니겠나”라며 “정권이 교체됐으니 또 수장이 교체될텐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자유총연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현재 한전산업개발 사장이 자유총연맹에서 선임한 것이 맞다”면서 “이런 (잦은 해고 등의)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전산업개발로부터 해고당한 제보자들은 한 목소리로 “한전산업개발의 배당금은 자유총연맹의 주요 수입원이다. 업계에 드문 높은 배당금만 취할 뿐 회사에 재투자되는 사례는 없고, 신사업 추진을 위한 자본 투입과정은 감사의 대상이 됐다”라며 “자유총연맹은 한전산업개발의 대표이사 감사 등 임원에 대한 인사권을 휘두르고, 이들은 자유총연맹이 배당을 받아가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자유총연맹은 충성도 높은 임원을 차기 대표이사로 승진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이에 한전산업개발이 진행하고 있는 해고 직원들과의 소송은 현직 임원들의 시간끌기로 보여진다는 게 제보자들의 풀이다. 

앞서 진행된 사업에 대한 감사의 실적을 공적으로 인정받아 승진할 수 있고, 부당해고 소송 제기는 지노위, 중노위, 1심, 2심, 3심으로 끌고 가며 시간을 끌어야 이들이 근무하는 동안 잡음이 없기 때문이다. 자유총연맹이 한전산업개발의 공기업 전환을 동의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로 보인다. 징계당한 직원들의 원성이 높은 가운데 현 정권이 자유총연맹 운영진 교체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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