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상품’ 중고 되팔기부터 긴급생계비 유용까지
‘카드깡’ 처벌 근거 있지만, 근절 힘들다?
‘되팔렘’ 신종 돌려막기… 시장 교란 위험

불법행위 ‘카드깡’이 여전히 성행하는 가운데, 카드깡에서 파생된 현금 유용 방식들이 무분별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한 이른바 ‘되팔렘’은 시장을 교란할 위험이 크지만, 처벌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근절이 어렵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이 현금 수급을 위해 불법·편법의 영역까지 손대고 있으나, 관계당국은 고민이 크다. 

'카드깡' 홍보 스티커. [박정우 기자]
'카드깡' 홍보 스티커. [박정우 기자]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경제난과 취업난 이어지며, 청년층이 건전한 금융관리에 허덕이고 있다. 금리 상승, 대출 부결 등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생계비 마련에 난항을 겪자 소위 ‘카드깡’에 손을 대는 것이다.

카드깡은 신용등급 및 신용점수가 낮거나 기존 대출이 많아 대출 승인이 어려운 사람들이 현금 필요시에 쓰는 방식이다. 흔히 대부업체 이용 전 쓰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카드깡은 엄연히 ‘불법행위’다. 현금이 필요한 사람에게 신용카드를 받아 가짜 매출전표를 제작해 현금을 유통하기 때문이다. 이자를 먼저 부과하고 현금을 빌려주는 불법 대출 방식에 속하는 것이다. ‘깡’이란 일본어 ‘와리깡(더치페이, わりかん)’이 할인이라는 뜻으로 잘못 풀이되면서 붙은 말이다.

카드깡의 원리는 업체가 개인에게 받은 신용카드를 통해 가상의 거래를 시작해, 카드소유자에게 현금 150만 원을 지급하고, 물품 값으로 200만 원을 선결제한 다음, 섭외한 대행업체 즉, 오픈마켓 가상거래자를 통해 가짜물품을 배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불법행위라도 근절하기 어렵다. 카드깡의 형태 및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상에서는 ‘고가물품 카드깡’, ‘중고거래 플랫폼 카드깡’, ‘재난지원금 카드깡’ 등이 유행하는 추세. 심지어 편의점 교통카드마저 카드깡이 가능해 근절에 난항을 겪는 것이다.

카드깡, 불법행위 법적 근거는 어디?

모 중고거래 플랫폼 게시판에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100만 원짜리 가전제품을 신용카드로 결제해 주면, 현금 50만 원을 보내드립니다” 등의 게시글이 다분하다. ‘카드깡’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유사한 방식의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불법 대출 업자들은 카드깡을 하기 위해 거래 계약(중간업체)을 맺는다. 가맹점들은 불법행위임을 알면서 묵인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챙긴다. 대게 25~40% 수준에 이르는데, 이 또한 명확히 범죄에 가담하는 불법행위다.

카드깡의 불법행위는 법에 명확히 명시돼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여신법) 제19조 4항 ‘신용카드가맹점의 명의를 타인에게 빌려주는 행위’에 속한다. 물품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 없이 신용카드를 이용해 실제 거래한 것처럼 가장한 하나의 조작이기 때문이다.

카드깡은 최대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최대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더불어 은행연합회에 등록돼 5년간 대출 및 금융 거래 제한을 받는다. 나아가 불법 대출 업자만 처벌받는 것이 아니다. 신용카드를 이용해 현금을 받은 이용자도 처벌을 받는다.

청년식 카드깡 신조어 ‘되팔렘’ 성행

중고물품을 되파는 카드깡 형식의 현금 유용도 덩달아 성행하고 있다. 이는 ‘되팔렘(게임 속 캐릭터 네팔렘과 되팔다가 합성된 말’이라는 신조어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처벌 조항이 없어 불법이 아니다. 이에 중고거래 플랫폼에 익숙하고 인터넷이나 SNS에 친숙한 청년층들 사이에서 ‘급전’이 필요할 때 이용되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미개봉’, ‘신품’ 등으로 게시물을 올린 새 제품 판매자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가격도 배송비를 포함한 최저가보다 저렴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현행법에는 저촉되지 않는 부분이며, 일반 판매자와 업자를 구분하기 어려워 중고거래 플랫폼에 자리를 잡고 성행하고 있다.

판매업자 A씨는 일요서울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생각보다 고객층이 두텁다”라며 “우리는 급전이 필요할 때 이용하고,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으니 서로 좋은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되팔렘을 통해 물건을 구입해 본 B씨는 “신상 태블릿 PC를 10만 원 정도 저렴하게 구매했다”라며 “급전이 필요하면 나도 신용카드 할부로 제품을 구매하고, 게시글을 올려 판매해 봤다. 생각보다 손쉽게 현금을 얻을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되팔렘은 카드깡 형식으로 현금을 유용한다는 문제도 있지만, 악용되면 ‘품귀 현상’이 일어나 소비자들이 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 모 한정판 게임 물량 4000개가 급속도로 팔리고,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수십만 원을 웃도는 가격에 판매된 적 일화도 있다.

긴급생계비마저 카드깡에 악용

긴급생계비의 경우 현행법상 개인 간 매수·매매가 불법임에도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여전히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대형마트, 백화점 빼고 거의 모든 곳에서 사용된다’라며 홍보에 열을 올리는 중.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고 생계자금을 지원하는 취지와 한참 벗어난 상황이다.

지역화폐 매매 또한 최대,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지역화폐의 매도나 매수, 이를 광고하거나 권유할 경우 최고 3년의 징역형과 20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부산지법은 ‘카드깡’을 통해 제품을 허위 매입한 것처럼 꾸민 남성에게 ‘종합소득세 포탈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신용카드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자금을 융통해주고 이를 감추려고 물품 판매를 가장해 세금을 감면받고자 했다”라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카드깡’, ‘되팔렘’은 현금 유용 등 여러 문제와 아울러 세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와 같은 불법과 편법이 여러 방식으로 성행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수사당국의 대책과 명확한 처벌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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