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꺼내든' 檢, 이재명 복심 김용 체포 및 민주당사 압색까지
李 사법리스크 현실화할 경우 169석 민주 '동반침몰' 가능성
"리스크 공유불가" 내부 불안 증폭...이낙연 등 대안론 급부상
'주명야문' 친문 인사들, 이재명 사정 본격화에 활동재개 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턱밑까지 차오른 모양새다. 검찰은 19일 이 대표의 복심(腹心)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체포한 데 이어, 여의도 민주당사에 있는 민주연구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선 지난 3.9 대선부터 뇌관으로 지목됐던 '이재명 리스크'가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며 극도의 내부 불안이 감지된다. 또 일각에선 이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망이 좁혀지자, '포스트 이재명'을 거론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 규탄한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검찰 직원들과 대치 중이다. [정두현 기자]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 규탄한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는 검찰 직원들과 대치 중이다. [정두현 기자]

檢, '이재명 최측근' 김용 체포...좁혀지는 수사망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제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이날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김 부원장을 체포했다. 김 부원장은 3.9 대통령선거를 앞둔 지난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키맨'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민간 개발 사업자들로부터 8억 원가량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이재명 대선캠프에서 총괄부본부장으로 활동했을 당시 해당 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불법자금 흐름 추적을 통해 이 대표의 선거운동에 사용됐는지 여부 등을 파악하고 있다. 

김 부원장은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이 대표가 지난 대선 국면에서 직접 "김용 정도는 돼야 측근"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로 지근거리에서 물심양면 보좌했던 인물이다. 만약 검찰 후속 수사로 이 대표가 불법 정치자금의 '종착역'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사법리스크'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이 대표와 대장동 게이트 의혹의 물리적 접점이 드러나게 되는 셈이다. 

이에 김 부원장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부원장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장동 사업 관련자들로부터의 불법자금 수수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없는 죄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강력 반발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을 협박 또는 회유해 증언을 확보한 게 아니냐며 검찰의 '표적·기획 수사'를 의심하고 있다.   

이날 오후에는 검찰이 여의도 민주당사 소재 민주연구원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민주당과 검찰이 정면 대치하는 초긴장 국면에 돌입한 모양새다. 저녁 9시를 넘긴 시간에도 민주당사 앞은 취재진과 검찰 압수수색에 반발한 야당 지지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당사 입구에선 국정감사를 전면 중단하고 긴급 소집된 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 규탄한다'는 피켓을 들고 압수수색차 방문한 검찰 직원들을 막아섰다. 

검찰 역시 민주당의 거센 저항에도 야간 영장을 발부받아 압색 진입을 시도하며 무한 대치했다. 민주당은 이날 밤 긴급 최고위원회를 갖고, 검찰 사정 압박에 대한 대응 전략을 집중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 재개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황.   

앞서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오후 당사 앞에서 긴급 브리핑을 가지고 "검찰이 제1야당 당사에 압수수색을 나왔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무도한 행태"라며 "지지율이 24%까지 떨어져 있는 윤석열 정부가 정치적인 쇼를 통해서 어려움을 끊고, 탈출구로 삼으려는 정치적 행위"라고 고강도 비판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의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석열정권의 정치탄압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며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재판·수사 도처에 뇌관...野 내부 불안 증폭
'李 방탄' 나섰던 제1야당 '거대 침몰선' 될 수 있어 

이 대표가 검·경의 전방위 수사 압박과 지난 18일 시작된 '허위사실 공표' 혐의 공판 등으로 코너에 몰렸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법원 재판에 돌입한 데다, 현재 ▲대장동·위례신도시 특혜 비리 의혹  ▲쌍방울그룹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백현동 아파트 개발 특혜 의혹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합숙소 대선캠프 사용 의혹 등으로 검·경 수사 선상에 올라와 있다.

여기에 김용 부원장 체포로 3.9 대선부터 후반기 정기국회까지 강타한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이 대표 개인의 사법리스크가 점차 '민주당 리스크'로 동조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이 대표와 친명(親明) 정당으로 변모한 민주당이 '운명공동체'로 정치 노선을 공유한 만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한다면 '이재명 방탄'에 나섰던 제1야당도 동반 침몰할 수 있다는 게 정가의 중평이다. 리더십 궐위로 인한 지도체제 붕괴와 국정 방향타 상실 극복이 쉽지 않은 데다, 169석 '여소야대 프리미엄'마저 무력화될 수 있다. 특히 이 대표급 유력 대권주자를 물색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거대야당의 부침이 차기 총선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재정 리스크'도 민주당을 압박하는 요소다. 이 대표가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민주당은 국가가 보전한 약 434억 원의 선거비용을 전액 반환해야 한다. 지난 6월 기준 민주당 자산은 당사 부지 및 건물 등 424억 원가량이다. 

현재 민주당은 '정치탄압'이라며 일제히 당 대표 엄호에 나선 상황.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뇌관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당 대표 궐위 사태까지 고려해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기저에 깔렸던 위기의식이 스멀스멀 표출되고 있는 것. 그간 사법 이슈에 대해 언급을 자제했던 이 대표가 첫 공판준비기일인 지난 18일 "조작 수사에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낸 것이 이같은 내부 불안을 가중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사법 문제로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도 사실"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정치탄압에 총력 대응을 하고는 있지만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넥스트 스텝(다음 단계)'을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고 했다. 

같은 당 호남 지역 고위 당직자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증폭된 데 대해 "(당) 지도부를 바라보는 내부 기류가 전과 같지 않다"라며 "지방 당원들을 중심으로 '위험 부담을 이대로 떠안고 가야하냐'며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한다. 중앙당에서 내부 단속 차원에서 정치탄압 대응에 협조해 달라는 취지의 메시지가 내려오고 있지만 단일대오는커녕 내부 불안 진화에 급급한 상황"이라고 어수선한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좌),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우) [뉴시스]
김경수 전 경남지사(좌),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우) [뉴시스]

野 일각서 '포스트 이재명' 대안으로 이낙연·김경수 거론
친명에 눌려 저자세 일관했던 '친문'의 월동, 기지개 펴나 

이런 가운데 야당 일각에선 조심스레 '포스트 이재명' 국면을 이끌 대체재를 고심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되는 모양새다. 내년 상반기 귀국 예정인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해 '드루킹 댓글 조작' 혐의로 수감 중인 '문재인의 복심'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8.28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력 당권주자로 지목됐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잠정 비상상황'을 진두지휘할 리더십으로 지목된다. 

이에 주명야문(晝明夜文)하며 몸을 낮췄던 친문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홍영표·전해철 의원 등 '친문 핵심' 10여 명이 최근 비공개 회합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은 청와대 출신인 윤건영 의원을 매개로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소통 채널을 열어두는 한편, 김 전 지사와도 접견 빈도를 늘려가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대표의 법원 재판과 검·경 수사 향배에 따라 친문 등 비명계가 '비상상황 수습'을 명분 삼아 단체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