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태양광 1차 사업 ‘미착공’ 표류...‘復원전’ 윤석열 정부, 태양광 사업 정조준

전북 군산시 새만금 개발지역에 시범 가동되고 있는 수상부유식 태양광 [정두현 기자]
전북 군산시 새만금 개발지역에 시범 가동되고 있는 수상부유식 태양광 [정두현 기자]

- 송‧변전 1차 사업, 업체선정 지연에 분담금 협상까지 ‘갈 길 멀어’      
- 兆단위 ‘태양광 게이트’ 등 외부 악재에 집권당정 시선 곱지 않아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문재인 정부가 탈(脫)원전 에너지전환 역점 사업으로 추진했던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당초 지난 9월 새만금 수상태양광 1단계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10월에 접어든 현재까지 착공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 수상태양광 발전용량 기준 세계 최대 규모로 추정되는 해당 국책 사업은 오는 2025년 발전망 구축 완료를 목표로 시작됐지만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공전하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정가에선 ‘문재인표 태양광 사업’이 이른바 ‘복(復)원전’을 추진 중인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 기조와 상충되는 만큼, 점진적 쇠퇴일로에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전임 정부가 시행한 전국구 태양광 사업에서 조(兆) 단위의 비리 게이트가 드러나면서, 태양광 사업을 향한 집권 당정의 시선도 매섭다. 다만 태양광 시행‧사업자와 관련업계에선 이미 국책으로 확정된 수상태양광 사업이 정치적 외풍에 자초될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수상태양광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내막을 단독 추적해 봤다.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 발족된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은 수상 면적 27.97㎢(약 846만 평)에 해당하는 전북 군산 새만금 일대에 총 2.1GW(기가와트) 용량의 수상 부유식 태양광설비와 계통연계를 위한 송‧변전설비를 구축하는 대규모 국책 프로젝트다. 관련 사업비도 총 4조6200억 원에 이른다. 

발전사업자는 한국수력원자력과 현대글로벌이 각각 81%, 19%의 지분을 보유한 특수목적법인(SPC) ‘새만금솔라파워’다. SPC 최대 주주인 한수원은 300MW(메가와트)급 발전설비와 345kV 송·변전설비 구축 사업을 맡고 있다. 사업자는 지난 6월 한화건설컨소시엄으로 확정됐다. 이 밖에 새만금개발청(이하 새만금청)과 전라북도‧군산시‧김제시‧부안군 등 4개 지자체가 각각 1.4GW, 400MW 발전설비에 대한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다. (하위 이미지 참조)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 개요도 [감사원 감사보고서 발췌]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 개요도

새만금 수상태양광, 4년 동안 첫 단추도 못 꿴 까닭은

새만금 수상태양광 1차 사업은 전북 군산 일대에 1.2GW에 해당하는 수상태양광 발전시설과 전력계통 연계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여기엔 345kV 송·변전소를 비롯해 제반 전기시설, 길이 15km가량의 송전터널 등 부수설비 공사가 포함된다.

그러나 당초 2019년 착공해 올해 4월경 본격 가동한다는 구상과 달리 4년이 지난 현재까지 계류된 상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계 PF(프로젝트파이낸싱)로 진행되는 1차 사업은 발전사업자인 새만금청의 업체 선정 미완으로 공사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장기 정체된 실정이다. 아울러 업체 선정 후 사업자 간 공동분담금 합의도 PF 자금 유치까지 넘어야 할 산이다. 즉, 새만금 수상태양광 1단계 사업은 발전사업자의 업체 선정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착공 시일을 기약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수원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화건설의 토목환경사업본부 관계자는 “공식 발주처(새만금솔라파워)와 아직 최종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발주처에서 주관하는 계약 전 사업체 인허가나 분담금 문제도 최종 계약이 성사되기까지 풀어야 할 선결과제”라고 밝혔다. 이어 “이 때문에 우선협상대상자 입장으로선 송‧변전 등 착공 시일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지연은 되고 있지만 사업 자체가 무산되거나 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첨언했다.

또 다른 한화건설 관계자는 착공 예상 시일에 대해 “이르면 내년 초 정도로 기대하고 있지만 단언할 수 없다. 최종 계약에 이어 공사 착수가 결정되더라도 설계나 공사를 위한 세부 준비 기간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업체 인허가를 맡은 새만금청은 현재 사업자 9곳 중 6곳만 선정을 마쳤다. PF 사업의 특성상 필요충분조건인 업체 선정과 공동분담금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체 사업비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금융계 자금줄도 막히게 된다. 즉 ‘사업자 선정→사업자 공동분담금 협의→PF 자금 출자’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사업자 선정이 선행돼야 1차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는 상황.

한수원 관계자는 “PF 측 핵심 요구사항 중 하나가 비용분담 협의”라며 “협의 당사자인 사업자 선정이 끝나야 다음 단계가 진행될 수 있는데, 아직 (새만금청에서 지정하는) 사업자 3곳이 미정이라 사업 진척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상태양광 판넬 위에 새들이 군집해 있다. 조류 배설물로 인한 판넬 오염도 기술적 극복 과제다. [정두현 기자]
수상태양광 판넬 위에 새들이 군집해 있다. 조류 배설물로 인한 판넬 오염도 기술적 극복 과제다. [정두현 기자]

이런 재정‧절차적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은 입찰 특혜‧비리 의혹, 조류 배설물로 인한 태양광 패널 효율 저하와 유지보수, 군산 바다의 거센 조류, ‘미세 플라스틱 배출’을 문제 삼는 환경단체의 반발 등에 대한 해소 방안 마련이라는 부차적 과제도 엄존한다.

이에 수상태양광업계에선 국내 업체들이 이같은 문제점들을 보완할 만한 선진 기술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고 반론한다. 다만 국책 사업 진행이 불투명한 시점에 구태여 수상태양광 신기술을 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북 군산시 소재 태양광 전문기업 D사 임원은 본지와의 취재에서 “고도의 수상태양광 제조‧관리 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세계적으로 한국을 포함해 몇 안 된다”라며 “염해 설치에 따른 (태양광 패널) 부식이나 조류 배설물 문제 등에 대한 기술적 대응이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업체들이 태양광 국책 사업 시행에 윤곽이 나오지 않아서 기술 공개를 꺼리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현 대통령)이 '문재인정권 탈원전 4년의 역설-멀어진 탄소중립과 에너지 자립'을 주제로 열린 만민토론회에 참석해 원자력 문구가 써있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 2021.07.06. [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현 대통령)이 '문재인정권 탈원전 4년의 역설-멀어진 탄소중립과 에너지 자립'을 주제로 열린 만민토론회에 참석해 원자력 문구가 써있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 2021.07.06. [뉴시스]

‘親원전’ 용산발 외풍 맞은 文 태양광 사업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첨병을 맡았던 수상태양광 사업은 또 다른 거대 난관에 봉착한 모양새다. 정치권에선 전 정부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았던 국책 사업이 ‘용산발 북풍’에 좌초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전 정권의 탈원전 정책 제동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원전 발전량을 32.8% 수준으로 확대하는 등 원전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복원시킨다는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였던 ‘신재생에너지 사업’ 과정에서 빚어진 비리와 의혹을 집중 추궁하고 나섰다.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의 한 축인 새만금청의 사업자 선정이 늘어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새만금청은 문재인 정부 시절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사업자 선정 절차에도 적극적이었다는 게 지역 정‧관계의 설명이다. 사업자 공동분담금 협의 중재에 적극 나서겠다고 공언한 바도 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이후 10월 현재까지 새만금청의 사업자 확정 소식은 함흥차사다. 이는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 정체의 근원으로 지목된다.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송·변전설비 공사 기간만 30개월 안팎이다. 당장 이달 착공한다고 해도 2025년에나 ‘1차 사업’이 완료되는 셈이다. 

일각에선 또 다른 발전사업자인 한수원의 사업 철회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해 12월 감사원 감사 결과, 한수원이 새만금 수상태양광 SPC 공동사업자로 태양광 설비‧설계 면허도 없는 현대글로벌을 공개 입찰이 아닌 비공개 수의계약으로 낙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현 정부가 예의주시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최근 수상태양광 핵심 사업자인 한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재무위험기관’으로 분류된 것도 태양광 사업을 정조준하고 있는 용산 대통령실의 의중이 반영된 처사라는 해석이 파다하다. 이에 한수원 안팎에선 태양광 사업 관련부서 해산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수원 관계자는 “새만금 태양광 사업은 일정이 지연되고 있긴 해도, 국책으로 확정된 사업이라 진행될 수밖에 없다”라며 관련부서 해체설 등 태양광 사업 철회 가능성에 대해선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또 재무위기에 따른 사업비 충당 문제에 대해선 “약 6000억 원 규모의 사업비 가운데 한수원의 사업비 출자 비중은 4% 수준에 불과하다. 재정적으로도 전혀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유진승 국가재정범죄 합동수사단장이 30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서 열린 '국가재정범죄 합동수사단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유진승 국가재정범죄 합동수사단장이 30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서 열린 '국가재정범죄 합동수사단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탈원전 지우기’ 동참한 檢·與...태양광 사업 ‘전방포위’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에 켜진 적신호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13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 중 12곳의 태양광 사업 운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2267건(관련예산 약 2616억  원)의 불법·부정 사례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이에 윤 대통령은 최근 불거진 수천억 원대의 태양광 비리에 대해 ‘엄정한 사법처리’를 주문했다.

검찰은 즉각 검찰·국세청·관세청·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 등 범정부 전문인력 30여 명으로 구성된 ‘국가재정범죄 합동수사단’을 출범했다. 합수단 수사 리스트에는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조금 부당집행 의혹’이 0순위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정부의 ‘탈원전 지우기’에 힘을 싣고 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위법·부당 사례를 대규모 ‘태양광 게이트’로 규정, ‘태양광비리진상규명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전국 지자체의 비리 현황 파악에 나선 상황이다. 

국민의힘 태양광특위 소속 한 중진 의원은 “일부 언론에서 보도됐듯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 시행한 태양광 사업과 관련해 현재 밝혀진 이권 카르텔만 해도 금액상 조(兆) 단위가 넘어가는 것으로 파악됐다”라며 “당에서 (9월 27일) 현재까지 자체적으로 파악한 바로는 전 정부에서 시행한 육상 태양광 사업에서 드러난 특혜성 비공개 수의계약, 법망을 우회한 불법대출, 정경 유착 사례만 해도 액수로 따지면 천문학적 규모”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사업 진행에 앞서 비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부터 이뤄져야 한다”라며 “이미 드러난 사업체 부실 선정 사례만 해도 수두룩한데, 국민 혈세 보호 차원에서라도 사업 진행을 재검토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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