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윤석열 대통령이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속어 파문을 둘러싼 외교참사 파문 이후 국정수행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추락하면서 사실상 강성 지지층만이 남은 상황이다. 내부총질 문자파문 공개 및 수도권 폭우사태 이후 최악의 위기 국면이다. 세부 지표는 더 우려스럽다. 20대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찍으며 지지했던 중도층은 물론 여권 지지층 상당수가 완전히 이탈한 상황이다. 추석 연휴를 전후로 한때 30%대 중반으로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정국반등을 모색했던 것과는 정반대다. 어설픈 초보 대통령논란 속에 크고작은 악재들이 끊이지 않으면서 사실상 모든 게 물거품이 돼버렸다. 특히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여전히 20%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지지율 반등이 없으면 국정운영의 동력 자체가 사라진다. 정국반전의 노림수가 먹히지 않은 절체절명의 위기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통해 위기돌파를 위한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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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속어 파문 부정여론 압도크고작은 실수에 리더십 생채기까지
- 경제위기에도 여야 대치 난타전 심화협치 통한 상생 불가능한 구조
강경론 역풍 가능성검찰발 사정으로 지지율 회복 기대

문제는 향후 전망마저 극히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호재는 보이지 않고 악재만이 산적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취임 초부터 레임덕이라는 취임덕이라는 말이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주요 쟁점과 이슈를 둘러싼 여야 대치는 날이 갈수록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이준석 사태로 불리는 여권 내부의 자중지란 역시 뾰족한 해법이 없다. 더구나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로 불리는 경제위기도 답답한 윤 대통령을 더 짓누르고 있다. 특히 대선 이후 정치적 대립과 갈등이 극단화되면서 여야 모두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과잉비례되는 것도 부담이다. 윤 대통령의 언행 하나하나를 무조건적으로 깎아내리는 비토층 탓에 중도층 지지복원이나 외연확장도 어렵다. 여권 일각에서는 압도적 다수의석을 무기로 내세운 민주당의 지나친 강경론이 반사이익이 될 것이라는 희망섞인 관측도 나온다.

크고 작은 악재 연속지지율 20%대 고착화 위기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초 지지율은 보통 60% 이상을 넘어섰다. 하나회 해체, 공직자 재산공개, 금융실명제 등 메가톤급 개혁조치를 단행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IMF 외환위기을 성공적으로 극복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직전 문재인 전 대통령 또한 적폐청산과 탈권위주의를 내세워 취임 초에는 무려 80% 안팎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는 열성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 상당수가 국정운영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광우병 파동으로 취임 초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친서민 중도실용주의를 내세워 지지율 회복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윤 대통령은 전혀 다르다. 취임 초기부터 크고작은 악재가 지속되면서 상황은 정반대다. 대선 이후에도 간신히 50%대 지지율을 유지할 정도였다. 특히 대선 이후 약 50여일만에 치러진 6.1지방선거에서 초대형 압승을 거뒀지만 지지율은 오히려 우하향했다. 최근 지지율 상황은 자못 심각하다. 한국갤럽의 101주차 조사(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9%를 기록했다. 3주 만에 지지율이 반등해 직전 최저치 24%에서 5%포인트 상승했지만 지지율 절대치는 여전히 낮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무려 63%로 나타났다. 부정평가는 긍정평가를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앞서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순방 당시 불거졌던 비속어 파문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부주의한 말실수로 논란을 자초했다는 응답이 3분의 2에 해당하는 63%인 반면 언론이 사실과 다른 보도로 논란을 유발했다는 응답은 고작 25%에 불과했다. 12%는 의견을 유보했다. 갤럽 관계자는 이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대부분의 응답자 특성에서는 이번 사태가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라는 쪽으로 기울었다“60, 보수층, 대구·경북 지역 등에서는 양론 차이가 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한국갤럽뿐만 아니다. 상당수 여론조사기관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향세는 뚜렷하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의 101주차 전국지표조사(NBS,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9%로 나타났다. 이는 만5세 입학 학제개편 후폭풍으로 82주차 조사에서 28%를 기록한 것에 이어 또다시 20%대로 하락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의 비속어 파문과 관련, ‘대통령의 말실수로 인해 발생한 외교적 참사라는 응답이 64%,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언론의 왜곡이라는 응답은 28%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경기도 남양주 평내호평역 앞 광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03.05.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경기도 남양주 평내호평역 앞 광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03.05. 뉴시스

경제난 심화 리더십위기까지위기의

이대로 가면 윤 대통령은 20%대 지지율 고착화 국면에 빠질 수 있다. 일대일 대선구도에서 여야 유력후보가 얻을 수 있는 득표율 최대치는 대략 과반이다. 20대 대선 결과도 이를 증명한다. 20%대 지지율은 윤 대통령을 대선에서 찍었던 지지층 중에서 절반 가량이 지지를 철회한 것이다.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로 치러진 19개 대선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얻었던 득표율과 유사하다. 국정운영의 주도권 확보는 물론 주요 국정과제를 추진할 동력 자체를 얻기 힘든 환경이다. 최악의 경우 20%대 초반으로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지율 세부지표는 더 심각하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보수의 심장부이라고 불리는 대구·경북에서조차 44%로 과반 이하였다.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의 경우 서울 30%, 인천·경기 25%였다. 대전·세종·충청은 39%, 부산·울산·경남은 33%였고, 광주·전라는 8%에 불과했다. 세대별로 살펴봐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현상은 심각했다. 70대 이상만 과반을 상회하는 59%를 기록했을 뿐 모든 연령대에서 50% 미만이었다. 특히 40대 이하는 10%대 지지율이라는 최악의 성적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829세와 30대는 각각 16%, 40대는 12%에 불과했다. 이밖에 5030%, 6046%였다.

윤 대통령은 최근 해외순방 논란 및 정치현안과는 거리를 두면서 주요 국정과제 추진에 힘을 쏟고 있다. 대선공약이었던 여성가족부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이는 대선 당시 열성 지지층이었던 이대남(20대 남자)의 지지 회복을 위한 의도로도 풀이할 수 있다. 내달 취임 6개월을 앞두고 일하는 정부를 내세워 흔들리는 지지층을 다잡겠다는 다목적 포석이다.

다만 심각한 경제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리더십 위기가 지속해서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본격적인 경제침체가 예고되는 가운데 최악의 경우 2IMF 외환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및 긴축기조에 따른 대외 리스크와 불확실성은 한국경제의 걸림돌이다. 천장을 뚫은 환율의 고공행진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불안의 여파로 물가는 연일 치속고 있다. 아울러 한국경제의 버팀목으로 작용했던 무역 또한 적자행진이 지속되고 있다. 원화의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한국은행이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가계부채 급증과 부동산 영끌족의 몰락 위기 등 사회안전망을 뒤흔드는 불안 요인도 여전하다.

윤 대통령의 크고작은 실수도 리더십에 생채기를 내고 있다. 지난 1일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부대 열중쉬어를 생략한 것과 최근 세종의 한 어린이집 방문 과정에서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기)’라는 표현을 몰라서 어려움을 겪은 게 대표적 사례다. 이밖에 대선캠프 대변인을 지냈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1시간이면 혼자서 59분을 얘기한다. 원로들 말에도 나를 가르치려 드느냐며 화부터 낸다며 윤 대통령을 공개 저격한 것도 뒷말을 낳고 있다.

민주당 강경론 역풍 기대적폐청산사정 지지층 복원

검찰전경. 뉴시스
검찰전경. 뉴시스

윤 대통령은 내외위환에 사면초가다. 한때 해외순방 이후 여야 대표 회동을 통한 협치모드가 기대됐지만 민주당 주도로 박진 외교부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물건너갔다. 특히 윤석열정부 첫 국정감사 시즌을 맞아 거대 여당인 민주당은 모든 상임위에서 연일 윤 대통령을 난타하고 있다.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비속어 파문과 해외순방 논란도 재점화에 나섰다. 여야가 한 치도 물러섬이 없는 강대강 대치국면을 이어가면서 정치적 해법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윤 대통령은 민생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여야간 첨예한 이슈보다는 경제위기를 최우선적으로 챙긴다는 전략이다. 과거 김은혜 홍보수석이 윤석열 정부는 외교 일정을 마친 이제 다시 민생에 집중한다며 내치 위주의 국정운영을 예고한 것은 비슷한 맥락이다. 대통령실 또한 정중동 기조 속에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무엇보다 경제챙기기에 전략을 다하고 있다. 지난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번 복합위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국민과 시장의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는 안전판을 정부가 선제 구축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다. 윤 대통령은 특히 최근 국내외 경제와 금융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져가고 있다이럴 때일수록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냉철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대규모 감세안을 추진했다가 금융시장의 대혼란 속에 철회한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위기탈출은 민주당의 자충수(?)가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희망섞인 전망도 나온다. 경제위기에도 아랑곳없이 당리당략을 내세운 민주당의 지나친 정치공세가 여론의 역풍을 부른다는 것이다. 과거 검찰총장 시절 윤 대통령은 조국·추미애·박범계 전 법무장관의 집중견제 속에서 대권후보로 성장해 대권을 거머쥐며 반사이익을 누린 바 있다. 민주당은 국감시즌을 맞아 김건희 여사 특검론, 영빈관 신축 국정조사 등 대정부 강경론을 주도하고 있다.

더불어 현 정부 최대 스타플레이어인 한동훈 법무장관의 사정칼날에 기대를 거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은 특히 이재명 대표를 향한 수사 움직임과 관련해 정치보복이라고 강력 반대하지만 한 장관은 보복이나 표적 수사의 프레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구조라면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지만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여권은 잃어버린 지지층 복원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보수진보간 세력다툼에서 심판자 역할을 하면서 균형을 잡아줄 중도층이 완전히 사라진 상황이라면서 강성지지층만이 남아있는 윤석열 대통령으로서는 최대 위기 상황이다. 50%에 육박했던 대선 지지층을 우선 복원한 이후 중도층으로의 외연확장을 노리는 투트랙 전략 구사가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퍼펙트스톰이 우려되는 경제위기와 사생결단식의 여야대치가 지속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면서도 현 위기국면은 진퇴양난에 사면초가 상황이다. 특히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여야정 대타협과 같은 상생정치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윤 대통령은 국면전환과 정국주도권 장악을 위해 고독한 승부수를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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