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절반 ‘생계비 걱정’ 최대 관심사로 떠올라
기업은 부업 금지 분위기, 계약서에 ‘겸업 금지’도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기획재정부]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기획재정부]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경기침체로 MZ세대가 1개의 직업이 아닌 2개, 3개 이상의 부업을 겸하면서 이른바 N잡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속칭 N잡러라고 불리는 이들은 MZ세대 사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조사에서는 절반가량이 N잡의 이유로 생계비 걱정을 꼽았고, 응답자 3명 중 1명이 부업 경험을 밝혔다. 이렇게 부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기업들은 고용계약서에 ‘겸업 금지’ 조항을 넣는 등 부정적 입장을 숨기지 않고 있다. 노동 생산성 저하를 우려하는 것이다. 

경제 불황, 취업난, 고물가 등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생계 불안 관련 문제가 발생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자)’도 생활, 주거 측면에서 불안정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한국딜로이트그룹’이 지난 5월18일 발표한 ‘딜로이트 2023 글로벌 MZ세대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우리나라 MZ세대 501명 중 절반가량이 ‘생계비 걱정’을 자신의 최대 관심사로 선택했다.

생계비 걱정은 ‘M세대(1980~1990년대 초반 출생자)’와 ‘Z세대(1990~2000년대 초반 출생자)’가 각각 46%, 48%로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전 세계 평균 M세대 42%, Z세대 35%보다 4%포인트, 13%포인트 높은 수치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MZ세대가 기성세대보다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아 고물가 시대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전문가는 “MZ세대는 노동의 유연화와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라며 “이에 부업을 병행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라고 밝혔다.

경제적 자유 위해 너도나도 N잡러

‘N잡’이란 2개 이상의 자연수를 의미하는 ‘N’, 영어로 직업을 뜻하는 ‘job’이 합쳐져 만들어진 신조어다. 여기에 사람이라는 의미의 ‘er’을 붙여 N잡러라고 부르게 됐다. 즉, 여러 직업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경기침체로 생계비 부족을 호소하는 MZ세대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본업 외에 부업을 병행하는 사례도 증가했다. 

이 중 M세대는 26%, Z세대는 34%가 이번 조사에서 ‘부업을 해봤다’라고 답했다. 지난해 조사 때는 M세대 24%, Z세대 31%로 부업 경험을 밝힌 바 있어, 현재 기준 해를 거듭하면서 비율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세대별로 부업 업종은 차이가 있었다. 

M세대의 경우 배달 업종이나 초단기 근로가 29%로 가장 많았고, ‘온라인 플랫폼 판매(19%)’, ‘예술 활동(15%)’, ‘식당, 소매상점 근무(13%)’, ‘개인사업 운영 또는 컨설팅(11%)’ 등이 이어졌다. 반면 Z세대의 경우 ‘개인사업 운영 또는 컨설팅(21%)’, ‘식당, 소매상점 근무(21%)’, ‘배달 업종이나 초단기 근로(20%)’, ‘온라인 플랫폼 판매(18%)’, ‘예술 활동(18%)’ 순이었다.

N잡은 본업 임금이 높은 집단도 참가율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부업 규모 현황과 특성’ 조사에 따르면 임금 구간 200만 원 이상 취업자의 부업 비중은 2015년 상반기 39.7%에서 2021년 상반기 54.7%로 15%포인트 상승했다.

기업 ‘N잡’ 선긋기, 고용계약서 ‘겸업 금지’

산업계 일각에 따르면 일부 기업은 근로 계약에 ‘겸업 금지’ 조항을 포함시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주식, 코인 투자 등으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어, 본업 외 부업까지 허용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겸업을 하는 ‘N잡러’들의 입장은 달랐다. 건축 시공과 배달업을 겸업하는 최 모(26, 남)씨는 “퇴근 이후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게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라며 “그 시간에 소비활동을 하는 것보다 생산 활동을 하는 것이 더욱 생계에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출판업에 종사하며 작가 활동을 하는 정 모(38, 여)씨는 “본인의 능력을 살려 본업과 유사한 분야의 부업에 활용하는 것은 효율적”이라며 “현재 급여로는 생계유지만 급급할 뿐 결혼자금이나 노후준비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제조사에 근무하며 화가활동을 하고 있는 윤 모(24, 여)씨는 “생계를 위해 지금 회사에 근무하고 있지만,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하는 것도 중요하다”라며 “물론 계약서에 겸업 금지 조항이 있지만, 업종도 다르고 여가시간을 활용하는 게 업무에 차질을 빚는지 모르겠다”라고 전했다.

부업은 늘고 있는데, 생산성은 줄었다?

월수입이 늘어나지만, 국가 전체의 생산성은 하락하고 있다. 지난 5월25일 개최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주년 컨퍼런스’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생산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추 부총리는 “경제의 생산성 제고와 체질 강화를 위한 구조개혁에 모든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라고 피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미국의 총요소생산성을 1로 했을 때, 한국의 총요소생산성은 0.614 정도”라고 밝혔다. 즉, 한국의 생산효율이 미국의 6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항간에서는 N잡이 본업에 노동 생산성 저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입장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N잡이 경제 생산성, 노동 생산성으로 바로 직결된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요서울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N잡과 생산성의 관계성에 대해 단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다”라고 밝혔다.

김 위원은 “N잡을 하지 않고도 소득이 충분한지 아닌지와 더불어 자발적인지 아닌지, 이런 것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단시간 근로자의 경우 소득이 불충분하기 때문에 N잡을 해야 하는 경우이고, 그 외에 일반적인 직장인(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9시 출근 6시 퇴근을 하는)의 경우에도 자기계발, 투자목적 등 개인 사유가 다르기에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4일 추 부총리는 ‘경제활력 제고’, ‘민생경제 안정’, ‘경제체질 개선’, ‘미래대비 기반 확충’ 등에 중점을 둔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의 민생경제 안정과 생계비 부담 경감이 이뤄지는 등 노동 생태계와 MZ세대의 N잡 활동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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