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윤석열 정부가 취임한 지 1주년이 다가오는 가운데 정부산하 공공기관장 거취는 항상 뜨거운 감자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기관장들과 여전히 윤석열 정부가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이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에 대해 자진사퇴를 압박하고 있지만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이후로 뾰족한 수가 없다. 여기에 공석인 공공기관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윤석열 대선캠프에 몸담았던 인사과 당 사무처사이에서는 대통령실에 대한 불만이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 윤석열 국민캠프 선대위 발족식 참여한 윤 대통령. 뉴시스
지난 대선 윤석열 국민캠프 선대위 발족식 참여한 윤 대통령. 뉴시스

정부산하 공공기관장 후임자 임명안해 100곳 자리 전 정권 보전
- 취임 1년 공공기관장 자리는는데 대통령실 인사발령은 함흥차사
- 당 사무처 대통령실 인사수석실 파견 근무 없어 정무수석 활용

윤석열 정부가 취임 1주년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민주당 성향 인사들이 공공기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공공기관 알박기 여파다. 대선 직전인 지난해 1월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 문재인 정권에서 임명한 공공기관 인사만 70여명에 달한다. 나아가 일부 교수 출신 공공기관 임원들은 이재명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기까지 했다.

취임 1년 됐지만 야권 기관장들 수두룩

실제 예술경영지원센터에 정종은, 황재운 비상임이사는 모두 2022321일 임명됐으며, 임기는 20253월까지다. 정종은 이사는 상지대 교수 출신으로 대선 당시 민주당 선거대책위 미래국가전략위원회에 참여했다. 황재운 이사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출신으로 사립학교연금공단 경영관리본부장도 지냈다.

민주당 정책위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노수현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장은 2022311일 임명됐다. 정권교체가 됐음에도 문재인 정권 임기 말 인사들이 자리를 꿰차면서 정책 추진에서도 엇박자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거나 민주당 캠프에서 활동한 인사들이 다수 있다. 공공기관에 임명된 야권 성향 인사들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교수, 전문가 출신들의 정치 활동이 두드러진다. 교수 출신 공공기관 비상임이사들의 정치활동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폴리페서 논란은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과 한국문화정보원 두 곳에서 비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이영섭 동국대 통계학과 교수는 민주당 선대위 직속 국가인재위원회에서 영입한 인사다. 여권 한 인사는 야권 내에서는 정치 활동을 하고 싶으면 자리를 내려놓는 것이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인사는 정권은 교체됐지만 완벽한 교체가 아니다현재 윤석열 정부 간판을 달고 있지만 내부에선 문재인 정부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정부 기관장들의 자진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반정부 정부기관장, 무슨 미련 있나는 제목의 글을 통해 노태악 선거관리위원장·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전현희 권익위원장 등을 일일이 거론했다.

그는 북한 해킹에도 보안 검증 거부하는 선거관리위원회, 김일성 찬양 웹사이트 차단 거부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종편 재승인 점수 조작 관련 혐의로 기소된 방송통신위원장, 감사원 감사 거부하고 감사원 앞에서 출두 쇼하는 권익위원장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정부 기관은 전 정권 충신들에게 영양분 공급해 주는 숙주가 아니다라며 반정부 노릇하면서 정부에 몸담는 것은 공직자 본분에 반하는 이율배반적 행위라고 덧붙였다.

박 정책위의장은 이들 기관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정부와 반대로 가면서 정부 월급 타 먹는 것은 국민 세금 도둑질이라며 양심에 털 난 사람들, 이제는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올해 100여명 교체되는데 기관장 공석 장기화

인수위 해단식 장면. 뉴시스
인수위 해단식 장면. 뉴시스

이런 가운데 올해 100여명이 넘는 공공기관장이 교체될 예정이다. 기관장이 사임하거나 임기가 끝났는데도 후임자가 오지 않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관, 임기가 남았지만 연내 임기가 끝나는 기관도 많다. 현재 기관장이 공석인 기관이 20, 기관장 임기가 이미 끝난 기관이 25, 아직 기관장 임기가 남았으나 올해 안에 교체되는 기관도 50여개에 이른다. 준정부기관인 무역보험공사, 근로복지공단, 고용정보원, 원자력환경공단 기관장 임기가 만료됐다. 이들 기관은 후임 기관장 선임 절차를 이미 시작했거나, 아직 시작하지 않았더라도 조만간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은 올해 상반기에 기관장 임기가 끝난다. 기타공공기관 86곳도 올해 기관장이 바뀔 전망이다. 전쟁기념사업회, 정부법무공단, 한국보건복지인재원, 한국원자력의학원, 한국장애인개발원, 환경보전협회 등도 현재 기관장이 없어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 기관장 교체가 예상되는 일부 기관 중에는 정부의 공공기관 관리체계 개편방안에 따라 임원 선임 자율성이 커진 곳도 있다. 준정부기관에서 기타공공기관으로 바뀐 보건복지인재원,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우편사업진흥원,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등이다.

문제는 공석인 공공기관장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나희승 전 한국철도공사 전 사장이 정부로부터 해임된 지 두달이 지났지만 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모집공고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와 코레일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월과 7월 대전-김천구미역 KTX 열차 궤도이탈과 대전조차장역 SRT 열차 궤도이탈, 11월 오봉역 사망사고,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사고 등 잇단 철도 사고에 책임을 물어 나 전 사장을 지난 33일부로 해임했다. 이에 코레일은 지난 323일 제11대 후임 사장 선임을 위해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코레일이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에 속도를 낸 것과 달리 모집공고는 내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코레일의 수장을 맡을 후보조차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지난해 10월 권형택 전 사장이 중도 사임한 이후 신임 사장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이다. 수자원공사도 박재현 전 사장이 지난해 11월 그만둔 이후 기관장 자리가 공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공기관 하위조직 인사 역시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무처 관계자,  “이력서 건네도 함흥차사” 불만

올해 국민의힘 사무처 신년회에 참석한 안철수 의원. 뉴시스
올해 국민의힘 사무처 신년회에 참석한 안철수 의원. 뉴시스

이로 인해 윤석열 캠프에 있었던 인사들 사이에서 대통령실을 향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공공기관 인사 채용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인사들의 경우 이력서를 넣었지만 대통령실이 인사검증을 이유로 인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기관에 이력서를 넣은 한 인사는 이력서는 들어가 있지만 인사발령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다. ‘인사검증이야기만 하고 있다과거 박근혜 정부에서는 인사발령이 늦어지는 이유 등에 대해 설명을 해줬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사발령 자체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다보니 용산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여당 내부는 개각도 중요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한만큼 대선공신들과 당에 대한 인사 배려도 기대하는 눈치다. 대선 끝난지 1년이 지났지만 대통령실이 정부부처와 준정부기관에 그 산하기관, 그리고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를 움켜쥐고 있어 적체가 심하다고 당은 보고 있다.

특히 이명박, 박근혜 정권때는 당을 배려해 인사수석실에 당 사무처 직원이 파견돼 대선승리에 기여한 당내외 인사들 이력서를 챙기고 경력과 공과에 따라 인사를 했다. 하지만 윤 정부는 당 사람들을 인사수석실에서 배제시켜 이진복 정무수석실을 통해 이력서를 보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당 사무처관계자는 “1년은 참았지만 더 이상 길어지면 누적돼 화약고로 변할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