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시민단체 회계 비리 17억은 ‘빙산 일각’...‘눈먼돈 폭식’ NGO 적폐 어쩌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시민단체 등 비영리 단체에 지급된 국가 보조금의 세부 용처와 각 단체의 회계 비리 여부를 면밀히 들여다 보고 있다. 시민단체 개혁의 일환으로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투명성 강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하면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전임 정부에서 연 최대 5조4500억 원이 넘는 돈이 비영리 시민단체에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부 보조금을 받은 시민단체 등 비영리 단체가 2만7000여 개에 이른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각 부처별로 올 상반기까지 보조금 집행 현황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 중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감사원 감사를 통해 혈세로 채워진 국고를 사비로 탕진한 일부 시민단체들의 파렴치 불법 행각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문제는 정부 전수조사와 별개로 진행된 감사원 감사에서만 무려 17억 원에 달하는 회계 비리가 적발된 만큼, 정부 전수조사에서 드러날 비영리단체들의 회계 비리 규모는 천문학적 수준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민사회 발전과 공익이라는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NGO들의 도덕적 해이와 이중성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文 임기 내 비영리단체 국고보조 연 5조 규모, 회계 관리감독 ‘허술’
‘정부 부처별 전수점검’ 결과 천문학적 규모 회계 비리 드러날 전망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뉴시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뉴시스]

감사원이 지난 16일 여성인권단체, 청소년보호단체, 지역사회공동체 등 10개 시민단체의 조직적‧상습적 보조금 회계 비리를 확인하고 관련단체 대표 등 16명을 횡령, 사기, 보조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수사 요청했다. 이와 함께 부정행위에 가담한 21개 거래사 임직원 36명에 관한 수사 참고자료도 경찰청에 전달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현재 수사 의뢰된 피의자만 73명이다. 이들이 국가 보조금을 사비로 불법 유용하거나 빼돌린 것으로 파악된 금액도 총 17억4천만 원에 이른다.  

감사원은 지난해 8월 비영리 민간단체에 대한 정부지원 실태 감사에 착수했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대표를 맡았던 정의기억연대의 국가 보조금 유용 혐의 재판이 사회적 파장을 낳자, 정부 차원에서 비영리 단체에 대한 회계 핀셋감사 필요성이 제기되면서다.

시민 제보자의 청구로 시작된 이번 감사는 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 등 8개 중앙행정부처 관할 단체에 대한 전방위 감사로 이어졌다. 지난 2월까지 감사가 진행된 결과 근무일 허위 작성, 허위계약 발주, 강사료‧인건비 돌려받기, 대금 부풀리기 등 다양한 수법으로 혈세 횡령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감사원은 “이번 감사는 정부 보조금을 ‘눈먼돈’으로 인식하는 행태에 경종을 울리고자 실시했다”고 감사 취지를 설명하며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감사결과를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감사원 감사로 불법 횡령이 적발된 한 시민단체의 국고보조금 횡령 방식 [자료 = 감사원]
감사원 감사로 불법 횡령이 적발된 한 시민단체의 국고보조금 횡령 방식 [자료 = 감사원]

‘강사료 돌려받기’ 등으로 자녀 사업비에 손녀 유학비까지 

감사원에 따르면 2017∼2021년 국방부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국고를 지원받아 국군장병 문화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 한 시민단체는 본부장 A씨와 회계간사 B씨가 공모해 공금 10억5300만 원을 횡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시민단체의 실질적 대표를 맡았던 본부장 A씨는 회계간사와 남편‧지인 등을 강사로 등록시키고 이들에게 400여 회에 걸쳐 강사료를 지급한 뒤, 그 돈을 가족 통장계좌로 환수하는 방식으로 1억6800여만 원을 챙겼다.

또 이 단체는 현수막 업체 등 9개 업체를 대상으로 물품·용역 대금을 부풀려 남는 돈을 돌려받는 형식으로도 9800만 원가량의 뒷돈을 챙긴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영상 제작사 등 16개 업체에 물품·용역 대금을 지급하고 나서 사업 취소 등을 이유로 가족 통장계좌로 일부 대금을 돌려받는 식으로 무려 6억4700만 원을 불법 횡령했다.

이렇게 횡령된 공금은 본부장 A씨 손녀 말 구입 및 유학비 지원, 자녀 사업비 및 주택구입비, 본부장 A씨 가족의 골프‧콘도 이용료로 쓰였다.

가족·지인 업체에 허위계약 발주해 카드대금 결제  

청소년보호 시민단체 대표 A씨는 2013∼2021년 여성가족부에서 억대 지원금으로 자신과 이사 B씨가 직접 운영하는 사기업에 각각 전산개발 계약과 허위 홍보물 제작 계약을 체결해 대금을 개인계좌로 환급받는 식으로 약 1억6200만 원을 챙겼다. 이에 감사원은 해당 시민단체에서 발주한 전산 개발이나 홍보물 제작이 실제로 진행된 바 없다고 밝혔다. 횡령된 돈은 A씨 개인 카드대금 결제 등에 사용됐다. 

경기도 안산시 소재 2개 시민단체는 세월호피해지원법에 따라 지급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보조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A단체 대표는 지역 청소년 피해 회복 사업을 전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선 관련사업과 무관한 자신의 배우자 업체에 인쇄물 제작 용역을 맡겨 270만 원가량을 빼돌렸다. B 시민단체는 사업보고서에 역사·인문학 독서토론 사업을 진행한다고 기재했지만, 실제로는 사업비 380여만 원이 북측 제도 탐구 목적의 세미나 활동비로 쓰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도 국고보조금 1억1천만 원을 지급받은 한 한류사업 업체는 프로게이머 등과 협업해 해외 진출용 PC케이스를 개발한다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으나, 해당 제품은 이미 해외에서 시판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정부를 대상으로 사업계획을 허위 신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감사원에 적발된 시민단체 비리, 복마전 서막에 불과

이번 감사원 감사로 적발된 비영리 민간단체의 회계 부정행위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라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현재 중앙 정부부처와 전국 지자체가 비영리 민간단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부처와 지자체에선 벌써부터 시민단체계의 거대 ‘회계 비리’ 복마전의 실체가 점차 드러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지방보조금 관리체계 강화 방침에 따라 제주도가 국고를 지원받은 도내 비영리 민간단체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도내 총 425개 민간단체 중 170여 개 단체를 대상으로 한 1차 조사에서만 84개 단체가 직권말소 대상인 것으로 지난 18일 파악됐다. 도에 따르면 이 중 35개 단체는 전수조사가 시행되자 말소를 신청했고, 국고보조금을 수령한 뒤 사라진 단체들도 다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여기엔 사무실 등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 형태의 ‘유령 단체’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지방보조금 전수조사 착수와 동시에 말소를 신청한 단체들의 경우 공금횡령 등 회계 비리를 의식해 미리 발을 뺀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제주에 국한된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이다. 전국 지자체에서 민간단체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질 경우 정부보조금을 타간 부적격 민간단체 수는 많게는 수천여 곳에 달할 전망이다.

또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주도로 문재인 정부 시절(2020~2022년) 민간단체에 지급된 국고보조금 사용 현황을 감사한 결과, 1~4월 조사에서만 200억 원 이상의 보조금이 불법 횡령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또한 국부적 조사 결과에 불과하다.

일각에선 시민단체계의 ‘어용(御用)화’는 국가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본지 취재에 응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NGO 정부지원이 왕성했던 2021~2022년에는 시민단체 사업 명목으로 ‘정부돈 못 먹는 사람이 바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을 정도”라며 “아예 처음부터 보조금만 노리고 조각 형태로 정체 불명의 단체를 설립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미 고용노동부와 문체부(문화체육관광부)에도 이런 내용으로 신고가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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