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보조금 대개편'...회계투명성 강화, 신고 활성화, 보조금 감축 등

윤석열 대통령이 5월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5월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윤석열 정부가 시민단체에 대한 국가보조금 지원 체계에 대대적 개편을 단행한다. 정부 전수조사 결과, 민간단체들의 국고보조금 유용 행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면서다. 

내년부터 시민단체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을 5000억 원 이상 규모로 감축하는 한편, 전임 정부에서 확대된 선심성 보조금도 전면 구조조정된다. 아울러 국비지원금에 대한 회계장부 및 증빙서류는 철저히 전산화하고, 민간단체의 국고 횡령 등 비리 사례에 대한 신고 포상금도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 및 개선 방안'을 보고받고 "국민 혈세가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라"며 "국민이 감시하지 않으면 보조금이 잘못 사용될 소지가 많기 때문에 국민이 직접 혈세를 감시하는 포상금 제도를 도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브리핑을 내고 최근 3년간 국고보조금 6조 8000억 원이 지급된 비영리 민간단체 1만2000여 곳을 조사한 결과, 총 1조1000억 원 규모의 사업에서 1865건의 부정·비리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특히 현재까지 확인된 민간단체의 공금 횡령 총액은 무려 314억 원에 달한다는 것이 이 수석의 설명이다. 

이에 대통령실은 이같은 사례가 적발된 민간단체에 대해선 지급된 보조금을 전액 환수하고 형사고발 및 수사의뢰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이러한 민간단체들의 부정 척결을 위한 제도 개선 일환으로 ▲국고보조금 회계 투명성 강화 ▲민간단체의 부정 회계 신고 활성화 ▲불요불급 및 선심성 보조금 전면 구조조정 등을 추진한다.

우선 정부는 국고보조금 지급처의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예산이 집행된 단체들의 회계장부 전산망(e 나라도움) 등록을 의무화한다. 해당 관리시스템을 통해 민간단체들의 국비지원 용처를 세부적으로 공개한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가 보조금을 종이 영수증으로 처리해 수기 장부로 관리해 왔던 것들도 의무 전산화한다. 

국고보조금 지급 대상에 대한 외부 검증 기준도 현행 3억 원에서 1억 원 이상으로 강화하고, 회계법인 감사 기준도 현행 10억 원 이상에서 3억 원 이상으로 대폭 확대된다. 또 모든 중앙부처가 '보조금 집행점검 추진단'을 운영해 민간단체들의 보조금 운영 현황을 분기별로 점검하고, 비리 사례가 적발된 단체는 5년 동안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배제토록 했다.

NGO에 대한 보조금 규모도 대폭 손질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때 민간단체에 지급된 국고보조금 규모는 전임 정부 대비 2조 원가량 늘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시민단체들에 선심성으로 지급된 보조금도 상당 규모로 파악된 만큼, 구조조정을 거쳐 당장 내년부터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은 현 지급 규모의 30%에 해당하는 5000억 원가량을 삭감한다.

민간단체의 '혈세 빼먹기' 부정 사례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 상한도 늘린다. 이를 위해 정부24 홈페이지에서 '보조금 비리신고 창구'를 별도로 운영한다. 아울러 정부 부처마다 감사관실에도 '보조금 부조리 신고센터'를 신설해 민간단체에 대한 보조금 감시체계를 대폭 강화한다.   

윤석열 정부의 이번 국고보조금 지급체계 개편 조치는 페이퍼컴퍼니 설립, 리베이트 지급, 공문서 위조 등 다양한 수법으로 국민 혈세를 빼돌리는 민간단체계의 적폐를 척결하는 '비정상의 정상화' 노력이라는 평가다. 특히 전임 정부의 선심성 예산 살포 기조에 호응한 민간단체들의 거대 비리를 드러내는 일인 만큼, 윤석열 정부의 국정 모멘텀에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한편, 여당인 국민의힘은 시민단체의 천문학적 보조금 횡령 실태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하면서도 정부의 단호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전날(4일)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의 혈세로 정의로운 일을 한다는 명목 하에 뒤로는 온갖 추악한 짓을 하는 비영리 시민단체들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시민단체라고 불러야 할지 범죄단체라고 해야 할지 헷갈릴 지경이다. '국고털이범'과 다름없는 행태를 보인 불법 시민단체에 대해 선처 여지는 없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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