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전광훈, 22대 총선 큰 그림 속 ‘기브 앤 테이크’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뉴시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여당인 국민의힘이 22대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 때 아닌 ‘우경화’ 논란으로 내홍을 앓고 있다. 논란의 진원지는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개신교 우파 인사인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다. 김 최고는 당 지도부에 입성한지 불과 나흘 만에 전 목사의 예배에 참석해 전 목사의 ‘5.18 민주화운동 헌법전문 수록 반대’ 발언에 동조하는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당 지도부는 논란 진화에 진땀을 빼야 했다. 이후에도 김 최고의 입은 거침이 없었다. 미국 한인 보수단체의 강연 행사장을 찾은 김 최고는 전 목사를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하신 분”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에 정가에선 여권 내 정무분석가이자 전략가로 정평이 난 김 최고가 이렇듯 무리수를 두는 배경을 주목한다. 이와 함께 집권당 새 지도부 출범과 동시에 호사가 기질을 방출하고 있는 전 목사의 행보에 깔린 이면에도 시선이 쏠린다.

설화에 휩싸인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논란을 빚은 데 대해 “전광훈의 ‘전’(全)자도 꺼내지 않겠다”고 공식 사과했다. 김기현 당 대표가 중앙윤리위원회 제소 등 중징계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최후통첩을 날리면서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김 최고는 지난 4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제주 4.3 추념식에 윤석열 대통령이 불참한 데 대해 “대통령이 보통 3.1절과 광복절 정도 참석하는데, 4.3 기념일은 이보다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 내지는 추모일”이라고 윤 대통령을 옹호해 반발 여론에 또 다시 불을 지폈다. 결국 이날 김 최고는 30일간 공식일정을 전면 중단한 채 자숙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거듭된 논란에 격분한 김 대표가 김 최고를 직접 만나 자숙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 대표는 “오직 민생을 살피고 돌봐야 할 집권 여당의 일원이 불필요한 분란을 야기하며 국민과 당원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태는 더 이상 허용될 수 없다”며 김 최고가 공식 활동을 자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전략통’ 김재원, 내년 총선 겨냥한 고도의 정무플레이? 

일각에선 이런 일련의 파문들이 김 최고의 ‘실언’으로 인한 해프닝으로 보기엔 고도의 정무적 판단이 깔린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4.3 추념식 발언까지 세 번에 걸쳐 같은 맥락의 실책을 범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닌 김 최고의 계산된 ‘정무 플레이’로 봐야 한다는 것.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단순한 실수의 연속이라고 보진 않는다”라며 “아마도 내년 총선 대구 출마를 고려한 움직임 아니겠나. 그러려면 TK(대구‧경북)계 골수 지지층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을 필요가 있다”고 관측했다. 당 최고위 입성과 동시에 콘크리트 지지층인 우파 세력과의 접점을 부각시키며 당내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말로 읽힌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최고는 박근혜 정부 5대 정무수석비서관 출신이자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에서만 3선을 지낸 만큼, 구 친박(친박근혜)계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강한 TK 지지층이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김 최고의 최고 득표율(17.55%)을 견인했다는 말도 나온다. 전대 직후 당내 일각에서는 김 최고의 내년 총선 TK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김 최고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여권 한 관계자는 본지에 “김재원 최고위원이 전대 직후 전광훈 목사와 스킨십에 주력한 것은 토착 지지층에 대한 일종의 ‘통과의례’이자 ‘신고식’이라고 보면 된다”라며 김 최고의 미국행에 대해선 “전 목사가 전당대회에서 밀어줬으니 답례 차원도 있지만, 전광훈 세력을 친위대로 두기 위한 총선 밑작업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태영호 최고위원이 최근 제주 4.3 사건을 두고 “김일성이 배후에 있다”고 한 강성 발언도 여당 뿌리세력인 우파에 존재감을 각인시키기 위한 정무적 움직임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나아가 김 최고의 우클릭 행보는 용산 대통령실을 의식한 처세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해 대선으로 정계에 갓 입문한 윤 대통령은 국정과 당정 관계의 근간을 정통 보수주의와 자유민주주의 헌법가치에 두고 있다. 당정 장악력을 높이며 ‘보수 정치인’으로 입지를 굳히기 위한 정지작업인 셈이다. ‘친윤(친윤석열) 정당’ 출범식을 방불케 했던 지난 3.8 전당대회가 윤 대통령의 집권당 세력화 신호탄이라는 게 정가 중평이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 말을 종합해 보면 이러한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을 읽은 김 최고가 지도부 입성과 동시에 논란의 소지가 큰 전 목사와의 회동을 매개로 윤 대통령에게 친윤 색채를 분명히 했다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 한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 최고를 흔히 친윤으로 분류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TK와 친박(친박근혜)에 기반한 독립적 군소세력 성격이 강하다”라며 “여당 권력구도가 이제는 친윤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보니 최고위로 들어가고 난 뒤 확실한 자기 어필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뉴시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뉴시스]

‘與 총선 200석’ 만들어 주겠다는 전광훈의 속내 

반대급부로 전 목사는 ‘집권당 원내 진입’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자유통일당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과거 기독사랑실천당‧자유통일당‧국가혁명당 창당에 깊이 관여하는 등 극우 개신교 세력의 정치 세력화를 도모해 왔다. 그간 역대 총선에서 수차례에 걸쳐 국회 진입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 보수 정권이 출범한 지난해 노선을 바꿔 음양으로 집권당 내부 역학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독자적 세력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 목사의 야심은 김 최고와의 대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 12일 전 목사는 예배에 참석한 김 최고에게 노골적으로 “내가 (내년 총선에서 여당 의석수를) 200석 만들어주면, 당에서 나한테 뭐 해줄거냐”고 물었고, 김 최고는 “제가 최고위에 가서 보고를 하고, 목사님이 원하시는 걸 관철시키겠다”고 답해 파장이 일었다. 아울러 당시 전 목사는 “이번에도 우리가 김기현 장로님을 사실 밀었잖아”라고도 했다. 

이는 전 목사가 우파 개신교 신도들을 동원해 지난 전당대회에 조직적으로 개입했음을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우파진영 내부에서 전 목사는 지지자 수만 명이 운집한 광화문 집회를 주도할 정도로 막강한 조직 동원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수권 주요 인사들이 선거철이면 우파 고정표를 확보하기 위해 전 목사와의 스킨십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다.  

지난 2019년 조국 사태로 정국이 들끓었을 당시에도 전 목사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를 조직해 대규모 광화문 집회를 주도한 바 있다. 전 목사는 과거 이명박 정부 출범에도 활약상을 보였다. 이에 여권 일각에선 전 목사를 ‘뉴라이트계’ 우파 계열로 분류하는 시각도 엄존한다. 

전 목사는 최근 3.8 전당대회를 앞두고선 지난해부터 신도들에게 ‘국민의힘 점령 운동’의 일환으로 당원 가입을 촉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전대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물밑작업이다. 아울러 그는 예배 때마다 신도들에게 ‘22대 총선 200석’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전 목사의 동향에 밝은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내년 총선에서 200석을 만들면 비례대표 한 석 정도는 요구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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